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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불교 안에 깃든 위험스런 관념성에 대하여    
  글쓴이 : 정강길 날 짜 : 07-12-29 11:29 조회(6962)
   트랙백 주소 : http://freeview.org/bbs/tb.php/e005/10 




 
불교의 관념성에 대한 단상
 
 
 
 
불교의 <무아>無我에 대한 생각
 
불교인들 중에는 흔히 <무상념>無想念-혹은 <무욕>無慾-을 말하면서 사물의 <현상>이란 것도 결국은 마음이 만들어 낸 실체이기 때문에 사물이 '있다' '없다'라는 그 자체를 버려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에 의하면, '무엇이 있다', '무엇을 갖고 싶다', '안고 싶다'라는 것은 전부다 마음이 일으키는 작용이기 때문에 그러한 생각 자체에 얽매이지 않고 벗어남으로서 사람은 자아(自我)조차도 없는, <무아>無我를 획득한 열반의 절대상태로 돌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얘기들은 제법 그럴듯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이것은 어떤 면에서 상당히 위험스런 얘기다. 적어도 <지금 여기>에서의 이런 언급들은 아주 조잡한 관념적 얘기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현재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계의 현실들은 이미 그 실체를 만들어 놓고서 살아가고 있기에 나는 아직 이 세계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개념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있다. 무아(無我)는 분명 우리의 궁극적인 도착점일 수는 있다. 그러나 반면에 현실의 나는 여전히 제약받고 살아가는 엄연한 이 현실적 사실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잖은가. 즉, 이를 無化하기 위해서라도―이미 있는 실체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과정상의 이 세계에 있어서만큼은 집착자체를 버려야 할 게 아니라 <내가 무엇에 집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더 중요한 관건이라는 얘기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집착 자체를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불교인이 있다면 그들은 나 혼자 구원받고 천당에 가면 그 뿐이라고 생각하는 근본주의 기독교인과 별 다를 바 없는 자들이다. 자신만 열반에 들어가고 이 세계는 그냥 내버려둬도 된단 말인가? 나는 불교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불교가 본래 이러한 가르침을 갖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불교인들에게서 자주 드러났었던 이들의 보수성은 근본적으로 이 점을 잘못 생각함으로서 나타나게 된 요인도 있다고 본다.  
 
불교의 <중생> 대한 사회학적 계급적 이해의 필요
 
어떤 면에서 불교는 상당히 과학적이고 틈이 없어 보이지만, 인간고에 대한 가중치 또는 <중생>에 대한 깊은 사회학적 분석과 이해가 없다면 상당히 보수화할 위험이 다분하다고 본다. 대체로 불교는 조화와 화합을 강조하고 당파성을 멀리하는 일원론적 습성에 젖어 역사적으로 자주 지배이데올로기에조차 봉사하는 귀족불교, 호국불교, 산속불교의 형태로도 나타났었던 것이다.
 
불교도들은 평화주의자였지만 민중에 대해 당파성을 띠는 예언자적 성격은 기독교에 비한다면 조금 희석되어 있었다. 이들은 중생에 대한 존재론적 이해에 치우친 나머지 중생을 분석적으로 나누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기에, 중생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에 대해서는 별로 진전하지 않는 분위기로 나타났었다고 본다(劉載天 編, 『民衆』[서울: 文學과 知性社, 1984], p.45. 참조).
 
그렇기 때문인지 변선환의 지적대로 불교에 평화와 사랑은 있었어도 <정의>나 <공의>에 대한 인식은 기독교에 비하면 매우 희박한 편이었다(변선환 아키브 편집, 『종교간 대화와 아시아 신학』[서울: 한국신학연구소, 1996], p.342. 참조). 물론 불교에도 민중불교가 있긴 하지만 엉뚱하게도 민중불교는 맑스주의와 대화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이 둘은 근본적으로 형이상학적 베이스가 서로 다른 이질적인 사유체계일뿐이다.
 
나는 불교의 크나큰 과제로서 불교는 부처님의 자비 또한 우선적으로 자비를 베풀어야 할 대상인 <우선적 중생> 또한 지적할 수 있어야 됨을 주장하고 싶다. 내가 보기에 이것은 불교에 있어서 가장 절실한 문제로 보여진다. 물론 불교가 말하는 자비 역시 분명 악을 감화시키는 차원일테지만, 그것은 현실에서 당파적 투쟁으로도 얼마든지 표현될 수 있잖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는 생태운동에 대해선 매우 적극적인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무아를 추구함에 있어서 만물과 나는 근원적으로 이미 경계가 없기 때문이다. 즉, 궁극적인 형이상학의 지평에서부터 이미 그러한 인식들을 기초로 하고 있기에 예컨대 새만금 문제에 있어서도 스님들이 정부의 새만금 간척사업에 극렬히 반대할 수 있던 계기가 된다. 지율스님의 단식 투쟁도 그 분이 세계를 이해하는 그 존재론적 이해에 그 궁극적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학적 계급의 문제에 있어서는 불교의 생태운동과 비교해 볼 경우 그 관심도가 두드러지진 않다. 물론 이러한 나의 문제제기가 불교에 대한 어줍잖은 얘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나는 그런 점에서 언급해 본 것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 땅에 그 나라가 도래하지 않는 한에 있어서 진정한 자비와 사랑이란 결코 중립을 지키는 법이 없다고 본다. 자비의 우선성(당파성)은 바로 그런 점에서 세계 안에 진정한 보편성을 낳고 있는 것이다.
 
 
[관련글 참조 - 불교에 대한 한 단상(인간론과 관련하여)]
 
 
 (* 출처 : 『화이트헤드와 새로운 민중신학』 pp.157.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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