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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  제 목 : 화이트헤드의 신은 모범답안을 가지고 있을까요?    
  글쓴이 : 취생몽사 날 짜 : 15-09-20 01:27 조회(2962)
   트랙백 주소 : http://freeview.org/bbs/tb.php/e006/161 


  안녕하세요 정강길 선생님. 춘천에서 화이트헤드를 공부하고 있는 이용상입니다. 예전에 감신대에서 호진스키의 책으로 독해모임 할 때 함께 했었는데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지금은 이 홈피에서 '돌담'이라는 아이디를 쓰시는 선생님과 함께 독해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과정과 실재>를 읽다가 나눈 대화 중에 궁금한 점이 있어서 글을 남깁니다.

1. 백두의 체계에서 신은 모든 가치의 보고이자 새로움의 원리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현실세계의 과정에 참여하여 끊임없이 주체적지향의 씨앗을 던지고 있다는 말씀이지요. 그렇다면 신은 이 세계가 지향할 하나의 모범답안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2. 신의 원초적 본성의 내용인 '영원한 객체들에 대한 직시'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단지 영원한 객체들에게 처소를 마련해주기 위한 평심한 파악인지 아니면 최고의 아름다움과 만족을 산출하는 방식의 적극적인 파악인지 여부입니다.

10월부터 중급모임을 하신다는 글을 봤습니다. 함께하고 싶으나 시간이 허락지를 않아 아쉽네요.
깨우침을 주는 좋을 글과 책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날이 좋은날 보내세요^^
미선 (15-09-20 09:29)
 
취생몽사님, 반갑습니다 ^^
말씀하시니 기억이 납니다. 화이트헤드 공부에 대해서도 상당히 열정이 있으신 분이셨던..^^
춘천에서도 화이트헤드 독해모임을 하신다니 정말 반가운 소식입니다

질문하신 사항은 둘 다 결국은 신의 원초적 본성과도 관련된 걸로 보이는데 나름대로 답변드려보겠습니다.

1. 화이트헤드에 따르면 "우리가 신의 원초적 본성을 욕구의 완전성이라고 말한다면, 그만큼 우리는 주체적 형식에다 그에 합당한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적어도 신이 이 세계 안에 최초의 주체적 지향을 부여할 경우, 그것은 해당 계기 뿐만 아니라 다른 계기들에게도 그리고 신 자신에게도 경험의 최고의 강도를 지향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신은 이 세계가 지향해야 할 모범답안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를 놓고 정해진 답은 하나인가 둘인가 여럿인가 하는 논의들은 어차피 시간적인 존재들에게선 불가지에 해당하기에 어떻게 보든 무관하다고 보여집니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세계 안의 타자를 깊이 이해하는 만큼 신이 지향하는 바에 좀 더 접근할 수 있을테죠.

물론 화이트헤드는 신에게는 단 하나의 원초적 본성만이 있을 수 있다고는 말하지만, 이 원초적 본성 자체는 어차피 현실태를 결여한 요인에 해당되는 것이기에, 유동하는 시간적인 현실 세계와 관련해서만 신 자신의 만족의 깊이를 향한 중간 단계로서의 모험 과정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우리한테도 모범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2. 질문에서는 '평심한 파악'이란 표현과 '적극적인 파악'이라는 표현에 대해선 어떤 의미로 쓰신 건지 좀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말씀하신 표현에선 그 어떤 의도나 의식적인 적극적 의지 같은 것을 떠올리게 해주는 점도 있어서요. 적어도 신의 원초적 본성은 의식적인 게 아니라는 점은 이미 잘 아실 것으로 봅니다. 무의식적으로 작동되고 있는 신의 시원적인 본성인 거죠.

아시디시피 화이트헤드가 말하는 신의 원초적 본성이란 게 신 자신의 무제약적인 개념적 가치 평가입니다. 여기에는 이 세계 안에 실현되어 있지 않는 모든 영원한 객체들까지 포함해 자리한다고 볼 수 있겠는데, 화이트헤드는 이를 모든 영원한 객체의 집합이라고 하지 않고 <다수성>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때 신의 본성 안에 보다 많은 영원한 객체들의 파악들이 자리하면 할수록 신 자신이 추구하는 경험의 강도 역시 더 깊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보다 중요한 점은 현실 세계와의 관계일 것인데, 그 점에서 우리로선 이 세계 안에 진입되는 가능태들 중 그 어느 것이 신이 가장 소망하는 가능태인지 확정적으로 판가름 할 순 없을 것입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우리가 타자를 이해하는 만큼 혹은 성장하는 만큼 신의 뜻에 근접할 따름입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신은 나와 타자를 포함해 전 포괄적인 개념적 가치 평가를 통해서 매순간 계기들에게 최초의 주체적 지향을 부여하고 있는 존재니까요.

그리고 아름다움이라는 용어는 화이트헤드에게선 여러 요인들 사이의 상호 적응이라는 점을 함축하고 있는데, 보다 많은 다양한 가능태들의 구제를 고려해본다면 신의 원초적 본성은 최초의 순응 국면에서 이 세계 안에 지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근원적으로 작동되고 있는 미적 가치 혹은 비전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화이트헤드는 이러한 신의 원초적 본성을 우주의 에로스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는 신의 목적과 어긋난 길로 가기가 일쑤지만요.
 
한 가지 첨언해서 제 입장에서 말씀드린다면, 신이 추구하는 목적이 도대체 뭔지를 파악하고자 하려면 우선은 현실적인 이 세계를 철저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신(God)과 나(I)와 타자(Others)의 관계역학에서 나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신 역시 타자와 얽혀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것은 몸삶의 현실에서 끊임없이 더 나은 성장과 발달로의 방향이 적어도 신이 원하는 방향이 될 것입니다.

답변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미진하다고 여기신다면 재차 질의해주시면 다시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춘천모임 소식도 종종 알려주시면 감사하구요 ^^

취생몽사 (15-09-21 16:25)
 
바쁘실텐데 친절하게 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과 관련하여 여러가지를 폭넓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신은 모범답안이 있으나 그것이 무엇인지를 인간이 알 수는 없다는 것과 그 답안을 알아내는 방법은 세계를 폭넓게 살피는 것이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의 두번째 질문 중 신의 원초적 본성이 '평심한 것인지 아니면 의지를 담은 것인지'라는 표현은 다음과 같은 의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신의 원초적 본성이 '영원한 객체의 영역에 대한 무제약적인 가치평가'이면서 '무의식적인 활동'이라는 표현이 양립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무제약적인) 개념적 가치평가라는 말은 의지적인 활동이 되는 동시에 가치의 하이어라키가 발생하지만 무의식적 활동이라면 영원한 객체들은 가치의 하이어라키가 없이 평등한 것이 되고 그래서 다수성 이라는 표현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이 지점은 윤리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된다고 생각합니다. 공자의 말씀이라는 '종심소욕 불유구'나 칸트가 말하는 '자유의지가 도덕법칙과 일치되는 도덕적 필연의 경지'라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의 문제 말이지요.

일단 답을 쓰는 것이 예의라 생각해서 글을 썼는데 제가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드네요. 춘천 모임은 주1회 하고 있고 멤버는 2~4 사이를 오가다가 현재는 돌담 선생님과 둘이서 만나고 있습니다. 춘천의 가을 풍경이 좋은데 방문할 때 연락주시면 가이드가 되어드리지요. 물론 그간 쌓아놓은 질문들도 선물로 드리구요^^

    
미선 (15-09-22 08:05)
 
답글 감사합니다.

화이트헤드에게서 파악(prehension)은 이미 의식이 발생되기 이전에도 작용되고 있는 것으로, 의식은 물리적 느낌과 개념적 느낌이 통합된 경험의 후기 위상에서나 출현하는 것에 해당합니다. 알다시피 물리적 목적이나 명제적 느낌들은 모두 의식 이전에 해당하는 것들이죠. 그리고 가치평가란 개념적 느낌의 주체적 형식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가치평가가 반드시 의식적인 것은 아닙니다.

이미 화이트헤드는 명시적으로 신의 원초적 본성이 무의식적이라고 밝히고 있기도 합니다. 즉, 말씀하신 바를 양립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지요. 반면에 신의 결과적 본성은 의식적입니다. 신의 원초적 본성 자체는 시간적인 이 세계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닐테지만, 그것이 역사적 경로를 갖고 있는 이 세계 안에 진입할 경우 해당 계기와 연관된 영원한 객체들의 등급화가 있게 되는 것으로 봅니다.

춘천의 가을 풍경이 정말 좋다는 얘긴 저도 익히 많이 들었는데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습니다. 물론 가게 되면 당연히 취생몽사님께 꼭 연락드리도록 하지요.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며 혹시 또 궁금한 점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요. ^^

취생몽사 (15-09-22 16:55)
 
답글 감사합니다^^

내친김에 한가지 무식한 질문을 더 드려도 될까요?

선생님의 답변대로  원초적 본성이 무의식적인 활동이고 시간적인 세계에 진입할 때 해당 계기와 연관된 영원한 객체들의 등급화가 있게 된다는 말은 원초적본성에 거하는 영원한 객체들이 일정한 등급화 없이 존재하고 있다는 뜻인가요?
일반적 용법으론 선의 이데아가 선천적으로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입니다.

    
미선 (15-09-23 12:00)
 
별말씀을요. 오히려 답변이 무식할 순 있어도 질문이 무식할 순 없다고 봅니다. ^^;;

신의 원초적 본성은 신 자신의 결정에 의한 것일 뿐이며, 보다 많은 영원한 객체들의 구제를 지향할 따름입니다. 따라서 집합 보다는 다수성을, 비전 보다는 직시라는 용어가 좀 더 정확한 표현이라는 점을 화이트헤드는 언급하기도 합니다. 굳이 말한다면 그 자신만을 위한 등급화가 있을 뿐이겠죠. 하지만 이는 시간적인 현실 세계와는 무관하다고 보여집니다.

중요한 것은 이 세계와의 관계일 것입니다. 선의 이데아라는 것도 결국은 관계에서 형성되는 것 아닐는지요. 신의 원초적 본성에 자리한 영원한 객체들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닐 것입니다. 다만 그것들이 이 세계안에 진입되는 관계를 맺을 때 그리고 그에 대한 신의 결과적 본성에서 우리는 신의 선성(善性)을 말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참고로 신의 원초적 본성이 무의식적이고 신의 결과적 본성은 의식적이라는 언급은 PR 제5부 제2장 3절에 잘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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