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집은 성북동이고 학교는 독립문에 있어서 통학을 할 때마다 광화문을 지나게 됩니다.

 

11일 대회 이전 어느날이었는데요.

 

광화문 건너편으로 닭장차와 삼남 지방 소속 관광차들이 미대사관에서부터 따닥따닥 (불법(?)) 주차되어 있더군요.

 

서울 시내에서 가끔 보게 되는 이 장관에 대해 대충 어떤 것이라 짐작하면서 일부러 목을 길게 빼서

 

버스창 밖을 바라보니 역시 깃발들이 펄럭이는게 어느 단체가 시위하는 거더라구요.

 

.... 그런 시위는 대체 뭐하러 할까요...

 

합법적으로 용인된 시위라는 건 누구도 볼 수 없게 만들어놓고

 

누구에게도 제한된 접촉만을 허가하는 것이더군요.

 

위정자들은 이렇게 시민의 권리를 폴리스 라인으로, 미관상의 이유로, 기타 등등으로 야금야금 말아먹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언론이 쓴 글에 즉자적인 반응만 보이고

 

그걸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려고 몸소 퍼오고 그러네요.

 

 

 

제가 자주 보는 미국 법정 드라마에서

 

시위 중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해서 재판을 받게 된 피고인이 나오더군요.

 

정해진 구역 안에서만 시위를 할 수 있는 법률을

 

어느사이에 뚝딱 만들어놓고는

 

시민이 어겼다고 강제연행하려고 했대요.

 

그 곳은 부시가 그 도시에 방문에서 지나가는 길과는 상관없는

 

뚝 떨어진 장소였지요.

 

그 장소는 환영인파에게만 허락된 곳이라는 겁니다.

 

 

 

폭력은 나쁜 짓입니다. 수단이 따라주지 못한다면 '위선'에 불과하겠죠.

 

저도 폭력을 나쁘게 바라보고 반대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모든 폭력을 똑 같이 평등하게 상정한 다음 차별적으로 판단하더군요.

 

몇년 전까지 카톨릭은 안중근의 거사를 '살인'의 관점에서만 바라봤었죠.

 

본회퍼 목사의 히틀러 암살 시도는 지나치게 폭력의 관점으로만 비판됩니다.

 

마이크 타이슨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한국 남성이 시비가 붙어서 싸우게 되었을 때,

 

두 사람이 똑같은 숫자로 펀치를 날리게 하는 것이 정말 공정한 건가요?

 

 

 

생각컨데 '비폭력 저항'이라는 말은 두 가지 난관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저항의 반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폭력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입니다.

 

저는 비폭력을 '폭력의 지양'으로 받아들이지 '폭력의 포기'로 보지 않습니다.

 

마이크 타이슨의 주먹과 평범한 한국 남성의 주먹을 똑같이 보는 것은 공정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이크 타이슨의 편이 되는 것입니다.

 

 

 

시위는 교통체증이요 파업은 지각출근에 불과한, 그것들이 지금 당장에는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폭력'만큼 자신의 알맹이없는 비판과 짜증을 대신해주는 명분은 없을 것입니다.

 

권력있는 자가 행사하는 폭력이라는 것은 다채로운데다 또 외양이 훌륭하고 세련되니까 괜찮은건지

 

왜 언론은 이것들을 자신들의 장기를 살려서 좀 선정적으로 보도해주지 않을까요?

 

그리고 많은 시민들은 이제 싼 소고기 몇 점 먹어보고는 기름값, 반찬값 걱정하게 될 형편이면서도

 

왜 저 사악한 시위대들이 그냥 행패부렸다는 정보만 얻고도 만족할까요?

 

 

 

폭력을 들먹이며 시위대를 질타하는 언론 기사에만 고개를 끄덕이고

 

그 시위 자체를 의미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세련된 폭력에 눈감는 순간

 

당신은 자신이 평범한 한국 남자임을 망각하고 마이크 타이슨의 편을 들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