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진보 기독교인들의 모임이 있어 갔었습니다.

오랫만에 김경재 교수님을 비롯한 강원돈, 김용복, 서광선, 이정배 교수님 및

향린교회 조헌정 목사님, 민중교회 하시는 정상시 목사님 등등

많은 주요 진보 기독교 인사들을 뵙고 왔었지요. 국민일보를 비롯한 몇몇 언론사에서도 취재를 오셨더군요.

 

그 자리에서는 <2010년 한국 그리스도교 선언서>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최종안은 다음달 초 부활절에 발표할 거라고 합니다.

아래 어제 논의된 초안을 올려놓았으니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사실 제 개인적으는 얼마든지 동의하는 바이며, 또 그러한 흐름에도 지지를 표명하는 입장입니다.

다만 새로운 대안 기독교 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볼 때

현재 생명과 평화의 대표적인 주적이 되고 있는 기존 기독교 자체에 대한 변혁 문제가 빠져 있고

거의 대부분이 현시점의 사회 정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다소 아쉬움이 남아 있기도 합니다.

 

단지 현재의 사회적 이슈들을 쟁점화시켜 그리스도인들의 사회 참여를 촉구하는 의미가

매우 강하게 배여 있다고 여겨집니다. 물론 저는 이 역시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번에 하는 <2010년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서>에도 적극 지지를 표명하는 바이지만

저로선 다음 번에는 좀더 생산적인 모임을 기대할 따름이지요.

 

아래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2010년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 글을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읽어보신 여러분들께선 어떤 생각이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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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차초안으로, 아직 최종본은 아닙니다.)

 

 

전문 [출처 http://cafe.daum.net/2010declaration]

 

 

우리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만물에 대한 그리스도의 주권을 부정하는 세력이 강성해져서 민중을 억누르고 그 삶을 부정할 때, 신앙의 힘으로 저항하는 빛나는 전통을 이어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1919년 3·1 독립운동에 참여한 것을 비롯하여, 1970-80년대의 군부독재에 대항하여 민주화운동에 앞장을 섰고,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선취하려는 일에 동참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1973년 한국 그리스도인 신앙선언>, 1988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신앙선언>이 발표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한국의 그리스도인 공동체들은 우리 역사에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죄와 악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고, 우리 역사의 죄악과 비극을 남의 일처럼 정죄할 때가 많았습니다. 민족의 죄악을 끌어안고 하나님께 참회하고, 십자가를 짊어지고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민족의 속죄와 해방을 위하여 헌신하고 희생하는 길을 외면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음을 우리는 뼈저리게 통회합니다.

 

오늘 우리는 한국 그리스도인 공동체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참회합니다. 이로써 역사 앞에서 민중과 더불어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나가는 데 부족함이 없는 신앙인으로 바로 서고자 합니다. 우리는 정의와 평화와 생명이 송두리째 파괴되고 위협받는 현실을 직시하며, 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의 신앙을 고백하고, 그 고백에 따라 행동하려는 각오를 다지고자 합니다. 우리는 온 생명이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는 현실 속에서 약자들을 폭력으로부터 해방시켜 생명의 온전한 질서를 회복하시는 하나님의 일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생명과 평화를 위한 2010년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이 1973년과 1988년 선언의 정신을 이어받아 오늘 여기서 예수 그리스도를 생명의 주로 고백하는 교회들과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에게 정의롭고 평화로우며 생명이 충만한 세상을 추구하려는 운동의 기초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 시대의 징조

2010년은 새 천년의 새로운 십년이 시작되는 해로서, 경술국치 100주년, 한국전쟁 60주년, 4ㆍ19혁명 50주년, 광주민중항쟁 30주년을 맞는 민족사의 뜻 깊은 해입니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생명과 평화를 이룩하려는 노력은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습니다. 무한경쟁과 성장위주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 아래서 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비정규직노동자가 전체노동자의 50%를 넘어섰고, 청년실업의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친기업 부자위주의 정책들로 인해 민중들의 생존권은 위협받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의 재개발사업은 자본의 이익을 위해 가난한 철거민들과 세입자들을 거리로 내몰면서 용산참사와 같은 비극을 일으켰고, 제2 제3의 용산참사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한의 대립과 갈등을 초래하여 그동안 노력해 온 한반도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길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거대여당은 보수언론과 재벌들의 지원 속에 일방통행식 정책을 추진하면서 소통부재의 정치현실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언론과 문화를 장악하려는 무리한 입법과 인적청산, 심지어 사법부까지 장악하려는 현 정부의 시도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낳고 있습니다. 또한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대표되는 무분별한 개발위주의 정책으로 민중들의 삶의 터전과 생태계의 파괴가 심각하고 생명에 대한 존중은 사라져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게 생명과 평화가 파괴되는 현실은 우리 사회와 국가의 차원을 넘어서서 지구적 차원에서 생명질서가 총체적으로 파괴되는 현실과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오늘의 세계는 생명질서를 파괴하는 세력이 일체 제어 없이 군림하는 시대입니다. 경제적 양극화와 생태계의 파괴는 이 시대의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지구적 차원에서 한없이 이어지는 민중과 뭇 생명의 수난과 희생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날 인간의 무한한 탐욕은 지구경제체제를 돈을 숭배하는 배금주의의 성전으로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세운 맘몬의 신은 민중의 한없는 희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무한경쟁으로 생긴 경제적 이득이 모든 사람에게 풍요를 주리라는 신자유주의의 약속과는 달리, 국가 내외간의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심각한 부채문제와 가난의 문제를 낳으며, 나아가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근대국민국가체제는 이러한 지구자본주의와 패권주의에 종속되어 민족들의 자결, 국민의 자유권과 인간의 인권, 민중의 생존권, 나아가 모든 생명체의 생명권을 억압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지구적 패권을 위하여 무한살상의 군사무기체제와 절대적 패권질서를 구축하고, 이러한 강압적 질서를 유지하려는 세계안보를 평화이데올로기로 위장하고 도처에서 전쟁을 통해 생명파괴를 결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사회에서는 인간의 탐욕과 지배욕이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이데올로기로 정당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약자의 소외와 차별을 지속시키고, 폭력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냅니다. 이 시대의 문화는 윤리적 도덕성과 심미적 감성을 소멸시키는 죽임의 문화로 변해가면서 인간을 욕심과 쾌락의 마술에 사로잡히게 합니다.

또한 현대 문명은 전지구의 삶과 생명질서를 정복하고 조작하며 통제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지구의 삶과 생명질서를 관통하면서, 모든 생명체의 상생질서의 기반인 사랑, 정의, 평화 그리고 생명의 실체를 간과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모두가 희망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던 21세기를 맞이한 지금, 우리는 혹독한 생태적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후, 오존층 파괴, 광우병과 구제역 사태, 환경 호르몬과 유전자 조작식품, 자원 고갈, 각종 공해문제, 수질과 토양의 오염문제 등의 문제는 결국 자연을 훼손하면서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 행위의 결과입니다. 인간의 탐욕은 문명적 파멸을 야기할 뿐 아니라 우주적 죽음과 종말까지 재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대한 반역입니다.

 

2.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참회

우리 한국 그리스도인은 역사적으로 민족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였을 때, 하나님 앞에 제단을 쌓고 우리 자신과 민족의 죄악을 회개하는 전통을 이어왔습니다. 이런 참회를 통해 새롭게 거듭나서 올바른 사명의식을 갖고 헌신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상생의 질서가 무너지고 생명세계가 파괴되어가는 참혹한 현실 앞에서, 이제 우리가 먼저 참회해야 할 때가 왔음을 고백합니다. 우리는 탄식하는 모든 피조물의 고통을 지고 십자가에 올라 마침내 생명의 새 질서를 세운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지 못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생긴 우리의 죄를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첫째, 우리는 자본주의적 탐욕에 굴복하고 물들어 가난한 사람들의 한없는 희생을 요구하는 가혹한 경제질서에 가담하는 죄를 지었습니다. 은과 금으로 만들어진 맘몬의 우상(시115:4)이 득세하는 동안, 한국교회의 종교적 양심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둘째, 우리는 지난 65년간 지속되어 온 분단체제에 길들여져 군사와 무기에 의존하고 전쟁 이데올로기를 옹호하는 죄를 지었습니다. 냉전구도를 깨뜨리고 평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역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민족의 통일을 위해 힘쓰지 못하고 적의를 품고 동포를 대해온 우리의 죄를 참회합니다.

셋째, 우리는 생명연대의 질서를 파괴하고 민중의 삶을 질곡으로 빠뜨리는 패권정치에 순응하는 죄를 지었습니다. 교회 안에서부터 비민주적인 제도와 질서를 유지했으며, 정의를 품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일에 힘쓰지 못하고, 자주독립의 정신으로 제국주의의 침략적 세계질서 재편성에 대해 항거하지 못한 우리의 죄를 참회합니다.

넷째, 우리는 기술 만능의 정신에 매혹되어 다른 생명의 생존을 유린한 대가로 편리와 풍요를 탐닉하는 죄를 지었습니다. 각 생명의 주체가 누려야만 할 충만한 기쁨을 지키기보다, 효율과 경제적 합리성이란 미명하에 생명질서를 조작하고 깨뜨려온 현대과학의 거짓된 약속을 맹신하는 어리석음에 빠졌습니다.

다섯째, 우리는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질서를 당연시하여 지배와 폭력이 일상화된 야만사회를 재가하는 죄를 지었습니다.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암5:24)를 향한 성서의 이상을 따라 꿈꾸지 못하고, 한국 교회 스스로가 성공주의의 포로가 되고 말았습니다.

여섯째, 우리는 각 생명이 지닌 고유한 아름다움을 직시하는 지혜를 양육하기보다는 탐욕을 동력으로 삼는 물질문화를 부추기는 죄를 지었습니다. 한국교회는 지혜롭고 의롭고 공평하고 정직한 마음(잠1:3)을 교육하여 하늘과 역사의 제단에 바치기보다는, 이 세상의 풍요와 저 세상의 구원을 약속하는 종교적 안일에 빠졌습니다.

일곱째, 우리는 교권에 의존한 오만에 물들고 교리를 신봉하는 분열에 중독되어 화해와 평화의 참된 종교정신을 파괴하는 제국주의적 선교를 해온 죄를 지었습니다. 일방적인 선교를 일삼고, 배타적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며, 교회분열의 부끄러움을 모르고, 개교회의 성장만을 꿈꾸었던 우리의 죄를 참회합니다.

여덟째, 우리는 탐욕과 정복과 소비에 기초한 죽임의 문명을 편들고, 세상만물이 함께 누릴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죄를 지었습니다. 사회와 역사와 우주 안의 모든 생명이 함께 누릴 공동체적 이상을 잃고, 상생질서를 교란하고 생태적 파멸의 위기를 초래한 삶을 살아온 우리의 죄를 참회합니다.

 

3. 한국 그리스도인의 신앙고백

우리는 한국교회의 죄책을 고백하며 새로운 길을 걷고자 우리의 신앙을 고백합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생명을 창조하신 것을 믿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하나님에게서 왔기에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고 충만하게 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생명을 살려나가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책임을 부여하셨습니다. 우리는 참된 성장이란 만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가 원하는 형태로 발전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생존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다른 생명을 희생해야 할 경우 절제하고 그 희생을 최소화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생명만이 아니라 평화와 정의도 함께 창조하신 것을 믿습니다(사 45:7-8). 우리는 우주 만물이 서로 얽혀 있고 서로 의존하고 있음을 믿으며, 우주를 이루는 각각의 사물이 자신이 거주하는 자리에서 다른 사물들과 바른 관계를 맺을 때, 우주 만물이 정의로움을 믿습니다. 어느 일부분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관계는 하나님을 거스릅니다. 또한 우리는 각자의 조화로운 관계들 속에서 생명이 충만한 기쁨을 누릴 때, 만물이 평화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셨습니다(요1:14). 이는 인간과 세상과 육체에 대한 하나님의 긍정이며, 하나님 자신이 친히 낮고 천한 자리로 오셔서 우리가 어떻게 바른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를 보여주신 사건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일체의 차별을 없애고, 가난한 자와 약자들이 기뻐하고, 병자와 장애인이 걷고 뛰며, 죄인이 친구가 되고,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로 서로 존중하는 하나님 나라가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기도하셨고, 그 나라의 삶을 앞당겨 사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의 기득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가난한자, 약자들이 주인 되는 세상을 선포하시자, 기존의 종교지배체제와 로마제국의 권력은 결국 주님을 십자가에 매달았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대신하여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대속은 누군가 나서서 해결해야할 역사의 질곡, 사회의 짐 덩어리를 몸소 짊어짐으로 새 역사를 열어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주님을 따르는 십자가의 길입니다. 우리가 주님께서 여신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질서로 살아갈 때, 십자가의 거룩함이 현재화되는 것을 믿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을 뚫고 일어나셨습니다. 그는 부활하심으로 사망의 세력이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세상의 권세들은 오늘 우리에게 죽음을 담보로 협박하며 세상의 질서에 굴종하도록 강요합니다. 그러나 그는 부활하셔서 시시때때로 우리에게 불의와 타협하도록 요구하는 죽음의 쏘는 독침을 무력하게 하셨으며 결국 진리가 승리함을 확인시켜 주셨습니다(고전 15:55).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승리를 확신케 하시고, 모든 생명이 충만하며 서로의 기를 북돋아주는 세상을 위해 우리를 보내십니다. 성령께서는 이 일을 위해 우리가 개인적인 이기심과 차이를 넘어서도록 감동과 깨달음을 주시며 우리를 하나 되게 하십니다. 

우리는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오늘 여기에 살아 역사하시는 그리스도의 현존을 증언하는 주체입니다. 또한,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서로 사랑으로 연결된 유기체의 관계를 이루어, 모든 생명이 맺어 야할 관계의 본보기를 이루어 갑니다. 교회는 교회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공동체요, 그 나라를 이루어가는 사명을 수행하는 주체임을 고백합니다.

 

4. 생명과 평화로 가는 길

우리는 삼라만상의 공생과 상생을 도모하는 태평공동체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삶의 다양한 차원과 맥락에서 생명 살림의 대안을 다음과 같이 모색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태평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기본조건을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첫째, 우리는 무엇보다도 전쟁 없는 시대를 구현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전쟁은 적극적으로 저지돼야 하고 국가 간의 이해와 소통, 공동안보와 협력을 통해 제도적으로 폐지돼야 합니다. 더 나아가 전쟁을 촉발할 수 있는 조건들과 요인들을 사전에 제거해야 합니다. 평화는 만물이 바른 관계를 맺으며 생명의 충만함을 누리는 경지이기 때문에 우리는 평화를 위해 정의를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둘째, 우리는 한반도에서 분단이 종식되고 통일을 성취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를 위해 정전협정은 평화협정으로 대체되어, 한국전쟁의 뒷마무리를 짓고 평화체제가 구축되어 작동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한반도에 배치됐거나 한반도를 겨냥하는 핵무기는 폐기되어 한반도 비핵지대화가 실현돼야 합니다. 남북한이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여 한반도 공영체제를 구축하면서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실현하는 길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대한민국이 서로 대등한 관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주한 미군의 주둔군 지위 협정을 체결하는 일로부터 시작하여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에 한국이 끌려 다니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정당한 주권이 한미관계에서 존중되고 구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만물의 공생과 상생을 위한 경세제민의 비전을 다음과 같이 갖습니다.

첫째, 우리는 경세제민의 질서를 형성하기 위하여 생태계의 안정과 건강을 유지하는 가운데 모든 사람들의 근본적인 생존의 필요와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욕구가 충족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경제적 합리성은 사회적 연대성과 통합되어야 하고, 경제성장과 복지가 균형을 유지해야 하며, 자본과 노동이 대등한 사회적 파트너로서 사회발전과 인간개발에 기여할 것을 요구합니다.

둘째, 우리는 생산과 소비와 금융이 지구적 차원에서 조직되고 운영되는 지구적 네트워크 경제가 경세제민의 정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도 달러화의 패권이 종식되고 세계통화가 창설돼야만 한다고 촉구합니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세계무역기구(WTO), 국제결제은행(BIS)등 지구적 네트워크 경제를 운영하는 규범을 결정하는 기구들을 개혁하여 민주주의적 원리에 따라 운영할 것을 요구합니다. 힘의 균형과 민주적 통제를 벗어난 쌍무적 자유무역협정은 마땅히 폐지돼야 합니다.

셋째, 우리는 국민경제와 기업이 지구경제와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지구적 네트워크 경제에서 자본과 노동의 대립이 갖는 근본적 중요성에 주목합니다. 시장경제의 이 기본 문제를 은폐하거나 이 문제의 뇌관을 제거하려는 시도는 무모하고 무익하다고 믿습니다. 자본과 노동의 관계를 규율하기 위해서는 기업, 지역경제, 국민경제, 역내경제, 지구경제 차원에서 자본과 노동이 대등하게 참여하여 함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하고 이를 제도화해야 할 것입니다.

넷째, 우리는 지구적 차원에서 자본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처럼 노동력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합니다. 누구든지 자기가 거주하고 일하는 곳에서 시민권을 인정받아 인간의 존엄성과 아울러 노동의 주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다섯째, 우리는 노동절약적 합리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나눌 뿐만 아니라, 생활의 처지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선 노동 능력이 있고 노동 의욕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을 가장 적절하게 분배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생산노동에 종사하는가의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나이, 성별, 피부색, 교육수준, 경력, 종교 등에 의해 차별받지 않고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소득을 보장받아야 할 것입니다.

여섯째, 우리는 시장의 가격장치와 이윤추구를 근간으로 하는 오늘의 경제제도를 생태학적으로 규율하기 위한 정치적 의지를 형성할 것을 촉구합니다. 특히 생태계 보전을 위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합니다. 생태계 보전을 국민경제의 운영목표로 명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국민경제적 소득분배 차원에서 환경보전을 위한 기금을 확보하고, 생태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률적 장치를 정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곱째, 우리는 농업의 생태학적 가치를 존중하고, 지역의 자본과 노동력과 자원을 중심으로 한 지역공동체의 발전을 보장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 개발을 통하여 지역경제의 에너지 자급을 실현할 수 있도록 경제제도를 운영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생명을 살리는 정치, 과학과 기술, 사회와 문화에 대한 비전을 다음과 같이 갖습니다.

첫째, 우리는 국가와 지역정부가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삶의 다양한 맥락에서 생활상의 요구를 중심으로 아래로부터 모이는 힘을 기반으로 해서 민주질서가 운영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시민사회의 제 세력들이 벌이는 운동을 매개로 해서, 급진적이고 다원적인 정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우리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와 사회적인 권리를 옹호합니다. 양심과 신앙의 자유,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 등, 자신의 인권을 유지하는 삶을 형성하고 펼칠 수 있는 기본 권리를 옹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 사람 한 사람이 삶의 위기와 위험을 혼자 감당할 수 없게 된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는 더 많은 연대와 더 많은 정의를 구현하기 위하여 사회적 시민권을 옹호하는 것도 절실하고 당연한 요구라고 믿습니다.

셋째, 우리는 자본이 인간 노동의 산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자본에 대한 인간의 주권이 정치적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근대 세계가 확립되면서 소유의 권리는 국가의 침탈에 대항해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장치로서 그 신성불가침성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공동체의 복지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면제받은 절대적 권리일 수 없습니다. 국가는 오늘의 세계에서 엄청난 권력을 행사하는 자본이 사회적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소유권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넷째, 우리는 생명을 가꾸는 지혜와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믿습니다. 과학 기술의 활용행위와 삶의 지혜를 묻는 진리추구가 분리된 것이 현대문명의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따라서 과학과 기술의 의미가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재평가될 수 있는 통섭적인 학문적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인류가 생태계에 적응하면서 수만 년에 걸쳐 발전시킨 생활의 지혜와 기술을 수렴하는 생명친화적인 과학과 기술을 실용화 해 갈 것을 촉구합니다.

다섯째, 우리는 삼라만상이 각각 제 자리에 거주하며 서로 결합하고 의존하는 공생과 상생의 공동체를 경축하는 문화를 살려나갈 것입니다. 만물이 저마다 평화와 안식을 누리며, 진리를 드높이 살리는 정신을 찬양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새 문화의 비전입니다. 우리는 만물의 상호 의존과 상호 결합에 예민하게 눈 뜨고 삼라만상의 생명공동체에 참여하여 생명의 축제를 함께 나누는 감수성과 영성을 길러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교육은 이러한 도야를 바탕으로 새롭게 구성돼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생명과 평화를 향한 길에 교회가 동참할 것을 촉구하며 이를 위한 교회개혁의 기본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첫째, 우리는 한국 교회가 대형화의 강박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작은 자들과 나누고 그들을 섬기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둘째, 우리는 한국 교회가 민주적 협의체의 정신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한국 교회 안에서 권위주의적 질서가 극복되고, 담임목사직 세습이라는 극단적인 행태가 불식될 수 있는 제도가 시급히 마련돼야 합니다.

셋째, 우리는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몸이며, 각기 다른 은사들을 각기 달리 받은 사람들의 친교공동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목사, 장로, 권사, 집사 등 교회의 모든 직분이 임기를 가져야 하고, 직분을 맡은 사람은 누구든지 직분을 맡긴 공동체 앞에서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넷째, 우리는 교회의 재정과 헌금이 그 용처에 대한 성서의 가르침에 따라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다섯째, 우리는 목사후보생의 신학교육을 맡은 신학교들이 교육의 질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는 가운데, 각 교단의 목사수급 상황에 따라 적정 인원을 배출할 것을 촉구합니다.

 

5. 생명과 평화를 위한 연대

우리는 생명과 평화를 위한 연대를 위해 우리가 선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행동할 것을 천명합니다.

첫째, 우리는 지역사회 차원에서 지역교회와 기독교 공동체로서 시민사회 네트워크를 통하여 민중의 실질적 소통과 통합을 촉진하고 그들과 더불어 생동감 있는 공동체를 이룩할 것입니다. 우리는 교육과 입시, 미디어의 문제를 비롯한, 여성 권익의 신장과 가부장제 문화의 해소, 환경보호, 도농간 협력과 교류, 작은 것을 함께 나누는 운동, 인종차별 철폐, 다문화 공동체 운동 등 다양한 시민사회적 실천을 촉진하고 그 실천과 함께할 것입니다.

둘째, 우리는 국민국가 차원에서 국가를 민주주의적으로 운영하고, 경세제민의 과제를 책임 있게 구현하고, 인간과 노동과 생태계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지구적 네트워크를 규율하는 일에 나서도록 압력을 행사할 것입니다. 우리는 시대의 문제들을 예리하게 인식하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제안을 국가 앞에 성실하게 제시하면서 교회에게 주어진 공공성 위임에 충실할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우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각 교단의 총회가 국가의 상대로서 생명평화와 경세제민의 대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할 것입니다.

셋째, 우리는 역내 차원에서 국가 간의 다자간 협정과 쌍무협정이 활발하게 체결되는 오늘의 상황에서 경세제민의 대안이 명료하게 제시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역사회와 국민경제 차원에서 사회경제적 발전과 인간 개발을 억압하는 자유무역협정에 단호하게 반대하고, 지역공동체의 사회문화적 전통과 생태학적 여건을 파괴하는 시장만능주의의 확산을 저지할 것입니다. 우리는 역내 차원에서 자본과 국가가 내리는 중요한 결정을 감시하고 규제하며, 각 대륙의 권역에 속해 있는 교회 기구들이 연대하여 인간과 생태계의 안보를 위한 활동이 전개될 수 있도록 촉구하고 협력할 것입니다.

넷째, 우리는 지구적 차원에서 신자유주의적 지구화 과정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세계교회협의회(WCC) 차원에서 생명평화운동과 경세제민 운동을 펼쳐나갈 것을 촉구할 것입니다. 우리는 정의롭고 참여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한 논의(JPSS), 정의ㆍ평화ㆍ창조세계의 보전을 위한 공의회 과정(JPIC) 등을 통해 생명과 평화의 비전을 공유하게 된 세계교회의 자매들과 형제들이 지구사회의 의제를 함께 설정해 갈 수 있도록 협력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지구적 차원에서 생명과 평화를 구현하는 대안이 제시되고, 국제기구들을 활용하여 그 비전이 구현될 수 있도록 촉구하고 활동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