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여 다시 한번!
우리 사회의 진보를 앞당긴 70, 80년대 고난의 역사… 외풍과 내분의 이중고 속에 본래 모습 잃어가
김종희/ <뉴스앤조이> 대표
60~70년대 김재준, 문익환, 안병무, 서남동 등으로 대표되는 한신대의 신학은 종교의 고유 사명이라고 할 수 있는 진리 추구를 위해 캠퍼스와 교회 공간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들은 강단신학이 아니고 현장신학의 힘을 보여주었다. 한국 기독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보수 교회들이 박정희 권력과 야합할 때, 이들은 군홧발에 짓눌려 신음하고 있는 민중과 함께 절규했다. 전태일 죽음의 신학화 작업, 한-일 국교정상화 반대운동, 3선개헌 반대운동 등은 진리가 딴 데 있지 않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 70~80년대 민주화운동을 통해 한신대를 빛낸 사람들. 왼쪽부터 김재준, 문익환, 안병무, 서남동 목사.
|
보수화 바람, 한신대를 강타하다
그러다 보니 권력의 탄압도 꽤 받았다. 70년대 중반 박정희는 한신대에 휴교령을 발동했다. 전두환 시대인 80년대 초반에는 2년간 신학과 학생을 뽑지 못했다. 안병무, 문동환 교수는 두번이나 해직됐다. 그런 희생의 역사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진보를 앞당겼다. 그러나 지금 한신대는 이 사회를 견인할 힘이 없어 보인다. 마치 시대적 사명이 끝난 듯하다. 왜 그럴까.
80년대로 접어들면서 물량주의·성장주의 열풍이 사회뿐 아니라 교회도 강타했다. 진보 학문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한신대도 피할 수 없었다. 80년대 중반부터 일부 교회들이 한신대에 진보성을 버리라고 요구했다.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그 요구의 강도가 점점 높아졌다. 한신대의 정신적 기초인 김재준에 대해서도 ‘교회 성장의 걸림돌’처럼 평가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성령운동을 강조하는 대형 교회 목사들이 최근 잇따라 교권을 장악하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지금 총회 차원에서 3000교회운동을 벌이고, 기장의 혼이 깃든 선교교육원 건물을 헐어버리고 그 위에 총회회관을 세우겠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의 일들이다. 이러한 외풍 앞에서 한신대의 진보 신학은 야성(野性)을 잃어가고 있다.
내부 분열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동환, 안병무 같은 진보 신학 교수들은 한신대의 종합화를 추진했다. 신학과 일반 학문의 접목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80년대 초반 종합대가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신학과와 일반 학과 교수들 사이에 앙금이 생겼다. 1987년 경제학과 김수행, 정운영 교수가 학교를 파행적으로 운영한다는 이유로 당시 학장의 조기 퇴진을 요구했고, 이를 계기로 갈등 구조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에도 40여명의 교수들이 현 총장의 뇌물 제공 의혹과 독단적인 학교 운영에 대해 책임지고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공교롭게 서명한 교수 가운데 신학교수는 한명도 없었다. ‘외풍’과 ‘내분’이라는 이중고 때문에 한신대는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서 면모를 잃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많은 사람들은 한신대의 신학이 보수화의 길을 걷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사회과학 분야에서 전통적인 좌파 이론으로 무장된 학자들이 즐비함에도 불구하고, 그 역량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점도 안타까운 일이다. 성공회대 사회과학 분야 교수들이 시민사회운동 분야에서 이론과 실천적 역량을 갖고 시대적 역할을 감당하듯이, 한신대는 노동 분야 등 전통적인 좌파 진영에서 그 몫을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한 내분으로 인해 이들이 가진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적 사회과학 교수들과 신학 교수들은 ‘전통 좌파와 민중신학의 결합’을 한신대의 이상적인 정체성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래야만 여전히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는 민중들과 함께하는, 참된 진리를 추구하고 실천하는 대학으로서 시대적 사명을 감당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
개인적으로 느끼는 단상..
예전에 1998년도 천안 아우내에서 열린 '민중신학 대토론회'를 참관하면서 그 때 느낀 것이 있다..
민중신학의 분위기가 이제는 한신대에서 성공회대로 넘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당시 그 자리엔 많은 성공회대 교수진들 뿐만 아니라 이재정 총장까지 직접 와서
민중신학 논문을 발표하고 민중신학과 사회운동에 대한 두드러진 관심과 활동들을 보여주었다..
반면에 90년대 이후의 한신대는 갈수록 -위의 기사에 언급된 대로-
그 신학현장이 목회현장의 시녀노릇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실로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위의 김종희씨 글에서도 한 가지 잘못 진단된 언급이 있다..
한신대의 이상적인 정체성을 "전통 좌파와 민중신학의 결합'이라고
얘기하는데 이 또한 퇴보하자는 얘기밖에 안된다..
왜냐하면 오히려 민중신학은 그동안 전통 좌파와 결합되어 왔었기때문에
그 한계를 노출시켰던 것이고 민중교회 역시 등을 돌리게 되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몇몇 교회들은 아예 다시 보수화쪽으로 회귀를 하기도 했었구..
물론 당시 암울했던 7,80년대 시대적 상황에서는 우리 사회의 적대자들이
매우 뚜렷하였고 이념적 투쟁이 분명하였던 시대였기에 이런 점에선
전통 좌파와 결합된 민중신학 역시 운동에선 어느 정도 효과가 있긴 했었다..
그러나 탈냉전과 보다 다원화되고 복잡한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념과 가치에 대한 투쟁적 문제 역시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고
이전의 마르크스주의 담론들은 한계를 노출시킬 뿐이었다..
게다가 기독교 신학은 근본적으로 그 밑바닥 베이스에 이를 경우
유물론적 무신론적 기반과는 서로 상호양립이 불가능하다..
물론 사회적 실천적 지평의 차원에선 서로 대화와 연대가 가능할지언정..
결국은 기장의 분위기가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있을 때에
보수교단의 물량주의와 영성 바람(이또한 보수화적 의미의 잘못된 영성일 뿐)이
급기야 기장 교단 전반에 불어닥쳐 기장은 정말로 많이 보수화되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신대의 신학현장도 결국은 보수화의 분위기로 나아가게 되고 만다..
이것이 바로 신학이 목회현장의 시녀 노릇으로 전락된다는 것의 의미일 것이다..
이는 나 혼자만의 시각도 아니고 특히 민중신학회 세미나를 하다보면
한신을 보는 대체적인 시각이기도 하다.. 매우 씁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나 자신이 학교를 다닐 때부터
보수적인 색채의 신학교수들이 속속들이 들어오는 편이었으니..
현재의 성공회대는 교수진들과 함께 사회적 실천 활동이 매우 활발하다..
그런 점에서 두드러지기에 사회운동권과 언론에도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사실은, 성공회대 역시 그 신학적 체계는
한신의 신학과 비슷하게도 분명하게 아직 갈피를 잡고 있진 않다는 점이다..
즉, 성공회대 역시 민중신학적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만 이들 역시
그것이 어떠한 방향성으로 가야할 지에 대해선 아직 명료화하고 있진 못한 것이다..
하지만 성공회대가 보다 나은 점은, 그렇다고 해서
적어도 한신대처럼 보수화 쪽으로는 결코 가질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이 바로 한신대의 사정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라고 하겠다..
현재로서 분명한 사실은, '보수화'되어서도 안되지만
전통 좌파와 결합되는 것또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작금의 21세기는 <새로운 대안적 신학 패러다임>과
이에 기반한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정합적이고 21세기에 들어서도 설득력 있는 비전이어야 할 것이다..
눈을 떠보면 이미 신학 뿐 아니라 우리 주위의 문명 세계 사회의 전반에
새로운 기운과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기에 보다 더욱 설득력 있는 신학적 비전을 가지고서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해들어가 <하나님 나라 운동들>을 일궈나가야 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화이트헤드와 새로운 민중신학』의
제11장 "참된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위하여" 에서
나 자신이 보는 기장의 신학과 교단의 우려에 대해
이러한 점에 대해 이미 기술하고 있는 바이다..
기장이여, 한신의 신학이여...
제발 원컨대, 다시 일어나길 정말 바라고 또 바라는 바이다..
물론 이는 민중신학을 사랑하고 한신을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몫일 것이리라..
|
|
2004-06-20 01:56:41 |
|
현재 총 157명 접속중입니다. (회원 0 명 / 손님 157 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