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기독교> 책이나 이곳 세기연의 글을 찾아보시면
이런 얘기들도 이미 반박된 걸로 나와 있는데.. 아직 모르시는 분들은
이곳 새로운 기독교 메뉴 게시판 글들 검색하시면 나와 있을 것입니다.
여기선 단지 간단하게만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이 얘기될 수 있겠지요.
우선은 보수 기독교인들은 종종 자유주의 신학과 현대의 진보신학을
정확하게 구분해서 쓰질 않는 점이 있습니다. 자유주의 신학이란 르네상스 이후
근대 계몽주의 시대, 대체로 19세기 후반 혹은 20세기 초반까지.. 적어도
바르트의 신정통주의가 나타나기 이전까지 있었던 학문적인 신학 사조로서
교리적 눈을 벗겨내고 근대 과학의 이성적 잣대로서 성서에 비평을 가한 것이 특징이지요.
자유주의 신학은 성서신학에 역사비평학을 도입한 공헌도 있으면 이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과입니다.
현대의 진보신학 진영은 이 기반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진보신학과 다른 점도 있습니다.
자유주의 신학에서는 성서에서 사실이 아닌 사항들(초자연주의적 기적들 등등)은 필요없는 걸로 버리거나
성서와 예수를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관점으로 축소시키는 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현대의 진보신학은 성서의 그러한 구절들도 유의미한 상징으로서 포섭하며
성서와 예수를 보는 관점이 자유주의 신학 때보다도 훨씬 더 다양한 맥락과 해석들로서 읽어낸다는 점입니다.
현대에서는 근대 자유주의 신학이 기독교 성서신학에 공헌한 점과
몇가지 실패한 점을 정확히 따져 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보수 기독교 진영이 이 구분 자체가 없어요.
심지어 온건한 신정통주의 신학자 바르트조차도 성서비평학을 인정했다는 이유로
몽땅 자유주의 신학자로 도매급으로 처리해버리지요.
1.
보수 근본주의자들의 인식속에는 성서비평학을 받아들이면
신앙이 왕창 무너진다 혹은 신앙에 회의가 든다라는 전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성경을 제대로 알려면 그것은 필수 코스와도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목사들도 공부하기가 힘들어서인지 혹은 교인들이 머리가 커지는 걸 두려워해서인지
성경공부 때 성서비평학의 성과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면 신앙이 무너진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오늘날 진보 기독교인들은 이미 기독교를 떠난 사람들이겠군요.
가능하면 <함께 읽은 구약성서> <함께 읽는 신약성서> 그리고 최근에 나온
김경호 목사의 <생명과 평화의 눈으로 읽는 성서> 등등
이런 진보적인 성경공부 교재들도 한 번 제대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괜찮다면 김경호 목사의 성서학당 80주 코스는 더욱 추천합니다.
2.
2번에 대해서도 이미 반박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보수신학은 인간의 이성을 무시하는 건가요?
이성을 포함하면서 넘어서야지 이성을 배제하면서 계시를 추구할 순 없지요.
하나님의 계시도 이성을 포월할 뿐이지 이성을 무시하거나 배제하는 게 아니랍니다.
삶이라는 게 이성으로만 죄다 판단되나요? 이성도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성을 배제해선 안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3.
기독교 역사와 전통을 보는 이해와 해석이 서로 다른 것뿐이지요.
기독교를 마냥 부정한다면 그건 안티기독교지 진보기독교가 아니잖아요.
게다가 이곳 세기연의 경우는
오류와 비극의 문제가 역사와 전통의 문제보다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아무리 엄청 좋은 역사와 전통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자꾸만
오류와 비극을 발생시킨다고 한다면 적어도 그 부분에 한해서는 개선된 수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끝으로 말씀드릴 점은, 종종 보수 기독교인들과는 왜 대화가 잘 되지 않느냐면
저들은 <확정형 사고>를 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입장을 일단 먼저 확정 짓고서 나오기에
대화가 되는 게 아닌 일방적 강요나 주입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적어도 <형성형 사고>를 해야 기본적 대화의 자세와 태도가 될 것입니다.
저들의 사고에는 <변하면 신앙이 무너진다>는 전제와 생각들이 암암리에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굳건히 지키는 보수적 입장이야말로 저들에겐 미덕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요즈음 기독교 (아니 종교라 하면 더 좋겠습니다)에 대한 시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 보수 교회에 다니며, 어느 정도 종교로서 보수 기독교도 인정하는 입장입니다. 목사님 설교를 들으면 가끔가다 동의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보수 교회 역시 건강한 교회라면 성경에서 그 나름의 종교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것까지는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래서 성경이 반드시 역사적 사실일 필요도 없고, 그 메시지가 전달만 된다는 입장입니다. 그 입장이 보수든 진보든 말이죠. 문제는 과학, 문학, 인문학 등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지식인들한테는 현재 교회의 메시지가 충분치 않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고보니, 어떤 종교든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종교라면 굳이 거부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좀 더 큰 맥락에서 봐야하지 않을까요. 오늘날에도 보수 기독교는 여전히 사람들의 영혼을 말살시키는 끔찍한 오류와 폐해를 지속해갈 뿐더러 그 보수 기독교 신학이 이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오류와 폐해가 있는 한 (아무리 내 주변에 친밀한 관계의 보수 기독교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역사상으로는 인정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같은 구약성서 및 유대교라고 해도 예수는 바리새인들을 결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생각컨대, 우리가 예수를 믿고 따르려는 이유가 결코 중산층적인 소시민적 삶의 추구에 머물러 있다고 보진 않습니다. 삶의 의미를 보더라도 우리는 보다 더 큰 맥락에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역사 속에서의 그런 보수 기독교가 여전히 존재하는 한 오류와 폐해 역시 반복적으로 계속 저질러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그 끔찍한 보수 기독교는 결코 멀리 있기에 시급한 것입니다. 그들은 너무나 가까이 심지어 내 동료나 내 가족 내 부모 자식들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새롭고 건강한 기독교의 도래는 더욱 더디게 되겠지요.
여기서 설교 애기를 안 할 수가 없군요. 실은 이 번에 미국 여행 갔다가 누나와 매형(매형은 원어민)이 교회에 다녀 같이 갔었습니다. 근데, 솔직히 저는 그 설교에 하품만 나오고 졸려서 누나한테 혼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누나와 매형은 설교뿐만 아니라 Worship을 상당히 긍정하는 눈치였습니다. 솔직히, 매형한테 설교 내용이 마음에 와닿느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참았습니다. 왜냐하면 매형한테는 설교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예배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참고로 저희 매형은 미국사람인자 그런지 상당히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사람입니다. 하는 일도 회계일이구요. 그리고 철학이나 종교 등 형이상학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기독교도 더 깊은 기독교가 있다고 말하고 싶어서 폴틸리히의 글을 이메일로 전달해준 적이 있습니다. 읽고 하는 말이 너무 추상적이라서 읽다가 말았다고 하더군요. 매형도 미국에서도 지식층에 속하는 사람인데 말이죠. 근데 제가 보기에는 목사들의 설교도 상당히 형이상학적이죠^^ 정용섭 목사가 설교비판을 했지만 현재 목사들의 설교에는 상당히 문제가 많습니다. 물론 정강길님의 노선은 정용섭 목사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정용섭 목사의 설교비판은 정당하고 올바른 지적입니다. 거기까지 나간 것도 상당한 진척이지요. 소시민적 삶을 애기하셨는데 보통 사람들은 먹고 살기 바쁘고 중산층들도 그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느끼는 것이 소시민적 삶이 무척이나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유교식으로 말하면 가정이 잘되야 나라도 세계도 잘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류와 폐해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성찰해나가면서 고쳐나가야지요. 그래서 세기연이 탄생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글이 길어졌네요.
네에 알겠습니다. 치노님께서 보수 기독교를 인정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결국 친한 가족과의 인간적 인연에 있었군요. 정용섭 목사에 대해선 이미 언급한 바 있으니 패스합니다. 한국에서 보수 근본주의 기독교는 그저 일부일 뿐이라고 보는 그분의 안이한 인식에는 저는 결코 동의하지 않습니다.
소시민적 삶이 무척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치노님 같은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성서가 말하는 예수는 결코 그렇게 여기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자크 엘룰인가 누가 말했던 것 같은데, 예수가 현대인들에게는 인스턴트 식품처럼 너무 믿기 편한 대상으로 바뀌었다고.. 하나님도 소시민적 삶을 위해 존재하는 기복적 의미의 신으로 전락되었다고.. 그저 내 처자식, 내 가족의 안위와 복을 내려주는 의미로서의 대상이 된 것뿐..
사실 저의 가족들 중에도 치노님의 가족과 비슷한 분들 많습니다. 저또한 가족들과의 화목과 안녕을 생각할 때는 언뜻 그냥 가족들과 잘 지내기 위해 종교도 적당히 잘 믿으면 되지 않냐는 식이 되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런 식의 기독교를 인정하는 문제와는 다른 차원의 얘기라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가족들의 화목과 안녕을 위해 기원하는, 그런 종교로서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 많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식의 신앙 패턴은 그 대상이 굳이 예수와 하나님이 아니더라도 다른 믿음의 종교들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보는 종교의 본래 의미는 애초 소시민적인 가족주의마저도 넘어서 있다고 봅니다. 물론 혈연 가족들과의 인연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적어도 예수도 붓다도 인류사의 위대한 종교 가르침들은 그것의 한계를 넘어서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혹자는 가족주의보다 오히려 공동체주의 운동에서 찾기도 하지요.
결론적으로 제가 애초에 말한 주장의 핵심은, 그러한 보수 기독교를 인정할수록 역사 속에서 그만큼 새롭고 건강한 기독교의 도래는 더딜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당시 주류 유대교였던 바리새인들을 예수는 결코 하나님을 믿는 종교로서 인정하질 않았었습니다. 그런 예수의 하나님나라 운동이 나중에 역사를 바꾸게 되는 거지요. 결국 가족주의 테두리보다는 좀 더 긴 안목으로 역사적 의미와 맥락 속에서 오늘의 나와 현재의 기독교를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며, 그런 점에서 적어도 소시민주의 곧 뿌띠부르주의의 한계마저도 극복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죠.
일단 오해부터 풀어야 겠네요. 미선이님께서는 제가 보수 기독교를 인정하는 부분이 가족과의 인연에 있었다고 보시는데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건 한 예를 든 것 뿐이며, 보수 기독교인들 중에도 인류애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긴 제 답들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합니다. 이제 요지가 나오겠네요. 제 생각은 오강나 교수가 애기했듯이 아마 심층 종교와 표피 종교 차이라고 할까요? 어쩌겠습니까? 표피 종교에 머무는 사람도 있는걸요. 나무랄수는 없다고 봅니다. 가족주의을 애기하셨는데, 미선이님께서는 불교식으로 말하면 대승적 차원이겠지요? 저는 소승적 차원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예수님도 제자한테 십자가에 목박히기 전에 어머님인 마리아를 부탁했고, 부척는 어머님이 돌아가셨을때 직접 가서 위로 한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저의 매형의 노후에 대한 계획은 제가 볼 때는 굉장히 이타적인 것입니다. 미국에는 개인주의 사상이 팽배하기 때문에 노인은 그냥 시설에 맡깁니다. 그래서 노인이 무척이나 외롭다는 것을 매형은 잘 인식하고 있지요. 매형은 퇴직 후 돈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노인하고 말 친구가 되는 봉사를 하겠다고 합니다. 무척 선한 것 아닌가요? 기독교가 많은 오류와 폐해를 저질렸음에도 불구하고요. 물론 이런 마음이 단지 교회를 다녀서 드는 마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리가 잘 안되지만 실천이 중요하다는 애기지요. 아픈 데를 건드려서 미안하지만 과거 우도님과도는 이런 주제로 갈등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보수화되네요. 미안한 생각듭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생활인 차원이지요. 세기연이나 미선이님이 매크로적인 세계를 추구하는 것은 잘 알지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마이크로적인 세계도 인정해 달라는 말이지요. 제 경험으로는 마이크로로 시작해서 매크로로 나가더라구요. 솔직히 글로선 한계가 있습니다. 한 번 만나서 건설적인 대화, 정말 그냥 술먹고 넉두리 풀어놓는 애기가 아니라, 저도 고민있고 미선이님도 고민있을 테고 한 번 대화를 놔누고 싶군요. 사족을 달면 인간으로 태어난 게 가끔은 한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오해라고 하셨지만 저는 어차피 치노님께서 쓰신 글을 토대로 해서 판단할 수 밖에 없지요. 애초에 치노님께서 예를 들어서 말씀하신 게, 결국은 가족과의 인연을 예로 드셨기에 이를 그 근거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오히려 치노님이야말로 제 얘기를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제가 쓴 글을 잘 들여다보면 저는 가족주의를 버려야 한다는 주장이 아닙니다. 마이크로한 미시적인 차원이라도 그것 역시 우선은 거시적인 차원의 맥락과 의미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예수나 부처도 바로 그렇게 실행했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치노님이 가족의 예를 든 경우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마이크로에서 매크로로 나가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제 매크로가 인지되었을 경우에는 이러한 매크로를 적용시키는 마이크로로 다시 한 번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바로 그 두 번째 단계에서부터는 치노님이 여진히 갈등과 고민 중에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을 살아나가다 보면 미시 담론을 중요시하고 거시 담론을 폄하하는 분들이 몇몇 있지요. 하지만 거시 담론은 삶의 기초 공사를 다시 터놓는 지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거시 담론이라고 부르지 않고 기초 담론이라고 부릅니다. 미시 담론은 그러한 기초들의 적용 영역인 셈이지요. 궁극적으는 둘 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순서는 집짓는 것과 비슷하게 기초 뼈대와 틀이라는 맥락과 의미 내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거시 담론을 폄하다보니 이천 년 동안 관념론적인 기독교 체제가 계속 유지되어 왔던 점이 있습니다. 그냥 오붓하고 화목하게 지내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문제와는 또 다른 맥락적 의미를 인지하지 않는 한 기존의 기독교 체제는 여전할 것입니다.
물론 정용섭 목사처럼 기존 기독교 체제에 안주하는 가운데 나름대로 안정 속의 개혁을 바라는 분들도 계실 것이지만, 이미 잘 아시다시피 이곳 세기연의 입장과는 분명하게 다른 것입니다. 행여 너무 지나치다고 여기실는지 모르나 오히려 이러한 세기연의 입장도 전체 스펙트럼에서 보면 하나쯤은 필요하다고 보기에 되려 반문을 드리자면 제가 오히려 치노님에게 세기연의 이러한 입장을 인정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결국 입장과 입장이 서로 충돌할 때에는 보다 더 큰 설득력 있는 지점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겠지만요).
생각컨대, 아마도 치노님의 입맛에 맞는 그런 기독교는 훨씬 더 많이 나와있을 걸로 봅니다. 그러나 진리는 좁은 문으로 나아가는 일입니다. 저는 가족주의 행복을 만족시키는 그런 보수 기독교에 대해선 이해는 하나 여전히 기존 기독교 체제를 고착화시키고 있는 숙주일 수 있다는 점에서만큼은 반대하는 것입니다. 저도 교회를 다니는 가족들이 있기에 예전에 치노님같은 생각을 안한 것도 아니지만 결국은 분명한 결단과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더군요.
그렇기에 오히려 자신의 가족을 비롯한 친밀한 인연들만이 아닌 궁극적으로는 전체 세계를 나의 가족으로 여길 수 있도록, 그런 최선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저의 입장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소시민적인 삶이 문제가 되는 것 같군요. 제가 보수화되었다고 말하는 부분이 이 부분입니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저도 거대담론에 무척이나 끌렸습니다. 하지만 요새는 나쁘게 말하면 소시민적인 삶에 안주한다는 말이 맞겠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 나름의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고 할까요. 그런 의미를 찾는 도중에 좀 더 거시적인 측면으로 나갈 수도 있고, 그냥 미시적인 측면에 머물 수 있다고 봅니다. 각자의 선택을 존중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기독교 내에서는 제 입맞에 맞는 것은 없습니다. 당분간은 생업에 더 많은 관심을 쏟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소시민적인 삶도 자본주의에서 유지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이 듭니다. 물론 이런 단계에서 더 나아가 불교에서 말하는 소위 각자(覺子)가 되서 더 많은 사람한테 영향을 준다면 더 좋겠지요.
네에 알겠습니다. 결국은 치노님은 소시민적인 삶에 안주하는 가운데 인생의 의미를 찾으신다고 한다면, 저는 기존의 보수 기독교를 대체하려는 기초담론(거대담론)의 틀을 다시 재축조하려는 가운데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점이 양자 간의 차이가 되겠군요. 이는 서로 간에 기독교의 예수 신앙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도 될테죠. 물론 각자의 선택은 존중합니다. 다만 제 견해는 치노님과 달리 다른 쪽에 더 우선적인 의미를 둔다는 것이었고 그럼으로써 궁극적인 삶의 목표와 지향에서 볼 때는 서로 간에 노선이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말씀드린 것이었습니다. 물론 선택은 자유지만요.
기독교 내에서 입맛에 맞는 기독교가 없다고 하셨는데, 제가 보기엔 소시민적 삶을 추구하는 기독교는 보수 기독교에서 너무나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미 보수 기독교 신앙 시절의 저의 경험이었기도 했지만 제 주변에서도 치노님과 비슷한 분들 많이 찾을 수 있었습니다. 기독교 신앙의 의미를 소시민적 삶에 두시려는 분들 말이죠. 미국에서도 이런 분들 많이 뵙었구요. 사실 미국에서도 청교도 신앙과 결합된 가족주의 이데올로기 역시 그냥 나온 게 아니었지요.
하지만 소시민적 삶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예수운동을 따르려는 신앙은 기독교 내에서 찾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궁극적으로는 양립불가능하니까요. 궁극적으로 예수님이 받았던 첫번째 시험인 빵과 하나님의 뜻(말씀)을 동시에 잡을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죠. 다만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한도 내에서 빵을 추구할 순 있지만요. 깨달음은 상위 단계로 올라갈수록 예전의 모습을 버리고 늘 새로운 모습을 취하도록 이끈다고 봅니다.
진정한 신앙은 한편으로는 새로운 모험이자 도전이기도 하지요. 성서에서도 회개를 뜻하는 메타노이아는 인생의 참 변화이자 인생관과 가치관의 전복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삶에 새로운 전향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그러한 성격의 것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Plain living High thinking'이란 말이 있습니다. 조금 풀이하자며 부자나 빈자나 하루 세끼 먹는 것 마찬가지고 집에서 자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자라면 빈자보다 더 좋은 음식 먹고 더 좋은 집에서 자겠지요. 그리고 부처도 인간생존을 위한 먹을 것은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시대에서 먹을 것이란 무엇일까요? 제가 보기에는 영어로 decent life가 보장되는 삶이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책을 읽고 싶을 때 책을 읽고 영화 보고 싶을 때 영화 보고 배고플 때 음식점가서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그런 정도의 경제적 여유 말입니다. 그리고 신약성경에도 나오는데 진리를 찾으려는 부자 청년이 예수께 찾아왔을 때 모든 것을 버리고 나를 따르라고 하죠. 그 청년 고민하다 그냐 갑니다. 솔직히 이 부분 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너무 가혹하지요. 물론 이 애기의 예수님의 뜻은 이해합니다.
그리고 너무 이분법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빵을 추구하면서도 진리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법정 스님처럼 살 필요는 없다고 봐요. 제가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것이 점점 둥글어 진다는 점입니다. 이 말은 줏대가 없다는 말로 들릴 수 있지만 그 만큼 지혜가 생긴다는 거지요. 과거에는 이해할 수 없던 것이 점점 이해가 갑니다. 이게 보수화된다고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제 사업을 어느 정도 안정시켜 놓고, 동서양의 고전을 정독하면서 노후를 보낼까 합니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말이죠.
안그래도 복음서의 그 사건 구절이 생각나 언급하려 했는데, 치노님 입장에선 이해가 안되신다는 게 제가 보기에는 더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치노님은 그런 예수가 가혹하다고 하셨지만 제가 보기엔 서로 간에 맞지 않을 뿐입니다. 만일 치노님이 예수를 계속 믿고자 한다면 예수의 그러한 급진성을 다소 유화시켜서 믿거나 껄끄러운 부분들을 희석시킨 예수를 믿는 수밖에 없겠지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현대인들의 안락한 노후까지도 보장해줄 수 있는 편리한 예수로서 말이죠.
복음서의 그 사건에서 경제적 재산이나 소유를 넘어 궁극적인 삶의 목표를 예수의 하나님나라 운동에 헌신하라는 말씀을 아무래도 그 부자 청년 역시 이해하기는 힘들었을 걸로 봅니다. 저는 이와 비슷한 사례를 뉴욕에서 겪은 적도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치노님 같은 분의 사례는 결코 드물지 않으며, 알고 보면 주변에 참 많다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재산이 쌓이고, 가족들의 안정을 바라게 되면 그 몸은 변화를 바라기보다는 안정을 찾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기도 합니다. 따라서 치노님에 대해서도 그 자체를 비난하고픈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그로 인해 알게모르게 자리하게 되는 정치적 사회적 맥락에서의 자리매김 그리고 그것이 기존 보수 기독교 시스템을 고착화하는 흐름에 있는지 아니면 그 반대에 있는지에 따라 맞대응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제가 이분법이면 치노님 역시 마찬가지로 이분법이 되는 것이지요. 님 역시 빵을 추구하면서 진리를 찾듯이 저는 진리를 추구하는 가운데 빵을 구할 뿐이니까요. 삶의 목표를 추구함에 있어 궁극적인 우선 순위가 다르다는 것이지요.
아무쪼록 바라시는대로 편안하고 안락한 노후의 삶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역시 치노님께서 소망하시는 바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하지만 님의 길은 제가 추구하는 길과는 다르다는 점을 말씀드린 것이며,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길과도 다르다고 볼 뿐입니다. 다만 알게모르게 보수 기독교 체제에 존속에 이바지하는 한 서로 간에 부득이한 노선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는군요.
현재 총 197명 접속중입니다. (회원 0 명 / 손님 197 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