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펴보니까 크레이그 에반스는 톰 라이트처럼 중간 복음주의 진영의
온건파 성서학자인듯.. 적어도 에반스는 성서무오설의 입장은 아니더군요.
하지만 신학적으로는 여전히 보수적인 선탠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체로
바르트 계열의 신학자들과 비슷한 맥락에 놓여 있다고 여겨집니다. 루터리안인 타이센이 추천할만하죠.
즉, 성서비평은 취하되 막 나가는 자유주의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보수 근본주의도 아닌 위치인 거죠.
내용 중에선 도마복음의 연대 문제는 이미 기존 진보 신학자들 내에서도 여전히 제각각이라
합의되지 않은 부분입니다. 단지 북미권에서 일어난 역사적 예수 제3탐구의 경우
도마복음이 Q자료 같은 어록 문헌과 비슷하다고 보고 이를 매우 일찍 잡는 이들이 있는 거뿐이구요.
제 생각엔 도마복음의 연대 문제는 앞으로도 합의되기 힘든 계속 논란이 될 사항이라고 봅니다.
그 밖에 베드로복음, 에거튼복음, 마리아복음, 마가의 비밀복음 등등 이러한 것들은
대체로 영지주의 문헌들에 속합니다. 일부 기존 진보 기독교 신학자 및 예수신화 학파의 경우는
이들 영지주의 문헌에 우호적인 점도 없잖아 있지요. 물론 저는 영지주의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입장입니다.
GIO(God-I-Others)가 아닌 주로 GI에만 집중되어 있으니까요. 깨달음 혹은 신앙에 타자가 빠져 있다는 점에서
알고 보면 결국은 보수 기독교나 영지주의나 서로 닮아 있는 점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에반스가 바트 어만을 비판했다고 쓰여 있는데 바트 어만의 경우는
예수를 보는 입장이 제3탐구 진영의 학자들(크로산, 보그 등등)과 달리 묵시운동가로 보고 있지요.
북미권의 예수세미나 학자들 중에서는 이례적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기독교의 신 존재 이해에 모순이 있다고 여겨서 기독교를 떠난 것으로 압니다.
어떤 면에서 에반스가 언급한 것처럼 이것 아니면 저것 이라는 식으로 어만에게선
다소 극단적인 면 역시 없잖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만이 제기한 모순들은
새로운 신론에서는 얼마든지 극복가능한 것들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바트 어만의 경우 새로운 신론에 대해선 공부를 안한 것인지 그다지 깊지 못한 점도 없잖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전공한 사본학이나 성서학에 대해서만큼은 전문가라는 점도 부인되어선 안될 테죠.
앞서 말씀드렸듯이 에반스의 입장이 주목받는 것은 다소 변증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보수 기독교인들도 에반스가 성서무오설의 입장이 아니라는 점,
성서비평의 성과들을 받아들이는 지점에 대해서도 인지해야만 할 것입니다.
다만 기존 복음주의자들이나 기존의 진보 기독교인들마저도 으례히 그러하듯이
성서에 나타난 초자연주의적 기적 내용에 대해선 이를 역사적 사실로 믿거나 혹은
내심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더라도 매우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그다지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습니다. 물론 보수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보수 정통 신앙을 변증해주는 맥락에 있기에
비록 에반스가 성서비평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를 반갑게 받아들여졌을 법 합니다.
그러나 반가워하더라도 에반스의 다소 껄끄러운 부분들(성서비평을 받아들이는 부분)에 대해선
침묵하거나 별말을 하지 않고 애매모호하게 남겨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역사적 예수 연구사에 대한 개괄적 이해에 대해선
이곳 새로운 기독교 운동 게시판에서(물론 이미 읽어보셨을수도 있겠지만)
'교리적 예수에서 역사적 예수로' 라는 일련의 연재글들을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http://freeview.org/bbs/tb.php/b001/24
안그래도 이 책에 대한 소개와 요약된 내용을 보았는데 얼마 전 이곳 세기연에서도 추천해주신 바트 어만의
[성경 왜곡의 역사], [예수 왜곡의 역사]에 대한 반박 및 예수 세미나를 비롯한 소위 '역사적 예수' 를 주장하는
견해에 대한 허구성과 편향성을 고발하고, 그들이 제시한 역사적 증거라는 것이 많은 부분 왜곡, 과장됨을 밝히면서
역사적 예수에 대한 논의에 종지부를 찍는다기에 다소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혹시나 그동한의 학설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온건지 궁금하기도 했구요.
그런데 위의 말씀대로라면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는것 같은데 그렇다면 과장된 표현일까요...
암튼 한 번 읽어볼 필요는 있는것 같네요. 저자의 권위가 선전 내용처럼 그렇게 대단한 것인지도 궁금하고
이 기회에 예수 세미나에서 주장하는 역사적 예수에 대한 내용도 함께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예수 세미나의 연구 결과나 그들의 주장을 소개한 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이 책의 저자인 에반스와 바트 어만이 신약성경이 과연 예수를 왜곡했는지에 대한 주제로 공개 토론도
했다고 하네요. (http://yaong2.com/bc/archives/728)
혹시나 기회가 되신다면 공개 토론에 대한 내용도 한 번 소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영어를 잘 몰라서리;;)
말씀하신대로 에반스와 바트 어만도 서로 다르지만
보다 진보적인 입장이라고 생각되는 바트 어만과 예수 세미나와도 입장이 판이하게 다릅니다.
또한 예수 세미나 안에서도 역사적 예수 이해가 서로 다르구요.
이를테면 크로산과 버튼 맥이 서로 다른 입장이듯이..
예수세미나에 대한 소개로는 <예수 2000년>(대한기독교서회) 책이 괜찮을 듯 합니다.
마커스 보그, 존 도미니크 크로산을 비롯해 예수세미나 여러 학자들이 공동 집필한 책이니까요.
하지만 예수세미나도 전체 몇백 년의 역사적 예수 탐구에서 보면 제3탐구에 속할 뿐입니다.
따라서 역사적 예수 연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흐름을 잡는 게 더 우선일 것입니다.
이에 대해선 제가 앞의 참조 링크 글에서 설명과 함께
도서 목록까지 열거해놓았으니 찾아보시면 나옵니다.
그런 지경인데 보수적인 에반스의 입장 역시 결코 새로운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역사적 예수 연구사에서 익히 등장하는 캐릭터들 가운데 하나니까요.
공개토론의 내용을 잠시 봤지만 본문비평에 대한 이해부터가 애초 서로 달라 충돌하는 것 같더군요.
저도 영어가 일천한지라 일일히 그것만 죙일 들여다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점 양해바랍니다.
암튼 역사적 예수 문제를 놓고 진보적인 입장과 충돌하는 보수측과의 토론은 에반스 말고도 많다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크로산의 입장을 놓고서 보수측의 신학자들 많이 나와서 공격을 하였지요.
예수세미나가 대중적 인기를 끌었을 때 공개 TV토론도 많이 했었구요.
일일히 설명드리기엔 너무 많지만, 제가 보기에는 크로산의 역량에 많이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이들 보수측의 논리에는 교회전통에 들어와야 예수를 알 수 있다는 말하는 식이 강합니다.
예수세미나의 역사적 예수 이해를 직접 읽어보시려면 적어도
크로산과 로버트 펑크와 마커스 보그 정도는 필히 읽어보셔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알버트 슈바이처와 루돌프 불트만도 필수입니다.
아마도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일급의 치밀한 성서학자를 꼽는다면 단연 루돌프 불트만입니다.
저는 그의 최종 논지에 동의하는 입장은 아닙니다만 학문적 역량면에서는 당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저작과 다른 성서학자들의 저서를 비교해보면 깜량의 차이를 단박에 느낄 정도지요.
그리고 슈바이처는 역사적 예수 연구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와 결론을 제기를 했던 학자입니다.
슈바이처와 불트만의 저서는 대한기독교출판사에서도 번역되어 있습니다.
현재의 제 경우는 오히려 가장 엄격한 고등 비평을 추구하는 로버트 프라이스에 많은 공감을 느낍니다.
예수 세미나 회원이기하지만 크로산마저 비판하는 매우 급진적인 입장입니다.
여기에 홀슬리와 안병무의 역사적 예수 연구도 함께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들도 검색해보시면 많이 나올 것입니다. 다만 프라이스의 저작은 국내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보면 역사적 예수 공부가 큰 산처럼 느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역사적 예수 탐구는 그 과정 자체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 작업이기도 하기에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것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신앙에 있어서도 소중한 체험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제가 이렇게 설명한들 아무 소용없습니다.
가능하면 역사적 예수 연구는 직접 탐구해보시길 강력히 권합니다.
하지만 보수든 진보든 사심없이 공평무사하게
보다 많은 자료와 정보들을 다루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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