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동안 일이 있어 이제서야 답변 드리네요. 아주 중요한 질문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기존 기독교의 폐해를 생각해볼 때 성경공부의 왜곡이 너무나 크니까요. 대부분은 성경공부라기보다 교리공부에 가까울 것입니다.
일단은 성서무오설의 성서관이 아닌 새로운 기독교의 성서관을 인지하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번에 나온 <기독교 대전환>책의 성서관 파트를 잘 읽어보시면 최근의 내용까지 곁들여 아주 잘 나와 있습니다.
혹시 책을 구입하시기가 뭣하시면 이곳 새로운 기독교 메뉴의 게시판 글에도 (비록 예전 버전이지만)
'문자적 성서해석에서 사건적 성서해석으로'의 중요한 내용들은 실려 있으니 꼭 읽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인간의 삶에는 사실과 의미가 함께 혼재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시지각 및 뇌부터가 일상적으로도 사실과 비사실을 잘 구분못하듯이 말이죠. 즉, 이처럼 성서 안에도 백퍼센트 사실 유무만 따져서 곤란할 것입니다. 사실도 있고, 사실이 아닌 것들도 있습니다. 당시는 신화와 마법과 주술이 함께 혼재된 삶을 살았던 고대사회인들의 세계입니다.
기존 기독교의 성서관에는 초자연주의라는 신념이 깔려 있기에 이것이 오늘날의 현대에서는 많은 폐해와 불통을 일으키는 점이 있습니다. 초자연주의적인 것들은 비사실적인 것들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를 버려야 할 필요까진 없습니다. 그것은 당시의 고대인들에게는 의미 있는 서술들이었기 때문에 의미로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정녀 탄생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서 굳이 성경 안에서 몽땅 다 빼버려야 한다고 볼 필요는 없으며, 현대의 우리로서는 그것이 갖는 의미로서 수용하면 얼마든지 충분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성서에 시도된 여러 역사비평적 방법들에 대해서 공부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이는 보수 기독교와 진보 기독교가 갈라지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보수 기독교 진영은 자유주의 신학이라고 해서 이를 거부합니다. 물론 역사비평적 방법이 성서 해석의 전부라고 할 순 없으며 한계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 백 년 동안에 진행된 정당한 성과들까지 무시되어선 안될 것이기에 꼭 공부해보시길 권합니다. 지금은 일반인들을 위해 매우 쉽게 나와 있는 책들도 많이 있답니다.
적어도 이러한 성서관에 서 있는 사람들이라면 기존의 보수 기독교 성서가 얼마나 나이브한 것인지를 알게 될 것이며, 또한 여호화의 증인, 신흥 종파라는 신천지, 박옥수 목사나 구원파 혹은 이상한 사이비 교주 단체들의 성서 해석들에도 말려들지도 않을 것으로 봅니다.
그렇게 될 수가 없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역사비평적인 성서 해석 방법은 성서의 내용들에 대해 엄밀한 과학적인 비평 잣대를 적용한 인문학적 탐구로서의 성서 연구이기 때문입니다. 어줍잖은 보수 기독교 종파들의 성서 해석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죠.
따라서 진보 기독교의 성서 공부에 대해서도 적어도 한 번 이싱은 공부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이들은 교리적 해석이 아니라 오히려 역사비평에다 약자해방이라는 관점과 맥락으로서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관통하는 입장입니다.
현재 김경호 목사가 쓰고 있는 <생명과 평화의 눈으로 읽는 성서>시리즈가 대표적일 것이며,
여러 진보 기독교 성서학자와 목사들이 함께 작업했던
<함께 읽는 구약성서> (한국신학연구소)
<함께 읽는 신약성서> (한국신학연구소) 도 괜찮습니다.
괜찮다면 민중신학을 공부해보셔도 좋습니다. 유물론적 성서해석이나 사회학적 성서해석의 방법들까지 공부해보시는 것도 신앙적 여정에 있어서도 매우 값지고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물론 기존 진보 기독교 진영의 성경공부 역시 일정한 한계가 있습니다. 아쉽게도 조직신학적 성경공부 교재들이 거의 전무하게 없다는 사실입니다.
기존 보수 기독교 진영의 성경공부 교재들이 대부분이 <조직신학적 성경공부 교재들>임에 반해,
우습게도 기존의 진보 기독교 진영의 성경공부 교재들은 거의가 <성서신학적 성경공부 교재들>입니다.
이 양자적 차이에 대해선 http://freeview.org/bbs/tb.php/b001/32 글 참조.
어쨌든 이제까지 제가 두서없이 얘기했지만, 어차피 이러한 내용들은 <기독교 대전환>(대장간)이라는 책에 모두 정리되어 나와 있습니다. 이곳 책이라서 제가 강조하고 추천하는 게 아니라 기존 기독교 서적들 모두 눈씻고 찾아봐도, 보수 기독교 진영과 진보 기독교 진영의 성경공부 한계를 통틀어 살펴보고 있는 새로운 기독교 입장의 성서관에 관한 책이 거의 없다는 점 때문입니다.
제가 그 책에서도 누누이 강조한 것이지만, 성서오류설로서의 성서가 훨씬 더 심오한 경지에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얼핏 성서무오설로서의 성서가 훨씬 더 신앙적일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성서오류설을 통해서 우리는 하나님의 계시에 나아갈 수 있습니다. 성서의 문자 하나하나 자체가 하나님의 계시가 아닙니다. 성서는 하나님의 뜻을 인간의 언어로서 담고 있는 그릇 같은 것입니다. 이때 인간의 언어 부분은 시대적 한계 및 충분한 오류가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오류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그 뒤에 깔려 있는 진정한 하나님의 뜻과 만날 수 있다고 봅니다.
참고로 복음서의 역사적 예수 연구에 대해선,
'교리적 예수에서 역사적 예수로' 라는 파트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끝으로 진정한 QT는 세계를 보는 눈이 열린 가운데 성서의 구절들을 묵상할 때 제대로 보이게 된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몸학에서는 GIO(God-I-Others) 명상과도 관련됩니다.
성경은 사실과 의미가 혼재된 세상 그 자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내가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와 성서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는 함께 엮여져 있습니다. 놀랍게도 성서는 내가 성장한 그릇만큼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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