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과연 한국교회에 교리가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좀 진지하게 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먼저 한 가지 말씀드리는 것은,

한국교회 안에 교리가 없기 때문에

그것이 잘못되었고 교리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논지는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미선 님께서

말씀하시는 한국 보수 근본주의 기독교와 교회의

교리적 특징과 문제점들을 기본적으로는 인정을 합니다만,

최근 대부분의 보수 기독교 진영을 보는 저의 관점은

미선 님의 관점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자세히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제가 공부를 했던 한일장신대학교 신학부(전주/ 예장 통합측)에서

교회사를 가르치셨던 교수님은 '지금 한국교회가 점점 갈수록 교리가

무너져 가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저도 미선 님과 같은 모태신앙인이고

지금까지 37년 동안 살아오면서 한 번도

교회를 떠난 적이 없는데

2012년 현재 한국교회에는

아예 '교리' 자체가 있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듭니다.

 

지금의 대다수 한국교회는

교리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 안합니다.

 

제가 여러 교회에서 교육전도사를 했었고

지금도 하고 있지만 현재 대부분의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은 '교리'에는 아예 관심도 없고

입만 열면 '부흥' '성장' '성령 충만' '성령의 능력' '성령의 은사'

'축복' '성공' '건강' '긍정의 힘' '삼박자 구원' 등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성경에도 별로 관심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평소에 성경 많이 읽는 신자들의

비율이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일주일 내내 성경 한 장도 안 보다가

주일날 하루 교회 가서 목회자의 설교만 듣고 끝냅니다.

성경책 위에는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있지요.

 

성경이니 교리니 신학이니 하는 것들은

자기들한테 아무 유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회도 옛날에는 성경을 깊이 공부하는

'사경회'라는 모임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경회'는 온데간데 없고

(아주 극히 일부가 있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 '심령대부흥회'를 하고 있습니다.

 

고 옥한흠 목사의 아들인 옥성호 씨가

쓰신 '심리학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 '마케팅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

'엔터테인먼트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 등의 책을 읽어보셨는지 모르지만

지금 한국교회에서 성경이 어떻고 진리가 어떻고 교리가 어떻고 신학이 어떻고

하는 사람들은 왕따 당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런 부분에 거의 관심 없습니다.

 

지금 한국교회에서는 교리 교육 자체가 실종되었습니다.

평신도들만 그런 게 아니라 목회자도 목회하면서

평신도들에게 교리교육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 같이

지금의 한국교회는 교리보다는

성령운동이나 부흥운동, 전도와 선교에

훨씬 관심이 많습니다.

 

물론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는 기본적인(?) 교리는

붙들고 있습니다만, 예수천당 불신지옥 외에는

한국교회 신자들이 알고 있는 교리는 거의 없습니다.

 

기독교의 대표적인 교리라 할 만한

삼위일체 교리도 교인들 대부분은 잘 모릅니다.

목사들도 삼위일체 교리를 잘 몰라서 설교 시간에

삼위일체 설교는 거의 안 하는 현실입니다.

 

오직 부흥,

오직 성장,

오직 성령,

오직 전도,

오직 큰 교회,

오직 성공과 출세, 번영, 부귀영화, 무병장수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기독교의 전통교리라고 하는 것들에 대해

미선 님은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고 말씀하시지만

지금 한국교회 신자들이 관심이 많은 위의 것들은

그런 기독교의 전통교리들하고는 전혀 무관한 것들입니다.

기독교의 전통교리나 보수신학에서도 위의 내용들은 거의 얘기를 안하거든요.

 

좀 전에 언급한 옥한흠 목사의 아들

옥성호 씨가 보수 근본주의, 전통 교리의 입장에서(마틴 로이든 존스의 영향을 많이 받음)

현재 기독교가 심리학에, 마케팅에, 엔터테인먼트에 심각하게 물들어서

성경의 교리에서 한참 벗어났다고 비판을 했거든요.

옥성호 씨 같은 분들은 진보 기독교 진영에서도 별로 안 좋아하지만

현재 한국의 보수 기독교 진영에서도 좋아하는 신자들이 별로 많이 없습니다.

 

현재 보수 기독교 진영에서 좋아하는 인물은

기독교의 전통교리와는 거리가 먼 조용기 목사, 김홍도 목사, 전광훈 목사, 윤석전 목사(연세중앙교회)

같은 사람들이지 옥성호 씨나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 같은 사람들이 결코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선 님이 지적하신

보수 기독교 진영의 교리적 색채가

지금 현재 다 없어진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보수 기독교 진영을

보다 더 객관적으로 봤을 때

교리를 중시하는 교회는 그야말로 극소수입니다.

 

요즘은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 루터교 등의

교파나 교단이 한국 보수 기독교 진영에서 거의 의미를 상실했습니다.

 

일반 신자들은 자기 교파의 교리를 잘 모르고 교리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은혜'가 안된다고 합니다. 교리 강조하는 사람들은 은혜가 없는 사람이라고 치부합니다.

 

옥성호 씨가 부족한 기독교 시리즈 3부작을 내고 나서

보수 기독교 신자들한테 사이버 상에서 엄청난 공격을 받았습니다.

"교리를 강조하는 근본주의자, 당신은 은혜가 없는 사람이요.

뭘 그렇게 따지시오. 성경을 좀 몰라도, 교리를 좀 몰라도 은혜만 받으면 되지!"

이렇게 공격들을 했습니다.

 

그래서 전 미선 님의 관점과 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리에 매여 있는 게 좋으냐 나쁘냐를 따지기 이전에

2012년 현재 한국 보수 기독교 자체가

교리를 거의 버리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인은 그 정서 자체가

무속적인 정서이기 때문에

앞으로 가면 갈수록

한국 보수 기독교도 교리를 폐기처분하고

'무속적, 기복적, 신비주의적 기독교' 내지는 '교회성장지상주의 기독교'

'성공과 번영의 기독교' '감정 중심의 기독교' '성령운동과 부흥운동 중심의 기독교'로 흘러갈 것입니다.

 

새로운 기독교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보수 기독교의 전통교리만을 비판해서 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작업도 물론 필요하겠으나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현재 보수 기독교의 흐름인

위의 내용들을 보다 냉철하게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님의 은총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