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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펌] 부자들의 성녀, 마더 데레사 (채만수)    
  글쓴이 : 미선이 날 짜 : 06-04-22 19:04 조회(17255)
   트랙백 주소 : http://freeview.org/bbs/tb.php/f001/4 





자신들이 여지껏 몰랐던, 기존의 상식을 깨는 이런 글들은 종종 일반 대중들의 불편한 심기들을 건드리곤 한다.. 참고로 나는 나를 불편하게 하는 글들이 좋다.. 물론 정당하게 말이다.. 그 이유는 그러한 불편한 글들이야말로 무지한 나를 성장시키는 계기이자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마더 데레사를 그렇게 많이 싫어하진 않는다.. 마더 데레사는 그나마 '보수 종교인의 위치에서의 최대한의 좋은 사례'로 볼 뿐이다.. 물론 그 정도만이라도 괜찮은 삶을 살았다고 얘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동시에 그러한 보수적 입장 자체에서 오는 마더 데레사의 어쩔 수 없는 한계도 심각하게 노출되고 있었다는 점도 분명하게 인지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마더 데레사에 대해 모르고 있는 지점이 바로 그 후자인 것이다..

 
..........................................................................
 
 

마더 테레사, 부자들의 성녀
 

채만수/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부소장
 



적선지가필유여경(積善之家必有餘慶)! 아귀다툼의 이 삭막한 세상에서 어 려운 이에게 베푸는 적선은 칭송할지언정 헐뜯을 일이 아니다. 하물며, 적선을 평생의 업으로 삼았음에랴!

그리하여 아마도 ‘살아 있는 성녀’, ‘빈자들의 어머니’, 테레사 수녀 가 숨지자 신문과 방송은,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또 그들도 그렇 게 울었는지(?) 모른다. 그리하여 아마도 9월13일 캘커타에서 국장으로 거행된 장례에 정말 기라성 같은, 왕자들, 여왕들, 대통령들, 영부인들, 총리들, 대사들, 저명인사들, 조문특사들이 불원천리 달려와 그렇게 조상 했는지 모른다.
 
“가난을 받아들여라”

그런데, 그렇게 ‘하늘도 울고 땅도 우는’(?) 속에 매몰차게 쏘아 붙이 는 한 목소리(“Workers World”, 97. 9. 25)가 있어, 여기에 소개한다. 그 목소리는 묻는다. 왜 세계의 부자들은 유독 마더 테레사를 그토록 사 랑했던 걸까? 대자본의 매스컴들은 왜 무수한 지면과 시간을 들여 그를 본받아야 한다고 야단일까? 마더 테레사에게 경의를 표하는 수많은 저명 인사들이 왜 자기나라의 빈민들에게는 냉담하기로 악명높은 걸까? (지난 여름 ‘시민단체 대표’로서 지하철 노동자들의 파업 움직임에 그토록 적 의를 드러냈던 이가 한국 조문사절단 대표였음도 우연만은 아닌지 모르겠 다). 1백만명의 빈민들이 길거리에 늘어서 애도하리라던 매스컴의 예측을 배반하고 왜 실제는 그 5%도 안 되었는가? 가난한 이들은 은혜를 모르는 것일까? 그를 그토록 유명하게 한 감동적인 메시지는 무엇인가? 왜 ‘살 아 있는 성인’이라 불렸으며, 그토록 많은 인도주의 상과 노벨평화상을 받았는가? 등등.

장례식 전날, 그의 후계자인 니르말라 수녀는, “가난은 아름답다”던 마 더 테레사의 견해를 재확인했다. 그에 따르면, 테레사는 가난의 원인이나 사회환경을 바꾸는 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테레사에게 “가난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었고, 따라서 그는 “가난을 올바로 바라보고 받아 들이며, 하나님께서 양식을 주심을 믿을 것”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이것 이야말로 세계 각지의 부자들이 다투어 찬양한 마더 테레사의 메시지였다 . “가난을 받아들여라!” 그들 부자들에게는 참으로 거룩한 메시지이기에!

마더 테레사는 정의를 말한 적이 없다. 그와 그가 캘커타에 세운 ‘자선 의 선교회’(Missionaries of Charity: ‘사랑의 선교회’는 의도적 오역 ?)는 빈민, 죽어가는 이들, 고아들을 돌보는 데에 자신들을 희생했지만, 그들을 조직하여 권리와 좀더 나은 삶을 위해 투쟁하게 하지도, 의료·연 금·교육·최저임금·노동조합 등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불가촉 천민’에 대한 가혹한 카스트적 차별을 철폐할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유력한 부자들은 그를 사랑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를 포옹하고, 바티칸의 국무장관이 그의 장례 미사를 주관했지만, 로마 가톨릭에서 정말 ‘가난한 이들 중에서도 가난 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많은 신부와 수녀들은 추방·억압당해 왔다. 토 지없는 소작농민들과 가난한 도시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중·남미 ‘해방신 학’의 투쟁적인 신부와 수녀들은, “가난과 질병은 하나님의 선물”이라 는 마더 테레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이 보기에 가난의 원인은 인간의 필요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경제체제이기 때문에, 그들은 그 체제의 근본 적 변혁을 위해 빈민들을 조직하고 지원한다.

마더 테레사는 해방신학의 노골적인 반대자이자 아이티의 두발리에 같은 독재자의 친구·지지자이기도 했다. 그가 처음 두각을 나타낸 것도 교황 요한 23세와 60년대의 바티칸 제2공회의 좀더 자유주의적인 사고에 대한 반대자로서였다. 아일랜드가, 유럽 유일의 이혼 및 재혼 금지 헌법규정을 철폐할 것인지 국민투표를 했을 때에는 서둘러 달려가 가난한 아일랜드 여성들에게 ‘변화는 죄악’임을 강론하기도 했다. 
 
‘빈곤과 저항의 도시’ 캘커타

‘자선의 선교회’ 본부가 있는 캘커타는 약 3백년 전에 영국동인도회사 가 세운 식민주의의 중심지이자 아편무역항이었지만, 그 식민주의를 끝장 낸 폭발적 민중운동의 도시이기도 하다. 지금은 주민 1천1백만의 공업도 시이자 인도 최대의 항구도시이며, 주민의 약 3분의 1이 슬럼에서 살고 2 백만명 이상이 ‘홈리스’로 떠도는 빈곤의 도시로, 인도에서 가장 크고 전투적인 노동자계급이 총파업을 조직하곤 하는 저항의 도시이다. 생활수 준을 개선하고 부당한 사회에 양보를 강제할 가능성만 보이면, 수십만· 수백만이 거리로 나서 시위를 벌이곤 하는 도시이다.

이렇게 계급의식이 높은 도시에서 빈민들은 ‘가난을 받아들이라’는 마 더 테레사의 메시지에 보내는, 특히 서방 언론의 갈채를 의혹의 눈으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부자와 권력가들이 그를 ‘성인’으로 떠받들 때, 캘 커타와 세계의 빈민들은 자신들의 가난을 축복하는 대신에 그것을 끝장낼 방도를 궁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16일 제 1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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