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록의 시끄러움과 광폭함을 어떻게 볼 것인가
- 이 부분은 조성진氏의 글을 대부분 그대로 요약, 정리한 것이지만, 조성진氏의 글에는 기독교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해서 중간중간에는 본인이 기독교와 연관지어 논의를 펴나갈 것이다. 조성진, 「헤비메틀 대사전」(서울: 삼호출판사, 1995), pp.19-3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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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끄러움과 광폭함의 극치를 달리는 <스래쉬 메탈>Thrash Metal 80년대 초반 낭만과
쾌락적 분위기의 L.A 록/메탈이 득세하다가 바로크 메탈이 L.A 메탈의
지나친 쾌락주의를 경계하면서 대두되었다. 그러다가 바로크 메탈을
참고하면서 리프의 속도와 리듬을 보강한 전대미문의 극단적인 록인
<스래쉬 메탈>Thrash Metal이 출현하였다. 이 사운드의 영향은
너무나도 강렬해서 이후 80년대 중, 후반에 와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메탈의 기류로서 자리하게 된다. 스래쉬 메탈은 헤비메탈 안에서도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세찬 급류처럼 절박하게 쏟아져 나오는 리듬의 급템포와 격렬한 사운드 그리고 공간을 찢으며 폭력적으로 울부짖는 연주와 보컬은 마치 속도와 테러에 목숨을 건 듯하다. 가사들 또한 이전보다 더 더욱 극단적이다. 살벌한 새디즘과 메조키즘적 표현, 사랑을 증오하고 대신에 열렬히 부르짖는 파괴적 일상들, 사상의 혼란스러움과 반기독교 그리고 사탄을 숭배하는 의식들, 폭력, 일탈, 잔인성 등등 이런 개념들이 스래쉬 메탈이 즐겨하는 단골주제들이다.1) 특히 스래쉬 메탈의 유파 중에서도 블랙 메탈Black Metal-사타닉 메탈Satanic Metal이라고도 한다.-과 록의 극단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하는 데스 메탈Death Metal은 더 더욱 그러하다. 이들은 아예 기존 세계관의 가치와 신념이 전도된 상태에 대한 살벌한 맹신적 자세를 보여준다. 블랙 메탈에서의 적은 기독교이며 그들은 사탄을 통해 구원을 찾으려고 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2. 스래쉬 메탈은 현대 사회 안에서의 끔찍한 자기 몸부림 이런 점 때문에 스래쉬 메탈은 서구 기독교 사회에서 가장 지탄받는 록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고 스래쉬 메탈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반핵을 주장하는 메탈 처치Metal Church나 전쟁의 비인간성을 고발하는 세풀투라Sepultura와 메탈리카Metallica 그리고 현대인들의 특유의 무관심을 꼬집은 크리에이터Kreator 등등 일부 스래쉬 집단은 정상적인 관심사를 노래하고 있다. 하지만 둘 다 표현에 있어서는 정상적인 문장보다 직설적이고도 거침없이 내뱉는 감정극한의 문장을 즐겨 사용한다.2) 이들 스래쉬 밴드의
과격한 어법들은 죽음, 테러, 전쟁, 공포, 사탄 등에 대한 병적인 관심을
표현하는데, 이는 우리들에게 중요한 사회학적 단서들을 제공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팝 컬럼니스트 조성진씨가 헤비 메탈의 미학적 표현을,
현대사회의 자본주의 메카니즘에 의한 단절된 인간관계와 인간 실존의
상실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참을 수 없고도 견딜 수 없는,
흡사 앞뒤가 꽉 막힌 교통체증의 현장에서 숨막힐 듯한 답답함을 뒤로하고
허공에 외쳐되는 그 한마디, "답답해 미치겠다"라는 말로
빗대어 놓은 것은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었다고 생각된다.3)
3. 서구 기독교 사회가 남긴 것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빠진 것은 이러한 현상을 통해 바로 서구 기독교 사회의 한계와 그 부작용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이전까지 예수가 지배하고 기독교가 다스렸던 서구 근대정신이 남겨놓은 것은 전쟁과 공포, 실업자, 자살, 제국주의와 핵무기 개발 등등 현대문명의 불완전함과 절망밖에 없었다는 것을 그들은 느꼈던 것이다. 사회 구조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짐에 따라 어느 것이 선이고 어느 것이 악인지 명쾌한 도덕적 판단이 어렵게 되고, 어느 누구도 신뢰할 수 없는 기만적인 사회 분위기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수단과 수단의 관계로 전락시키고야 말았다. 조성진씨는 자신의 글에서 세 가지 즉, 편법주의 풍조, 자아 정체감의 상실에 따른 불안감, 수단으로서의 인간관계 등을 언급하면서 스래쉬는 이러한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세 가지 문제가 음악으로 구체화된 전형이라고 말한다.
4. <악마주의>에 대한 이해 그런데 왜 하필 사탄인가?-조금은 아이러니한 물음이지만- 예수가 아니라면 부처도 있고, 알라신도 있는데, 왜 하필 사탄인가? 왜에? 원래 <악마주의>는 상업성에서 출발했다. 뭔가 튀어보이고 쇼를 연출하며 대중에게 주목을 받으려는 상업적 성격이 강했지만, 그 상업적 배경 뒤에는 은연중에 기성세대에 반발하려다 보니 기성세대가 믿고 있던 기존의 종교까지도 강하게 부정하고 싶었던 심리가 바탕에 깔려 있었다고 본다. 즉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여호아 하나님이 지배해왔었던 사회는 우리에게 절망만을 안겨다 주었을 뿐이다. 이제 하나님을 버리고 사탄을 믿어 사탄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자! 예수는 우리에게 <통제>와 <금욕>을 강요했지만, 우리는 이제 사탄에게서 <해방>과 <자유>4)를 배우자."
그렇다. 이들의 반항은 옳지만, 그것은 대안없는 반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사탄이즘Satanism을 숭배하는 이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극단적인 방법을 연출하기까지 한다. 교회에다 불을 지르고 피를 뿌리는 의식을 거행하는 등 스스로 잔인하고도 광폭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이들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기존의 대안없는 반발과 이에 따른 도피만이 그들 앞에 남아 있는 것이다. 이들 블랙메탈 그룹들은 아직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그룹들이다. 그들의 정체성은 <안티크리스트>Antichrist에 다름 아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기존 사회에 대한 비뚤어진 반감, 대안없는 불만의 토로, 이것이 바로 블랙 메탈의 정체성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당연히 상업성쪽으로 귀결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일단은 자기들이 어필해야 그들의 외침을 들어줄 사람이 있는 것이다. 이들 집단은 어처구니없게도 기독교라는 종교를 반대한다지만, 아러니하게 자기들 또한 사탄에 대한 종교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대안 없는 외침은 앞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자기 고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5. 사타니즘의 음악이라도 음악은 음악이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은 무뎁뽀적인 반항이었지만, 이들의 음악적 역량만큼은 뛰어났음을 알아야 한다. 그들은 적어도 음악적 표현력에 있어서 어떤 선율과 어떤 리듬의 구조로써 어떤 분위기를 가지고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를 알았으며, 사운드가 주는 풍부한 감수성을 인지하고 있는 능력있는 뮤지션이었다. 즉, 가사(주장)는 대안없는 반발이었지만, 작곡에서 그 가사가 주는 정서만큼은 음악적 형식으로 제대로 나타낼 줄 알았다는 것이다. 평론가들과 매니아들에게 어필하는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6. 스래쉬 그룹들의 살벌한 이름들 스래쉬는 가사만이 아니라 그룹명에서도 대단히 도전적이며 파괴적(충격적)인 앙스를 풍긴다. 무기 등 공격적인 측면이 내포된 Artillery포병이나 Slayer학살자 등이 있는가 하면 뒤바뀐 가치관이 내포된 Deicide신을 죽이는 자나 Atrophy(도덕심 따위의) 감퇴라는 뜻의 이름도 있다. 또한 한걸음 더 나아가 금방 죽일 듯이 위협적으로 대들거나 이미 죽은 상태를 뜻하는 살벌한 것도 있다. Venom(독사, 전갈 따위가 분비한 독액, 惡意), Obituary사망기사, Megadeath백만인의 죽음, Sepultura무덤, Overkill과잉살상 등이 그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시체 등을 검사하는 검시관이라는 뜻의 Coroner, 흑사병Pestilence 등등 소름끼치는 예들은 얼마든지 있다. 이와 같은 돌출적인 이름 역시 현대 젊은이의 사회적, 심리적 좌절, 불만 등과 무관하지 않다.5) 7. 스래쉬는 자의식의 폭발 스래쉬는 인습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하게 항상 새로움을, 변화를, 위험을 찾는 그 움직임의 삶 속에서
행복감 구한다. 그리고 16비트의 투 베이스 겹리듬과 32박 속주의 절박한
기타, 짐승의 포효를 연상케하는 보컬 등으로 사회와 인간을 표현한다.
그 거칠은 터치의 묘사는 스래쉬는 신봉할 만한 사상을 찾아내는데 실패한-기독교는 우리가 더 이상 신봉할 만한 가치가 못되고 있음을 깨달은- 현대 산업사회의 반역자들이 새로운 세대의 이디엄을 찾는 현대 젊은이들의 열망의 표현이다. 거기에는 철저히 사회에서 억눌렸던 자의식(自意識)의 폭발이 주를 이룬다.7)
8. 스래쉬 이해의 관건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듣기 좋은 목소리와 깔끔한 멜로디, 그리고 짜임새있는 구성과 서서히 극적으로 몰아가는 분위기 등을 중시하며 이런 요소들이 잘 반영될수록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래쉬는 일반론과 정반대이다. 누가 더 격하게 절규하고 발광하며, 멜로디를 짓이겨 살인적인 화음을 만들어 내는가 하는 것이 스래쉬의 표현방식이다. 스래쉬 이해의 관건은 건전, 불건전의 차원에서보다는 현대 사회의 한 표정으로 받아들이는 개방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스래쉬thrash 자체가 '마구 때리다,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다, 몸부림치다, 승부가 날 때까지 싸우다.'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미를 내모하고 이다.. 의 뜻을 내포하고 있기에 건전, 불건전의 차원에서만 스래쉬를 평가한다면 조금은 편협적인 시각이 아닌가 생각된다. 스래쉬는 불안한 현대사회의 모순과 아픈 면을 담고 있는 문화의 형식임을 알고 내가 이 땅을 살아가는 청년이라면 이 사회를 향해 부르짖는 그것의 광기와 절규를 한 번쯤은 들어봄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9. 아름다움(美)을 나타내는 표현에도 여러 갈래가 있다. 한때 데스메탈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관련 업자가 구속된 적이 있었다.8) 그때 도매급으로 데스메탈이라는 장르자체가 악마주의 음악으로 지탄과 탄압을 받았던 것이다. 이들은 예술의 미학이란 차원을 전혀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미학의 역사에 있어서 특히 칸트의 철학은 미적 개념을 바꿔 놓았다. 그는 <미>란 인간의 의식이 사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구성하는 실체로 이해한다. 즉 사물이 본래적으로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인식 작용에 의해 아름다움이 창조된다고 본 것이다. 이로 인해 19세기에 꽃 핀 것이 우리가 흔히 아는 <낭만주의> 사조다. 낭만주의 사조는 보들레르의 「악(惡)의 꽃」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것은 그 이전의 있었던 기존의 미적 개념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악하고 추한 것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아드르노는 그의 대표적 저서인 「미학이론」의 첫 구절에서 그 유명한 말을 한다. "예술에 관한 한 이제 자명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라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적 관점에는 여러 갈래가 있다. 굳이 보기 좋고 듣기 좋은 것만 예술이라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예술의 자유로움을 억압하는 것이다. 생각을 달리 해보라. 우리는 문득 하층민들의 지저분하고 구역질나는 하꼬방들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여길 데가 있다. 때로는 때묻은 손수건과 삐뚤어진 단추가 박힌 옷이 오히려 더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가 있다. 미에도 여러 갈래가 있는 것이다. 폭력美, 그로테스크美, 장엄美, 우아美, 그리고 더 나아가 추한 것도 미적 영역에 속할 수 있다는 추미(醜美) 등등. 아름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려면 적어도 우리는 이러한 인식의 확대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눈이 있어도 보는 눈이 보지 못하게 만들 수 있으며, 귀가 있어도 듣는 귀가 듣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10. 음악적 장르간에 차이는 있어도 차별을 두지는 말라. 영화에도 공포영화가
있고 폭력적인 갱스터 영화가 있다. 그런 영화 중에서도 극찬을 받는
영화가 있듯이 록음악도 미학적 관점에서 어떤 장르의 음악이든 차별없이
성숙한 사회일수록 다양한 문화적 장르들이 공존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그 사회가 차별적인 문화적 습성들은 그 나름대로 존중하고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클래식도, 록/메탈도, 재즈도, 국악도,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것이며, 여러 사람들에게 자양분을 공급하고 있는 현실이라면, 이들의 다양한 문화적 장치들을 한 번쯤 이해해봄직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선진 문화시민을 향한 나의 바램이다. |
1) 조성진, op. cit., p.19.
2) Ibid. p.21.
3) Ibid, p.29.
4) 물론 그들에게선 해방과 자유지만, 실은 <도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5) Ibid, p.30.
6) Ibid, p.32.
7) Ibid, p.27.
8) 아마 97년도에 일어났던 캐니멀 콥스Cannibal Corps의 음반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솔직히 데스 메탈의 극치를 이루는 이들의 음악은 정말 식인종 군단처럼 무시무시하다. 그러나 그것도 뮤지션의 역량으로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는 성숙한 문화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포영화 「나이트메어」는 괜찮고, 음악은 안된다는 편견은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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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읽자! 세계를 읽자!
그것은
삭막한 현대문명을 살아가는 오늘날에 있어서 자기 존재에 대한 살아있음의
몸부림이요, 끔찍한 자기 고발인 것이다. 
너무나도
광적이라 무질서와 아수라, 이드(Id)만이 판을 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자아정체 상실의 현대 산업사회에서 그와 같은 폭발적인 본능에
대한 대담한 묘사는 젊은이들에게 특이하게도 역동적인 힘과 자신감을
준다. 거기에는 '강함'이 있고, 서슴치 않는 '자기표현'이 있기 때문이다.
시속 100킬로로 놓고 오토바이로 산등성이나 들판을 달릴 때, 자동차의
서치라이트만이 비치는 한밤의 고속도로에서 시속 120킬로 이상으로
차의 엑셀레이터를 밟으며 질주할 때 바로 이와 같은 압도적인 속도감이
주는 쾌감, 그것이 바로 스래쉬의 표현 미학이고, 현대 산업사회의 복잡함과
기계화에 움츠려진 젊은이들의 시원스런 기지개인 것이다.6) 
받아들여
줬으면 한다. 데스 메탈이라는 장르자체가 극단적인 죽음과 섹스와 폭력을
지향하고 있는데 가사가 혐오스럽다고 목소리가 짐승같다고, 음악이
너무 시끄럽다고 비난만 하는 것은 오히려 자신의 문화적 우둔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한 우둔함을 지닌 몰문화주의자들은 록의 시끄러움과 광폭함을
비난하기 이전에 그러한 음악도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임을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