Ⅹ.기억할만한 록앨범

Ⅸ. ☞ 기억할만한 록 앨범

- 여기에 적힌 앨범들은 대중성보다 록의 역사에 있어서 기념할 만한 앨범들을 중심으로 해서 뽑은 것이다. 즉 일반적으로 평론가들과 매니아들한테는 명반으로 통하는 것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앨범들을 다 실은 것은 아니고 빠진 앨범들도 상당히 많이 있으리라고 본다. 게다가 본인이 나름대로 괜찮다고 보는 앨범들도 몇 개 추천해 봤다. 몇 가지 추가할 사항이나 의문이 있다면 언제든지 음악세계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길 바란다..

☞ Elvis Presley, 「Golden Record Vol.1」, (1958)

1950년대 당시 스탠다드 팝 가수였던 프랭크 시나트라가 "저게 무슨 음악이냐! 저런 놈이 어떻게 가수가 됐냐!"며 미국의회에까지 고발을 하면서 격렬하게 비난했었던 뮤지션이 있다. 그러나 그 뮤지션은 그러한 보수적인 진영과의 샅바싸움에서 절대 굴하지 않고 한 세대를 격정의 리듬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가 바로 희대의 로큰롤 제왕인 엘비스 프레슬리다.

엘비스 이후에야 비로소 젊은 층들은 아버지 세대의 음악이 아닌 자신들의 음악을 찾기 시작했으며, 그들만의 문화적 정체성을 하나하나 쌓아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만약에 엘비스가 군대를 가지 않고 그 흐름을 60년대에까지 이어갔다면 비틀즈의 열풍이 그렇게까지 굉장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그는 록의 역사에서 초창기 록 진화의 원초적 대표격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만큼 한 시대를 구가했던 것이다. 그가 죽은 뒤에도 여전히 살았니? 죽었니?하고 떠드는 것은 그만큼 그가 한 시대의 전설이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언제 들어도 엘비스의 흑인적인 음색은 감탄스러울 정도로 감미로우며 격정적인데, 엘비스의 로큰롤은 TV-CF 때문인지 특히 우리 귀에도 아주 익숙하다. 벌써 사십 년 전의 아주 오래된 옛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앨범이며, 시대를 초월한 로큰롤의 세련된 감각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정말인데, 본작에서는 버릴 곡이 하나 없다. 그 정도로 추천하고 싶은 음반이기도 하다. 실로 이 앨범은 블루스와 컨트리의 융합인 로큰롤의 진화과정을 알 수 있게 하는 동시에 보수진영의 공격에 대한 '로큰롤의 위대한 승전보'라고 할 수 있겠다.

☞ Bob Dylan, 「Blood On The Tracks」, (1975)

우리나라에는 정말 딜런같은 아티스트가 절실히 필요하다. 딜런같은 아티스트가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적 현실이 오늘날의 이 지경까진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미국의 현대사에 있어서 '딜런읽기'가 음악계와 더불어 학계에 교양필수라고 하니 우리로써는 아직 딜런만한 뮤지션을 만나지 못했다고 봐야 타당한 평가일 것이다. 실로 그는 거대한 아티스트임이 분명하다. 지적인 분위기의 달콤한 스팅Sting의 가사가 제 아무리를 시(詩)적이라고 해도 딜런의 메타포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다.(스팅을 좋아하는 팬들에겐 심려를 끼치는 말일지는 몰라도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하버드 대학에 밥 딜런 영문학 강좌가 생기고, 딜런이 노벨문학상 후보에까지 올랐다는 것도, 딜런의 노래로 인해 청년세대가 하나로 뭉치게 된 현상도 그리 호들갑스럽게 놀랄 일이 아니다.

40년이 다 되어 가도록 그가 속한 사회와 음악의 이해관계에서 끊임없이 자기탐구의 길을 걸어가는 아티스트가 어디 흔하던가. 대중적인 음악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대중과 늘 가까이 있으며, 대중음악의 미래를 예견하는 통찰력과 그 선구자적 용기는 언제나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주는 아티스트로 남아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딜런은 진정한 천재였다. 만약 우리나라에 딜런같은 뮤지션이 호응을 받는 시대가 온다면, 그 땐 그만큼 그 시대의 우리나라의 전체 음악적 토양이 견실해졌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포크나 록은 역사적으로 대체로 저항성을 담지했던 장르였지만, 그 소비 계층은 조금 다르다. 포크는 주로 학생이나 지식인 계층이 수용한 음악이었다면, 록은 거리의 청춘들이 표현한 하위문화에 속한다. 딜런은 바로 비틀즈에 의해 증폭된 록을 의식화시킨 장본인이며, 포크와 컨트리를 록의 진영으로 이끌고 온 뮤지션이었다. 당시로서는 이러한 딜런의 음악적 자세는 대중에게 외면을 받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후대로 가면 갈수록 대중들은 딜런의 음악적 행보가 옳았음을 인식하였던 것이다. 딜런이 왜 위대한 아티스트인가? 딜런은 바로 대세에 굴하지 않고 소신껏 자신의 신념을 펼쳐나간 진정한 주체적 음악인이었기 때문이다.

딜런의 음반에는 명반이 많지만 그 중에서 몇 개를 뽑아보자면, 초기 앨범인「The Freewheelin' Bob Dylan」(63)에서는 당시 진보적 젊은이들을 대변한 딜런의 정의와 분노, 정열과 확신을 느낄 수 있으며, 그리고 포크에서 포크 록의 태동을 알린 [Highway 61 Revisited](65)는 포크 팬들에게 계란세례와 돌을 맞으면서도 발매했던 유명한 앨범이다. 이외에도 지금의 더 월 플라워스The Wallflowers의 제이콥 딜런을 낳은 사라 로운즈와의 결혼앨범으로 알려진 [Blonde On Blonde](66)과 반면에 사라 로운즈와의 이혼앨범으로 알려진 본작은 딜런 예술의 결정판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 딜런을 가장 많이 알린 <One More Cup Of Coffee>이라는 노래는 딜런 음반 중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Desire](76)에 실려있다.

☞ Rolling Stones, 「Aftermath」, (1966)

굳이 노골적으로 성을 까발리는 노래가 아니더라도 이 세상 전체를 <Paint it Black>하고 싶다고 고래고래 고함지르며 못된 심뽀를 한껏 드러낼 때부터 이들은 로큰롤의 악동들이라고 불리웠었다. 록의 역사에서 롤링 스톤즈는 한마디로 '우상파괴의 원조'격으로 평가받는다. 이들의 음악은 주로 리듬 앤 블루스 계열의 음악이었는데, 가사는 기성세대에 대한 철저한 반관습적인 측면을 그것도 직설적으로 노래하고 있으며, 특히 여기에는 성적인 게 많다. 한때 세간에는 '당신의 딸이 처녀이기를 바란다면 절대로 롤링 스톤즈의 콘서트장에 보내지 마라'는 얘기가 나돌 지경이었으니까.

전체적으로 로큰롤과 블루스로 요약되는 이들 롤링 스톤즈의 음악이 제멋대로의 젊음과 자유분방함을 세련되지는 않으나 리얼하게 묘사한 점은 60년대의 청년세대들을 사로잡았던 크나큰 요인이었으며, 이들의 직설적인 표현과 욕구분출은 동시대의 비틀즈에서조차 느끼지 못한 매력이었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비틀즈는 출신이 하층민임에도 불구하고 중산층인 모드족의 색깔을 갖고 있었는데 반해 롤링 스톤즈는 중산층의 엘리트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저분하고 거친 색깔을 표방하여 거리의 하급계층의 젊은이들에게 오히려 인기가 많았다.

이 앨범은 사악한 악동들로만 인식되던 롤링 스톤즈가 처음으로 음악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며,-그러나 가사에 담긴 여성비하로 인해 페미니스트들에게는 쓰레기로 취급받았다는 점도 알아두길 바란다- 이외에도 롤링 스톤즈의 음반 중에서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명반을 꼽으라고 한다면 「Beggars Banquet」(68), 「Let It Bleed」(69), 「Sticky Fingers」(71), 「Exile On Main Street」(72) 정도가 있겠다. 롤링 스톤즈를 처음 접하는 분에게 본작을 추천하는 것보다는 「Sticky Fingers」를 추천하고 싶다. 어느 평론가가 말했듯이, 롤링 스톤즈가 록의 전부라고는 할 수 없어도 적어도 롤링 스톤즈에는 록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렇게 날뛰었던 악동들이었어도 이들도 세월 앞에서는 점잖아 질 수밖에 없었나 보다. 오랜 세월을 지나친 그룹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들의 직설적인 발악을 보기 힘들다고 한다. 나이 탓인가? 지금 이들의 공연장에는 넥타이를 멘 중년의 신사들이 얌전하게 팝콘을 먹으며 공연을 관람한다고 하니까. 한때 이들의 공연에 오프닝 밴드로 참가했던 레드 핫 찰리 페퍼스Red Hot Cilli Papers는 정말로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공연이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Oh, Shit!"

☞ Yardbirds, 「Having A Rave Up With The Yardirds」, (1966)

록계의 3대 기타리스트가 모두 야드버즈라는 그룹을 거쳤다는 것만으로도 록의 역사에 있어서 야드버즈는 충분히 하나의 전설이 될 것이다. 에릭 크랩튼은 야드버즈에 가입당시 그룹의 기타리스트가 별로 기타를 잘 못친다고 핀잔(?)을 주면서 자신이 대신 그 자리에 들어간 것이다. 물론 나중에는 그 자신의 음악적 이상과 욕심을 실현하기 위해 결국은 탈퇴하지만, 에릭의 탈퇴는 또 다른 기타리스트인 제프 벡Jeff Beck과 지미 페이지Jimmy Page가 들어오는 계기가 된다.

본작은 바로 에릭 크랩튼이 탈퇴한 그 자리에 제프 벡과 지미 페이지를 받아들여 록 그룹사상 최초로 트윈 리드 기타 시스템을 도입한 앨범으로 실험성과 파괴력 넘치는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야드버즈는 나중에 70년대 슈퍼 울트라급의 하드록 그룹인 레드 제플린의 모체가 된다.

☞ Beatles,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1967)

클래식계의 마에스트로로 유명한 레너드 번스타인도 극찬했던 이 앨범은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으로 손꼽히며, 비틀즈의 모든 재능이 집약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아마도 이 앨범에 대한 것은 찬사밖에 없는 것 같다. 초기의 발랄한 비트를 버린 대신 실험적이고도 혁신적인 사운드였음에도 듣기에 무리가 없으며, 당시 젊은이들의 생각과 감성이 적나라하게 들어있다. 즉 고독과 현실세계의 탈출, 동양의 종교에 고양된 젊은이들이 심취했던 LSD, 마리화나의 환각 세계와 그 필연적 결과물이랄 수 있는 60년대의 사이키델릭 시대정서가 온전히 담겨 있었던 앨범인 것이다. 또한 음반 기술적인 면에서도 획기적인데 교차리듬과 테잎의 역회전, 속도 조절 등 당시로서는 믹싱의 갖가지 기술이 총동원되었던 앨범이기도 하다.

물론 이 앨범을 오늘날의 평인이 듣는다면 별스런 것 없을 지 모르겠으나 여기엔 사이키델적인 감수성 뿐 아니라 아트 록적인 요소까지 집약되어 있다. 발매 당시 극찬의 극찬을 받은 앨범이지만, 히피문화가 기성 세대에 대한 반감을 결국은 은둔적 도피로 표출시켰듯이 히피적 감수성을 표현한 이 앨범도 정치, 사회성의 부재로 나타나기에 이 앨범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자면 바로 이점을 들 수 있다고 본다.

비틀즈의 앨범들은 명반 분류가 따로 필요치 않을 정도로 대부분이 명반에 속하지만 비틀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본작보다는 초기 걸작인 [Please Please Me](63)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으며, 개인적으로는 비틀즈 그룹이 해체되기 직전의 [Abbey Road](69) 이전에 나온 애플 레코드사의 제1호 앨범이자 흔히 '화이트'앨범으로 알려진 [The Beatles](68)를 가장 맘에 들어하고 있다.

☞ Who, 「My Generation」, (1965)

흔히 외국의 그룹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기타와 앰프를 마구 부숴버리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브리티시 인베이젼의 3대 주자의 하나였던 그룹 후가 어느 날 공연 중에 천장이 낮아 우연히 기타의 넥이 부러지자 관객이 열광한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물론 지미 헨드릭스 같은 경우는 기타를 아예 불지르고 처형시키기도 하지만. 아무튼 후는 무대 공연시 기타와 앰프를 부수는 연출을 도입한 최초의 그룹으로 곧잘 평가된다. 이것만 최초인가? 어떤 평론가는 볼륨의 크기에서도 후는 최초의 그룹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헤비 메탈과 펑크에 있어서 그 계보를 따라 올라가보면 맨 꼭대기에는 후가 있다는 것이다. 그 뿐인가. 지미 헨드릭스와 에릭 클랩튼도 후의 리더인 피터 타운센드의 후원과 도움이 없었다면 록 역사에 기념비적인 인물이 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후는 앨범 제목에서도 불현듯 느껴지듯이 세대의 감수성을 "늙기 전에 죽고 싶다"라는 섬뜩하리만큼 첨예한 가사로 당시 삐딱한 백인 중산계층의 청년들을 일컫는 모드족의 가치관을 대변하고 있는 그룹이었다. 이외에 록 역사상 최초의 록 오페라를 시도했다고 평가받는 [Tommy](68)라는 앨범과 후의 스튜디어 녹음의 걸작 음반인 [Who's Next](71)가 후의 명반에 속한다.

☞ Moody Blues, 「Days Of Future Passed」, (1967)

킹 크림슨 이전에 진정한 아트록 그룹이 있었다면, 바로 이 무디 블루스라는 그룹을 꼽을 수 있겠다. 80년대 이후의 무디 블루스는 팝그룹으로 전락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이 앨범이 주는 음악적인 미려함은 오래도록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었다.

본작은 무디 블루스의 음반 중에서도 명반으로 꼽을 뿐 아니라 록음악사에 있어서도 아트록의 파이오니아로써 기념비적인 앨범으로 꼽고 있는 걸작이다. 교향곡의 선율과 밴드의 협연이 잘 조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특히 마이클 핀더의 멜로트론의 활약은 아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본작은 록과 클래식과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제시한 아주 빼어난 작품으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크로스오버의 진일보 가능성이 엿보이는 수작앨범으로 지금까지 평가받고 있다.

☞ Velvet Underground, 「The Velvet Underground & Nico」, (1967)

비틀즈가 오버그라운드의 최고봉이었다면,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언더그라운드계열의 대사부였다. 영화 <접속>에도 소개되었던 루 리드Lou Reed의 음악적 감성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어느 평론가가 말하듯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모든 얼터너티브한 것들의 시초로서 평가되며, 비틀즈가 당시의 대중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끼쳤는데 반해, 이들은 그 흔한 히트곡 하나 없는, 전혀 대중적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후의 뮤지션들에게는 비틀즈보다 가장 많이 영향을 끼쳤던 그룹으로 밝혀졌었던 것이다.

바나나 앨범으로 유명한 이 음반은 벨벳 언더그라운드 & 니코의 데뷔작으로 60년대 미국 사회에 대한 비트족들의 경멸과 음울함을 전위적인 사운드로 통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해낸 록의 역사에 있어서 최고 걸작 중의 하나이다. 이 음반을 통해서 이들은 히피들의 사랑과 낭만이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정확하게 예측했으며, 앞서 얘기했듯이 이후의 데이빗 보위를 위시한 수많은 그룹과 후배 아티스트들이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을 제일로 좋아했고 또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숱하게 술회했을 정도로 록에 대한 노랫말과 사운드의 파급적 영향력은 매우 지대한 것이었다.

☞ Procol Harum, 「A Whiter Shade Of Pale」, (1967)

프로콜 하럼은 영국은 프로그레시브록 그룹으로 한때 정우성이 초콜렛 CF에 나와 사랑을 향해 달려가던 장면에서 사용되기도 했던 <A Whiter Shade Of Pale>은 30년이 넘게 흘렀어도 바래지 않고 누구나 좋아하는 불후의 명곡이 되버렸다. 잔잔한 하몬드 오르간이 가슴을 울리던 그 멜로디와 게리 부룩커Gary Brooker의 코맹맹이 같은 목소리는 듣는 이를 추억 속의 열정으로 빠져들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프로콜 하럼의 음반은 초기 2집과 「Shine On Brightly」(1968), 3집 「A Salty Dog」(1969) 그리고 후반기 걸작인 「Grand Hotel」(1973)이 명반에 속한다. 특히 「Grand Hotel」에는 <A Whiter Shade Of Pale>만큼이나 감동적인 <Grand Hotel>과 <Fires>가 들어있다.

☞ Doors, 「The Doors」, (1967)

프란시스 코폴라의 걸작 영화 '지옥의 묵시룩'을 보면 오프닝 장면에서 흘러나왔던 몽환적 사운드를 익히 기억할 것이다. 첫 장면에서부터 '디스 이스 디엔∼'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이 노래가 바로 그 유명한 도어즈의 <The End>라는 노래다. 도어즈는 록의 역사에 있어서 록의 수수께끼 혹은 사이키델릭 록의 황제로 남아있는 그룹으로 평가받는다. 만약 당신이 사이키델릭 록이 뭔지를 알고 싶다면 제퍼슨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의 음악을 들어라. 그러나 사이키델릭 록이 뭔지를 느끼고 싶다면 여기 도어즈의 음악을 들어라.

이 음반은 도어즈의 데뷔앨범으로 반역과 일탈, 광기와 환각이 전부였던 짐 모리슨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보여준다. 특히 초현실주의적인 노랫말을 확인하며 들을 필요가 있는 작품으로, 무엇보다 십일 분이 넘는 대곡인 <The End>에서 나타난 섬찟하고도 극단적인 일탈은 현실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음을 확인케 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가사를 노래로 불렀다면 돌 맞아 죽기 십상일 것이다. "아버지를 죽이고 싶고 어머니와 씹하고 싶다"는 짐 모리슨의 외침은 단순히 외디푸스 콤플렉스만을 얘기한 것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언젠가 짐 모리슨은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모든 위대한 것은 가식을 벗을 때에만이 진정한 인간애로 표현될 수 있다."고. 한마디로 그의 음악은 이에 대한 진지한 역설적 탐구였던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트 록의 범주에까지 넣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매력적인 앨범이다.

☞ Jimi Hendrix, 「Are You Experienced」, (1967)

헤비 메탈 사운드가 보편화된 지금에 와서 이 음반을 듣는다면야 별스런 것이 없다고 생각할 진 모르나 30여 년 전에 이 음반에 실린 <Purple Haze>의 인트로가 흘러나올 당시에는 충격 그 자체였다고 한다. 그의 일렉트릭 기타에서 섬광과도 같은 연주와 굉음이 분노하는 젊음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그들을 흥분으로 몰고 갔던 바로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의 이 데뷔앨범은 지미 헨드릭스의 혁명적인 일렉트릭 기타 주법에서 느꼈을 어마어마한 분노와 광음을 통해 그의 적나라한 투쟁성의 시작을 한껏 표현하고 있다. 지미 헨드릭스의 또다른 명반인 「Electric Ladyland」라는 앨범에서는 아예 앨범 자켓의 사진부터가 센세이션할 정도로-흑인과 백인아가씨들의 알몸 사진- 그는 기존의 체제를 부정하는 뮤지션이었다.

우리로써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음악적 가능성을 열어놓고 죽었기에 이제는 그만큼 그를 능가할만한 기타리스트가 나오고 싶어도 나오지 못한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블루스 기타의 명인으로 알려진 마이크 올드필드는 지미 헨드릭스의 연주를 듣는 순간 자신은 그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고백할 정도이며, 에릭 클랩튼을 비롯한 록계의 3대 기타리스트들마저도 지미 헨드릭스를 존경했던 점은 그가 영원한 일렉트릭 기타의 지존으로 남아있음을 웅변적으로 증명한다고 하겠다. 피드백 주법을 비롯하여 일렉트릭 기타에 대한 '사운드 메이킹'이란 개념을 지미 헨드릭스만큼 그토록 광범위하고도 영향력있게 일깨운 사람은 이후의 록의 역사에서 아직까지도 나오지 않았다. 지미 헨드릭스 이전에는 단지 얌전히 기타를 튕기면 그것이 기타를 치는 것의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미 헨드릭스는 기타를 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기타를 처형시킨다. 일렉트릭 기타의 교과서를 다시 쓰게 만든 기타리스트, 그가 바로 지미 헨드릭스다.

왼손잡이를 결코 경멸하지 마라! 록기타의 영원한 일인자로 남아있는 지미 헨드릭스는 불후의 왼손 기타리스트였다.

☞ Janis Joplin, 「Cheap Thrills」, (1968)

도어즈의 짐 모리슨, 지미 헨드릭스와 더불어 성스런 3J라고 불리는 제니스 조플린은 록계에서 하나의 신화적 계보를 이끌어 냈다. 제니스 조플린 이전에 여성가수라고 하면 곱고 아름다운 목소리만을 내는 가수만이 최고의 여성가수로 쳤으며, 모든 여가수들은 이를 위해 서로 경쟁하듯 꾀꼬리같은 고운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었다. 그렇기에 당시엔 제니스 조플린의 등장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우리가 듣기엔 전혀 곱지 않으며 아름답다고 느낄 수 없는 탁하고 갈라진 목소리다. 거기에다가 내지르는 절규와 비명, 그리고 다이나마이트같은 엄청난 에너지는 도무지 여자가수라고 믿기지가 않을 정도였으니. 그만큼 그녀의 노래는 60년대 청년문화에 평생 잊지 못할 정도의 굉장한 매력을 선사했으며, 여성가수의 음색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던 것이다. 90년대 초의 <What's Up?>을 부른 근래의 4 Non Blondes의 린다 페리Linda Perry도 바로 이 계열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본작은 제니스 조플린이 빅 브라더 & 더 홀딩 컴퍼니의 일원으로 발표한 앨범으로 조플린을 특정짓는 열정과 광기, 금지로부터의 자유가 가장 탁월하게 표현된 작품이다. 그녀의 블루스는 격정적이며 어떤 의미에선 황홀하기까지 하다. 지금은 그녀의 베스트 앨범이 나와있기에 차라리 그 앨범을 사는 것이 나으리라 본다. 제니스 조플린은 폐미니스트들이 가장 좋아하는 록 가수로 기억한다.

☞ Cream, 「Wheels Of Fire」, (1968)

지금은 웬만하면 구할 수 있지만 한때 우리나라에서 크림의 앨범을 구입하기 힘들어 해적판이 돌고 돌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세대들이 이 음반을 사서 듣는다면 크림의 기타리스트가 에릭 크랩튼였다는 점에서 묘한 느낌을 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 앨범에서의 에릭의 기타는 블루스지만 빠르고 격렬하게 뿜어져 나오기에, 지금도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그의 최근작과 비교해서 들어보면 조금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80년대 중반 에릭 클랩튼은 언젠가 음악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나도 늙었고 예전처럼 힘이 나질 않는다. 이제는 먹고살기 위해 음악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고백한 적이 있었다. 한마디로 에릭은 상업성과 결탁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의 그의 노래는 아주 달콤하고 부드럽기까지 하다.

블루스를 좋아하는 에릭의 별명은 '슬로우 핸드'이다. 물론 이 별명은 야드버즈 시절에 얻은 별명이었다고 하지만, 이 앨범이 나올 당시만 해도 그렇게 알려지지는 않았고 훨씬 이후에야 대중에게 널리 인지된 닉네임으로 알고 있다. 적어도 77년에 나온 [Slow Hand]라는 앨범 이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본작은 영국의 가장 탁월한 블루스 밴드로 손꼽혔던 크림의 마지막 앨범으로 블루스뿐만 아니라 하드록, 사이키델릭, 아트 록까지 접할 수 있는 브리티쉬 록의 원류로도 평가받는 앨범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작렬하는 에릭 크랩튼의 기타가 빠르고 걸출한데, 앞서 얘기했듯이 이후의 에릭 클랩튼은 '슬로우 핸드' 주법으로 빠지기 때문에 에릭 클랩튼의 속주기타가 가장 절정에 달했던 앨범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또한 <Toad>에서 보여주는 진저 베이커의 드럼 연주는 기가 막히는 놀라움을 선사하며, 그를 '드럼의 마왕'이라는 칭호로 불려지게 만든다.

☞ King Crimson, 「In Court Of The Crimson King」, (1969)

대학시절 학교 앞 Cafe 중에 '소리를 지른 사람은 저입니다'라는 요상한 이름의 까페가 하나 있었다. 일명 약칭해서 '소리꽥'이라고 하는데, 내가 당시 그 까페를 자주 들렀던 이유는 내가 아는 정갈한 분위기의 꽤 운치있는 찻집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詩를 쓰시는 주인 아주머니와의 교감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음악 때문이다. 詩와 그림이 있는 풍경 안에서 슬로우진 한 잔을 마시며 만끽하는 여유로움과 더불어 소리꽥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레퍼토리들은 듣는 이에게 참으로 경박하지 않는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주로 클래식을 포함하여 6,70년대의 주옥같은 곡들을 들려주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제대하고서 처음 들러 소리꽥에서 차를 마실 때였다. 당시 아트 록에 한창 빠져있었는데, 그 때 흘러나온 곡이 바로 이 앨범의 대표곡이자 아트 록의 명곡으로 평가받는 <Epitaph>였던 것이다. "이런 곳에서 아트 록을 듣다니-" 새삼 소리꽥에 더욱 애정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단적으로 말해서 당시 소리꽥의 선곡들은 멍청한 비싼 오디오만 서있던 학교 안의 음악감상실 보다도 훨씬 나았었다.

본작은 아트 록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로버트 프립Robert Fripp의 사상과 음악을 구체화시킨 킹 크림슨이라는 그룹의 역사적인 데뷔앨범이다. 아마도 킹 크림슨의 이 걸작은 로버트 프립이 없었다면 절대로 완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미 <Epitaph>는 프로그레시브 록의 불멸의 트랙으로 알려져 있으며, 또한 앨범 자켓의 그로테스크한 그림만큼이나 당시로서는 센세이션한 사운드를 접할 수 있는 첫 곡인 <21st Century Schizoid Man>은 듣는 청자마저 정신분열증 환자로 만들어 버린다. 이외에도 여름날 해뜨기 전 새벽에 창문을 활짝 열고 들으면 더욱 좋을 <I Talk To The Wind>나 웅장한 감동을 주는 타이틀곡인 <In Court Of The Crimson King>도 명곡의 반열에 속하는 곡들이다. 당시 전영 차트에서 1위인 비틀즈의「Abbey Road」를 끌어내리고 과감히 1위에 올라간 이들의 데뷔작으로 모든 이에게 충격을 줄만큼, 전곡 모두가 획기적이면서 독창적이었다. 클래식과 록의 융합, 그리고 내면의 깊이를 담은 심오한 가사 등이 화려하면서도 비관적으로 잘 나타나는 초기 아트 록의 파이오니아적인 명반이다.

☞ Derek & The Dominise, [Layla & Other Assorted Love Song], (1970)

고등학교 시절 심야방송에서 데렉 앤드 도미니스의 <Nobody Knows When You Down And Out>라는 노래를 처음 듣고는 밤잠을 설쳤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 다음날 당장 이 음반을 구하느라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음은 말할 것도 없다.

'Layla'라는 앨범 제목은 아주 의미심장한 것이다. 이것은 페르시아의 신화에 나오는 여신의 이름에서 따온 것인데, 실은 이것이 에릭 클랩튼이 짝사랑했던 여인을 두고 일컫기 때문이다. 즉, 이 음반은 그녀에게 바쳐진 열정적인 사랑의 고백이었다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에릭의 그 짝사랑은 무려 팔 년이나 계속되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에릭 클랩튼의 여린 가슴을 팔 년이나 앓게 했던 그녀는 누구였을까? 이것은 록계의 너무나도 유명한 에피소드라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모르셨던 분들은 놀라지 마시라. 놀랍게도 그녀는 유부녀였다. 그것도 친한 동료의 부인을-.(맙소사!) 그녀가 바로 비틀즈의 멤버였던 조지 해리슨의 부인인 패티 해리슨이다. 내성적인 성격의 에릭은 동료의 집에 놀러갈 때마다 그녀를 팔 년 동안이나 남몰래 흠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 앨범은 직접적인 말로 토해낼 수 없었던 에릭이 우회적으로 그녀에게 바치는 공식적인 사랑고백인 셈이다. 아무튼 이 에피소드는 이미 록계에 널리 알려진 유명한 사건이었다. 그럼 그 짝사랑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로맨틱한 <Wonderful Tonight>이라는 노래가 그냥 나왔던 노래가 아니었음을 짐작한다면 충분히 대답이 되리라 생각한다.(여기서 더 얘기한다면 길어지니까 요까지만)

아무튼 록의 역사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이 앨범은 사고 직전의 듀언 올맨Duane Allman과의 협연으로도 너무나 유명하며, 에릭 클랩튼의 블루지한 기타의 진정한 출발로서도 볼 수 있는 앨범으로 평가받는다. 개인적으로도 이 앨범에 얽힌 사연이 있어서 참 애착이 많이가는 앨범이며, 또한 음악적으로도 본인에게 '아-, 기타가 말을 할 수도 있구나!'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게 해준 것도 바로 이 앨범이었다. 그만큼 이 앨범에는 굉장한 블루스 연주가 담겨있으며, 전성기 때의 에릭의 기타가 얼마나 뜨거운 열정을 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피카소의 그림 같은 커버아트가 한없이 사랑스럽게만 느껴지는 걸작음반이지만, CD로는 한정발매 했었기에 지금은 잘 구하기 힘든 앨범이 되버렸다.

☞ Deep Purple, 「In Rock」, (1970)

아무리 록/메탈에 문외한이라고 하더라도 <Smoke On The Water>라는 곡의 인트로에 나오는 기타리프 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나 귀에 익숙할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이것은 록 역사에 스탬프처럼 남아있는 너무나도 유명한 기타리프다. 딥 퍼플이라는 그룹은 새삼 설명이 필요없는 70년대 하드록의 최고봉에 위치한 그룹이다. 레드 제플린이 원래 유명했던 뮤지션들로 출발했다면 이들은 멤버 모두가 무명으로 시작해서 정상에 올랐다.

본작은 명기타리스트인 리치 블랙모어의 기타가 더 없이 걸출한 하드 록/헤비 메탈의 일대전기를 마련한 명반이자, 자신들의 이미지를 격렬한 하드록커로서 변모시키는데 전환점을 가져온 앨범이며, 평론가들은 이 앨범으로 인해 브리티쉬 하드록의 전형을 세웠다고 평가한다. 널리 알려진 딥 퍼플의 명반은 본작과 <Machine Head>(72), <Burn>(74), <Made In Japan>(76)이 있다.

☞ Led Zeppelin, 「Led Zeppelin 4」, (1971)

때에 따라선 멤버의 팀웍은 작곡이나 편곡보다도 중요하다. 록 역사상 최강의 팀웍을 자랑하는 하드록 밴드가 바로 레드 제플린이다. 대부분의 록밴드들이 심한 멤버 체인지의 몸살을 경험하지만, 이들은 그 흔한 멤버교체 하나 없이 1980년에 드러머 존 보냄John Bonham이 죽고 난 후에는 아예 팀자체를 해체시켜버렸다. 그럼으로써 레드 제플린은 이제 록팬들에게 전설로 남아있는 그룹이 되버린 것이다.

본작은 딥 퍼플과 더불어 70년대 하드 록의 형식미를 구체화시키는데 있어서 전설로 자리한 레드 제플린의 제4집 앨범이다. 앨범 자켓에는 앨범 타이틀은 물론이고, 그룹의 이름까지도 기재되어있지 않다. 단지 지팡이를 짚고 무거운 짐을 진 남자의 고풍스런 그림만이 달랑 있을 뿐이었지만, 앨범은 금새 소문을 몰고 와 크나큰 주목을 받았었다. 설명이 필요없는 약 8분짜리의 고금의 명곡인 <Stairway To Heaven>은 언제 들어도 좋은 불멸의 록 넘버이다. 레드 제플린의 음반은 모두가 명반으로 평가받지만 특히 4집 외에 6집과 1집을 꼽고 있다.

☞ Uriah Heep, 「Look At Youself」, (1971)

해마다 7월1일 아침이 되면 듣고 싶은, 그래서 듣는 노래가 있다. 바로 유라이어 힙의 명곡인 <July Morning>이다. 그리고 1집에 실려 있는 또 다른 명곡인 <Rain>도 비가 오면 자주 듣는,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노래다.

유라이어 힙은 초기에 프로그레시브한 하드 록을 구사한 그룹이었다. 특히 이들의 음악적 공로는 헤비 메탈에 키보드 애드립을 다양하게 삽입하여 건반이 배킹에 가세하고, 솔로 등에도 튀어나와 사운드의 입체감과 웅장함을 연출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건반주자 켄 헨슬리 Ken Hensly의 역량이 제일 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본 3집 앨범에는 약 10분짜리의 명곡 <July morning>이 들어 있어 전 세계의 록 매니아들을 열광시킨 바 있다.

☞ Spirogyra, 「St. Radigunds」, (1971)

"우와! 이런 포크 록도 있구나!"라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올 스파이로자이라의 데뷔앨범이다. 스파이로자이라는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와 더불어 브리티쉬 포크 록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그룹이다.

이 음반은 마틴 칵커햄Martin Cockerham의 광기어린 보컬과 바바라 가스킨의 청아한 음색이 조화를 이루며, 거기에다가 이를 받쳐주는 줄리안 쿠스켁Julian Cusack의 바이올린 연주는 듣는 이를 무아지경으로 빠지게 만든다. 그의 연주를 듣노라면 어느 바이올리니스트 못지 않은 열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앨범과 더불어 이들의 3집 앨범도 아트 록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명반으로 통하는데, 포크 록의 색다른 맛을 느끼기 원한다면 본작의 구입을 주저하지 말기 바란다.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아트 록의 필청음반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주의할 점은, 만약 당신이 이 음반을 구입하고 싶다면 재즈그룹인 스파이로 자이라Spyro gira랑 절대 혼동하지 말 것.

☞ Mellow Candle, 「Swaddling Songs」, (1972)

전세계적으로 아트 록 음반이 잘 발매되는 나라는 이웃 일본과 믿기지 않겠지만 놀랍게도 우리나라가 여기에 속한다. 그것은 라디오 디스크 자키였던 성시완씨가 차린 시완레코드가 우리나라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도 아트 록 음반의 발매는 생각보다 힘들다고 한다. 이 시완레코드가 발매했던 앨범 중에 우리나라의 아트 록 매니아들 뿐 아니라 전세계레코드 수집가들을 기쁘게 했던 음반이 있다. 바로 멜로우 캔들의 이 앨범이다.

이것은 웬만한 희귀앨범 정도는 구할 수 있었던 이웃 일본에서조차도 이 앨범만큼은 구하기 어려웠는데, 시완레코드에서 90년대 초에 CD로 발매했었던 것이다. 이 앨범이 일본에서는 100엔 이상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이 앨범의 오리지날 LP초판은 본국인 영국에서조차 50만원을 상회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라니 놀랍지 않을 수가 없다. 생각해보라! 앨범 한 장을 50만원이나 주고 산다는 것은 IMF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정신나간 짓으로만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비싼 댓가를 주고서도 이 음반을 사려는 정신나간(?) 이들이 이 지구촌에는 아직 많이 있다. 그것은 바로 여기에 담긴 훌륭한 음악성 때문이다.

포크 사운드를 중심으로 두 여성의 감미로운 보컬과 투명한 피아노, 기타와 하프시코드 등 모든 악기의 사운드가 단순하면서도 서로 어울려 소박한 느낌을 가져다주는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 Latte E Miele, 「Passio Secundum Matthem」, (1973)

일반적으로 바하의 마태수난곡은 존 엘리엇 가디너가 지휘한 클래식 음반이 지명도가 높은데, 여기 그에 못지 않은-정작 본인은 더 애호하는- 마태수난곡의 명반이 있다. 바로 그 유명한 라떼 에 밀레 데뷔 앨범이다. 우리나라에서 아트 록매니아는 많아봐야 이삼 천명을 넘지 않는다. 클래식이나 재즈매니아에 비해서도 턱없이 못미치는, 이제는 컬트가 되어버린 소수의 전유물인 것이다. 그런데 유독 라떼 에 밀레의 이 음반만큼은 만 장 이상이 팔리는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였다. 우리나라 아트 록의 현실을 놓고 볼 때는 이것은 상상외의 수확이다. 도대체 이 음반에 무신 사운드가 들어 있길래 그러한가?

한마디로 굉장한 사운드가 들어있다. 그렇지만 록매니아보다도 오히려 클래식매니아들에게 권하고 싶은 음반으로 클래식이 주는 원곡의 웅장한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록적인 접근과 이에 대한 급진적인 해석은 듣는 이로 하여금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고 하겠다. 더군다나 이들은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Oliviiero, 어릴 적부터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은 16세의 Alfio, 음악대학에서 클래식 기타학위를 취득한 19세의 Marcell 이렇게 3명으로 구성되었는데, 당시 놀랍게도 이들은 10대의 어린 뮤지션들이었다고 하니 이 음반을 접한 사람은 더욱더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참고로 라떼 에 밀레라는 이태리 그룹명은 성서에서 흔히 사용되는 <젖과 꿀>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될 수 있다고 한다.

☞ Lynyrd Skynyrd, 「Pronunced Leh-nerd Skin-nerd」, (1974)

<Free Bird>의 신나고도 흥분된 감동을 기억하는가? 세 대의 기타가 자웅을 겨루듯 신나게 쏘아대는 그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흥분을 여타의 다른 그룹에서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Free Bird>는 짜증나는 일이 있을 때마다 곧잘 듣곤 했는데, 항상 듣고나면 묵은 체증이 단박에 확 씻겨지는 가슴 후련한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도 불멸의 트랙은 여전히 불멸의 트랙임을 말해준다. 참고로 <Free Bird>만은 라이브 버전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레너드 스키너드는 컨트리, 블루스, 소울, 로큰롤, 가스펠 등 미국음악의 전통을 충실히 따른 남부 출신의 그룹으로 유난히 지역정서가 강했던 탓에 스스로의 음악을 서던 록Southern Rock이라고 불렀으며, 이들은 끈적끈적하고 투박한 미국 남부의 정서를 가장 잘 반영한 그룹으로 평가받았다. 본작에 실린 <Free Bird>, <Simple Man>, <Tuesday's Gone>과 이외에 잘 알려진 <Sweet home Alabama> 등은 남부인의 정서를 가장 잘 반영한 명곡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서던 록은 블랙풋Blackfoot, 몰리 햇챗Molly Hatchet으로 이어지는 서던 메탈의 기조가 된다.

☞ Hawkwind, 「Warrior On The Edge Of Time」, (1975)

호크 윈드는 여타의 그룹들과 다른 사운드를 추구한다. 이른바 <스페이스 록>Space Rock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바로 SF적인 픽션을 결합해 미래 우주로의 여행과 아울러 현대 사회에 있어서의 정신 병리학적 개념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다. 6집으로 공개된 이 작품은 스페이스 록의 진수가 담겨있다고 평가받는 앨범이다.

☞ David Sancious, 「Forest Of Feelings」, (1975)

뉴욕이 자랑하는 전천후 키보디스트이자 기타리스트인 데이빗 센셔스의 솔로 데뷔 앨범으로 당시 팬들보다 뮤지션들 사이에서 더 화제가 되기도 한 수작앨범이다. 이 앨범은 모두 거의가 그의 자작곡으로 메워져 있는데, 특히 8분 46초에 이르는 오프닝 넘버 <Suite Cassandra>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웅장한 작품으로 이 곡 하나만으로도 이 앨범의 소장가치는 높다. 구하기가 힘든 이 앨범은 본인이 언젠가 라디오 심야방송-전영혁의 음악세계-에서 이 곡을 한 번 듣고 잊혀지지가 않아 이 앨범을 어떻게든지 구하고 싶은 중에 있다.

☞ Queen, 「At Night At The Opera」, (1975)

<Bohemian Rhapsody>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으랴. 어떤 청자는 <Bohemian Rhapsody>를 20세기 최고의 명곡으로 꼽기도 한다. 본작은 퀸의 음악역사에 하나의 분깃점이자 이정표를 세운 앨범이다. 원래 브라이언 메이가 대학시절 결성한 스마일이라는 밴드가 그 모태였으며, 브라이언 메이는 밴드의 구심점이었다. 그러다가 프레디 머큐리가 본격적인 보컬을 맡으면서 퀸의 힘찬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원래 퀸은 하드록과 사이키델릭록을 추구하는 밴드로 출발했었다. 그러다가 1975년 본작에 이르러서 퀸만의 스턀이라는 <오페라틱록>을 정형화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들은 리드 보컬인 프레드 머큐리의 목소리뿐 아니라 멤버 전원이 훌륭하게 노래를 잘 소화하는 목소리를 지녔다. 아마도 록밴드 역사상 아마도 보컬하모니가 가장 뛰어난 밴드로 기억될 것 같다. 그 뛰어난 하모니와 록의 뜨거움 그리고 장엄한 오페라적 요소가 녹아든 명반이 바로 본작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 앨범이 주는 의미는 사뭇 의미심장한 것이다. 비단 퀸 뿐 아니라 록의 전체 역사에 있어서도 최고의 명반 대열에 꼽는 앨범에 속하며, 91년 프레드 머큐리가 사망한 후에도 여전히 빛바래지 않고 있는 명반에 해당한다. 지금은 아마도 「GREATEST HITS」앨범이 더 나을 지도 모르겠다. 어떻든 간에 록을 좋아하는 매니아라면 꼭 필히 소장하고 들어야할 앨범인 것만은 분명하다. 사실 섹스 피스톨즈의 블랙리스트에는 퀸은 좀 뺏어야 했다. 퀸은 일찌감치 대중성 뿐 아니라 작품성에 있어서도 당대를 앞서갔던 것이다.

참고로 후에 퀸스턀의 오페라틱 하드록을 훌륭하게 계승한 밴드가 몇 안되는데-그것은 아마도 하모니가 맞을려면 보통이상의 실력을 필요로 하기에 잘 없었으리라 본다- 그래두 그 중에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밴드가 바로 발렌타인Valentine과 발렌시아Valensia다. 특히 발렌타인의 앨범은 거의 전 앨범이 명반일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 Renaissance, 「Turn Of The Cards」, (1975)

본인이 아트록에 접하게 되었던 계기가 바로 르네상스의 음악 때문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르네상스의 애니 해슬럼Annie Haslam의 청아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반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몇 명이나 있을까? <Ocean Gypsy>, <Ashes Are Burning>, <The Sisters> 같은 곡들은 언제 들어도 변함없이 청자의 귀를 멀게 만드는 보석같은 명곡들이다.

본작은 르네상스를 세계적으로 널리 알린 분기점이 되는 앨범으로 르네상스의 음악적 스타일을 한눈에 느낄 수 있는 걸작앨범인데, 특히 알비노니오의 아디지오를 편곡한 <Cold Is Being>은 듣는 순간 귀가 얼어붙는 전율을 느끼게 할만큼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아다지오에 대한 여러 편곡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명곡임은 말할 것도 없으며, 개인적으로 르네상스 곡 중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다. 본작 외에 르네상스의 명반으로는 「Ashes Are Burning」(73), 「Scheherazade & Other Stories」(75), 「Novella」(77) 등을 꼽을 수 있겠다.

☞ Angelo Branduardi, 「Alla Fiera Dell'est」, (1976)

아트 록의 최대 강국은 어디일까? 바로 독일도 영국도 아닌 이태리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독특하게도 이태리만큼은 1970년대에 아트 록의 황금기를 수놓은 시절이 있었다. 물론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Emerson Lake & Parmer, Genesis, Jethro Tull, Yes같은 대부분의 아트 록 그룹들은 거의가 브리티쉬 록 그룹에 속한다.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같은 경우는 아예 빌보드 챠트에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그룹이라서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색한 감도 없잖아 있을 정도다. 아무튼 이러한 점들은 이것은 어디까지나 영어를 자국어로 하는 잇점이 많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대부분의 매니아들은 아트 록의 서정미나 낭만적인 클래시컬함은 이태리 음악에 더 진하게 배여있다고 본다. 아마도 그것은 이태리 대중음악인 깐쪼네의 영향이 많이 작용했기 때문이 아닌가하고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이태리 아트 록그룹이라고 하면 대개 뉴 트롤즈New Trolls정도를 꼽는다. 잠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이태리 아트 록 그룹들을 추려보자면 Alphataurus, Celeste, Cico, Devil Doll, Formula 3, I Pooh, Lucio Battisti, Il Rovescio Della Medaglia, Triade 정도는 들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태리 아트 록과의 친숙한 길을 위해 제일 먼저 안심하고 추천하고 싶은 음반이 있다면 바로 지금 소개할 안젤로 브란듀아르디의 본작이다.

안젤로 브란듀아르디의 음악은 음악자체가 고풍스러운 시(詩)를 연상시킬만큼 아름다운 서정성을 갖고 있다. 수록곡에 대한 설명은 조금도 필요치 않을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몇 번을 들어도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그만의 순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의 음악은 이른 아침에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서 대지의 자연을 음미하며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음반이다.

☞ The Enid,「In The Region Of The Summer Star」, (1976)

런던 왕립 학교에서 전통 클래식을 배운 로버트 존 갓프레이Robert John Godfrey를 주축으로 결성된 그룹 디 에니드의 데뷔작으로 보컬이 없는 인스트루멘탈로만 이루어진 앨범이긴 하지만, 연주곡이 가져올 수 있는 지루함을 철저히 배격하고 록적인 비트의 클래시컬 록을 완성시켜 많은 팬들로 하여금 디 에니드의 음악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하였다. 클래식 그 보수성의 또 다른 도전이었던 이들의 작품은 클래식의 엄숙함도 일반 대중음악의 경박함도 아닌 이 두 가지 음악에의 공통분모를 꺼내 한 곳에 모아놓고 있다.

아트 록이 여타의 록 장르 중에서도 가장 실력있고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이유가 이들 뮤지션 중에는 매우 뛰어난 클래식 전공자가 아주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 Sex Pistols,「Never Mind The Bolldck, Here's The Sex Pistols」, (1977)

1977년 영국이 실업난에 허덕이고 있을 때,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다 ×같으니 다 때려부숴야 한다"고 고래고래 외치는 그룹이 등장하였다. 멤버들 모두가 백수였던 이들은 영국왕실에 대한 서민적인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낼 뿐만 아니라 반체제, 반기독교를 부르짖고 더 나아가 거대 자본의 시스템의 포로가 된 록그룹과 뮤지션들마저도 다 ×같다고 사정없이 메스를 가한다. 이들이 바로 록의 극단적인 자기부정의 미학을 보여준 펑크 그룹 섹스 피스톨즈다.

런던의 옷가게 「SEX」의 주인인 맥라렌이 구상하여 이뤄진 그룹 섹스 피스톨즈는 영국의 펑크 폭풍을 몰고와 록의 반항미학을 가장 극렬하게 보여준 록밴드로 무정부주의를 주장하고 영국왕실을 비꼬는 그들의 음악과 언행적 삶은 언제나 가십거리였었다. 이들은 "비틀즈나 레드 제플린은 결코 너희보다 나은 사람들이 아니다. 누구라도 맘만 먹으면 음악을 할 수 있다"라는 그 유명한 <쓰리 코드주의>의 전도사들이었다. 이들의 내세운 혁명성 만큼이나 이들의 사운드도 난폭함에 있어서 지금의 데스 메탈이나 하드코어 장르에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벌써 이십 년이 넘었으니 이들은 앞서 갔어도 한참 앞서간 것이다.

본작은 록의 역사에 폭풍과도 같은 펑크혁명을 몰고 온, 설명이 필요없는 기념비적인 앨범으로 이들이 갖고 있었던 체질적인 반감만큼이나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써 이들은 이 앨범 한 장으로 종말을 고하고 만다. 그러나 짧은 활동이었어도 이후의 록커들에게는 이들의 음악과 삶이 신화처럼 받아들여졌고, <Anarchy In The U.K.>, <God Save The Queen> 등은 대다수의 록 그룹이 너도나도 한 번쯤 연주해보는 고전적인 레퍼토리가 되었다.

☞ Crack The Sky, 「Safety Numbers」, (1978)

날카로운 메시지가 담긴 가사와 지적인 앙상블이 돋보이는 아트록 그룹으로 본 앨범은 3집에 속한다. 핵전쟁은 인류의 최후일 뿐임을 준엄하게 경고한 대작 <Nuclear Apathy>, 자본주의의의 무한 경쟁시대에서 덧없는 인생을 그린 <Safety In Numbers>, 소외된 인생, 사랑, 그리고 삶을 노래한 <Long nights> 등이 실려있는 본작은 한 때 심야방송에서도 인기있는 음반이었다.

☞ Camel, 「I Can See Your House From Here」, (1979)

<Long Goodbye>가 주는 가슴 시린 감동을 맛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카멜이란 그룹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카멜은 카멜만의 음악적 스타일 갖고 있는 그룹이다. 그룹이름에서도 연상되듯이 카멜의 음악을 들으면 황량한 사막이 떠올려진다. 그러나 그 황량함은 이상하리만치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내포하고 있는 사막이다. 나는 카멜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그러한 사막으로 가보고 싶은 충동적인 유혹을 느낄 때가 많다. 특히 앤디 래티머Andy Latimer의 기타와 피터 바든스Peter Bardens의 키보드 연주는 참으로 찡한 감동을 선사하는 서정적인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대중에게 카멜을 가장 많이 알려준 앨범은 <Stationary Traveller>와 앞서 얘기한 <Long Goodbye>가 들어있는 [Stationary Traveller](84)이지만, 본작은 카멜의 연주곡 중에서 <Stationary Traveller>만큼이나 가장 서정적인 연주를 들려주는 <Ice>가 들어있어 특별히 선곡해 본 것이다. 십 분이나 되는 대곡이지만 카멜의 곡 중에서는 사막이라는 이미지-혹은 차가움-를 가장 잘 떠올릴 수 있는 백미라고 생각하는 곡이다. 듣다보면 울음이 터질 것만 느낌이 든다. 카멜의 명반은 일일이 나열하기가 번거로울 정도지만, 개인적인 견해에서 나름대로 뽑아본다면 본작 외에 [Mirage](74), [Snow Goose](1975), [Moonmadness](76), 그리고 [Stationary Traveller](84)를 들 수 있겠다.

☞ Kayak, 「Starlight lancer + Phantom Of The Night」, (1978)

언젠가 고요한 한밤중에 심야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카약의 <Nothingless>를 듣고 '세상에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이 있었다니-' 라는 감탄사와 '여태까지 이런 음악이 지하에 묻혀있었다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귀가 번쩍 뜨이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로부터 몇 달후 홍대앞 마이도스 레코드점에서 거금을 주고서 구하기 어렵다는 미국판 「Starlight Dancer」LP를 겨우 살 수 있었다.

카약의 음악적 스타일도 카멜만큼이나 서정적인데, 조금 다른 것은 카멜이 어딘지 모르게 센티멘탈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면 카약은 곱고 아름다운 느낌을 더 부각시킨다는 점이다. 아마 카약의 곡에는 더러 여성의 음색도 첨가되어 이런 느낌이 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카약의 곡 중에서 감미로운 선율의 곡들은 <Life Of Gold>, <Niniann>, <Nothingless>, <Ballard For A Lost Friend>, <May>, <Phantom Of The Night>, <Daphnee>, <Ruthless Queen> 등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시완레코드에서 카약의 대부분의 앨범들을 CD로 발매한 적이 있었는데, 특히 본작은 네덜란드판 「Starlight Dancer」(77)와 합본형식으로 발매된 바 있어 아트 록 매니아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참고로 이 앨범에는 앞의 여덟 곡 중에서 뒤의 네 곡만 들어있으며, 안타깝게도 <Nothingness>와 <Ballard For A Lost Friend> 두 곡은 미국판 「Starlight Dancer」에만 수록되어 일반인들은 접하기 어려운 감이 있다.

☞ Ozzy Osbourne,「Bark At The Moon」, (1983)

오지 오스본을 싫어하는 사람 중에는 열혈 기독교인이 많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오지는 일찍부터 악마주의를 표방한 뮤지션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앨범 자켓 그림만 보더라도 무시무시한 호러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그의 공연도 아주 끔찍한 연출로 유명한데, 한번은 살아있는 박쥐의 머리를 즉석에서 이빨로 깨문 적이 있어 크나큰 사회적 소란을 피운 적도 있었다. 그만큼 오지 오스본은 록 음악사의 독특한 체험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는 지금까지 광기, 무자비, 공포, 잔인, 음산 등으로 얼룩진 폭군적인 이미지로 군림했었다. 특히 헤비메탈 보컬에 있어서도 독자적인 영역을 쌓아왔는데, 고음역의 가성을 자유롭게 쓰는 그의 창법은 이후 헤비메탈 보컬 스타일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블랙 사바스 시절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딴 오지 오스본 밴드의 1집, 2집도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아주 유명한 명반이다. 사실 이에 비하면 본작은 3집 앨범으로써 1, 2집에 비해 약간 처진다고 평가받는 앨범이기도 하다. 하지만 굳이 3집 앨범을 선택한 것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So Tired> 때문이다. 듣는 순간 오지의 악마적 모습이 전혀 이해가 되지않을 정도로-오히려 우습기까지 한- 아주 로맨틱한 메탈 발라드곡이다.

☞ Yngwie Malmsteen, 「Yngwie Malmsteen's Rising Force」, (1984)

바로크 메탈이라는 장르를 전세계에 유포시킨 잉베이의 바로 그 유명한 앨범이다. 테크니컬 기타의 본격적인 서막을 여는 이 작품은 잉베이가 알카트라즈에서 탈퇴하여 결성한 자신만의 독자적 그룹인 라이징 포스의 역사적인 데뷔 앨범인 것이다. 잉베이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그 음악적 노선이 변하지 않는 뮤지션으로도 유명하다.

본 앨범은 비장미와 장엄함이 일렉트릭 기타의 클래식컬한 품격으로 승화되어 예전의 70년대의 울리히 존 로스나 딥 퍼플의 기타리스트인 리치 블랙모어에게서 보여왔던 속주기타연주의 본격적인 서막을 열었던 작품이다. 바하의 대위법과 하모닉 마이너 스케일을 일렉트릭 기타에 적용하여 기타연주사에 한 획을 그었으며, 이로인해 하나의 유파(流波)를 낳게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던, 록의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기념비적인 앨범이다.

☞ Metallica,「Master Of Puppets」, (1986)

설명이 필요없는 헤비메탈의 왕자로 군림하는 메탈리카! 그렇다. 메탈리카야말로 스래쉬 메탈을 평정한 메탈의 왕자다. 80년대에 등장한 최고의 메탈밴드인 메탈리카는 이제 헤비메탈의 최고 자리를 점한 이후 어느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아성이 되버렸다. 메탈 매니아 중에서 메탈리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90년대 들어서 저 유명한 헤비메탈 그룹이었던 스키드 로우Skid Row마저도 넘어졌던 얼터너티브 진영의 거대한 폭풍 속에서도 메탈리카 만큼은 여전히 굳건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메탈리카의 음악적 공로중의 하나는 소위 '다운 피킹Down Picking'에 의한 리프 전개인데, 이러한 방식으로 이들은 보다 공격적이고 묵직한 메탈 리듬을 완성한 것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들의 최고 업적은 아무래도 야수같은 스래쉬 메탈이란 장르를 보다 대중화시킨 데에 있다고 본다.(특히 이들의 동명 타이틀 앨범인 4집이 그러하다) 물론 그로 인해 스래쉬 메탈이 조금은 팝화된 점도 없잖아 있지만 헤비메탈의 진정한 맛을 보다 용이하게 느끼고 싶어하는 초보 메탈 입문자들에게는 더없이 안전한 즐거움을 들려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메탈리카의 음반은 너나 없이 다 좋다. 단 본작 이전의 초기 앨범들은 좀더 야수적이며, 이후는 좀더 대중적이라는 점만 알아두길 바란다. 이 앨범은 메탈리카의 3집 앨범으로 이들 역사의 분기점이 되는 작품이다. 본작에 담긴 교향시를 방불케하는 장대한 스케일의 스래쉬 교향곡은 이들을 일약 세계적인 밴드로 만들었다. 이런 연유로 메탈리카는 스래쉬 메탈팀으로서는 최초로 그레미 상의 후보에 오르는 기록도 남겼으며, 90년 이후에 결국은 그레미 상을 거머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 Cacophony,「Speed Metal Symphony」, (1987)

80년대를 휩쓸고 지나간 많은 속주 군단중의 하나인 캐코포니의 뛰어난 앨범이다. 그들은 다른 그룹들처럼 클래식의 도용 등의 단편적인 모습보다는 아악 자체의 완성도라든지 파격적인 화성력의 도입 등의 실험성을 겸비하고 있는 그룹이다. 특히 <Speed Metal Symphony>는 기타의 역사에 길이 남을 명 연주로 평가되고 있으며, 그 외에 <Ninja> 등의 많은 곡들이 훌륭한 그들만의 연주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기타 명반에 속하기도 하지만,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범주까지 넘볼 수 있는 뛰어난 작품의 하나로 대접되고 있는 수작 중의 하나이다. 마티 프리드먼Marty Friedman은 울나라에도 내한한 바 있던 스래쉬 메탈팀인 메가데스Megadeth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 Napalm Death,「Harmony Corruption」, (1990)

음악이 꼭 잘 짜여진 멜로디와 하모니만으로 그의 예술적 완성도가 측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래쉬의 극을 치닫는 데스메탈은 격정, 포효, 잔인성으로 볼 때, 매우 동물적이긴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데스/스래쉬는 전대 미문의 혼돈과 악마적 광기로 음악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부수고 새로운 미학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데스/스래쉬의 가장 상징적인 존재가 바로 이 네이팜 데스이다. 이들은 데뷔 때부터 현재까지 소위 '그라인드 코어' 사운드 노선만을 줄곧 달려 왔다. 도저히 코드를 연주한다고는 느낄 수는 없는 야만적인 리프, 동물의 가장 잔인하고 징그럽고 극악한 일면을 연상케하는 보컬, 아무 것이나 닥치는대로 생명체를 물어뜯어 죽이는 살인마와도 같은 투 베이스 드럼, 이것은 가히 음에 대한 충격적인 쿠데타라 할 수 있겠다. 이 앨범은 네이팜 데스에게 소위 그라인드 코어의 제왕이라는 호칭을 부여하게 해주는 데스 메탈계의 명반 중의 하나이다.

☞ Firehouse, 「Firehouse」, (1990)

본인이 헤비메탈을 본격적으로 좋아하고 깊이 몸담게 된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결정적으로 파이어하우스의 음악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저 유명한 록발라드인 <Love Of Lifetime>은 팝을 좋아하는 누구라도 좋아할 만한 곡인데, 평범한 하드 록인데도 들으면 들을수록 웅장하고도 숭고한 맛을 느끼게 한다. 2집에 수록된 <When I Look Into Your Eyes>도 마찬가지.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나온 이들의 베스트음반보다 2집이 더 좋았다. 물론 2집은 당시 몰아친 얼터너티브 록의 폭풍 때문에 별 히트를 못쳤지만. 한때 나의 미니카세트에는 본작인 이들의 1집과 그리고 2집 앨범인 「Hold Your Fire」을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귀에 이어폰을 끼고서 듣고 다닌 적이 있었다. 파이어하우스의 음반은 1집과 2집 그리고 군복무 중 제대말년에 접했던 3집(1995)과 그 다음 해에 나온 베스트곡들의 어쿠스틱 버전인 「Good Acoustics」(1996) 그리고 작년에 나온 「The Best Firehouse」(1998)와 이들의 최신 곡을 맛볼 수 있는 「Category 5」(98)가 있다. 특히 이 음반에는 이들이 내세우던 L.A.메탈과는 전혀 동떨어진 기가막힌 곡이 하나 있다.

이들의 사운드는 한마디로 낭만적이고도 쾌락적인 신나는 록/메탈을 기조로 하는 L.A.메탈을 표방한다. 일반적으로 라이트 메탈 또는 팝 메탈이라고도 불리는 이 계열에서는 본 조비Bon Jovi나 머틀리 크루Motley Crue가 그 정점을 차지하고 있지만, 90년대 활동하는 파이어하우스는 80년대 유행한 L.A.메탈의 막내격에 해당한다고 보면 되겠다. 특히 그의 음악은 일본에서 아주 인기가 많은데, 파이어하우스의 음악이 매력적인 이유는 그 신나는 사운드에도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C.J. Snare의 보컬에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그의 보컬은 여린 듯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을 동시에 가져다주는데, 이것은 록발라드와 신나는 비트로 표현되는 L.A.메탈에 더없이 어울리는 음색이라고 보여진다.

☞ Nirvana,「Nevermind」, (1990)

아-아! 이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 커트여! '스멀스멀 타서 없어지는 불보다 단숨에 확 타올라서 사라지는 불이 낫다'라는 닐 영Neil Young의 노래가사에서 인용한 그의 유서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그의 짧은 삶과 음악을 통해 록 역사에 결코 지울 수 없는 불멸의 허무주의를 남기고 우리의 곁을 떠났던 그였다. 타임誌는 커트 코베인의 죽음에 대해 그 표제를 <록의 죽음>Death Of Rock이라고까지 하였으니, 정말이지 그의 죽음과 더불어 록의 신화는 이제 끝난 것으로까지 보인다. 그가 첨예하게 대립시킨 팝과 록의 구분이 이제는 그 경계가 아주 모호하게 되버린 것이다. 해마다 4월이 오면 그가 더욱 생각날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의 죽음이 순수음악과 상업성과의 갈등에서 빚어진 비극이었다는 점이다. 적어도 얼터너티브 록의 순수성은 사운드의 그런지함에 있지 않고, 돈벌자고 음악을 했던 것이 아니라 돈이 없어도 그냥 음악이 좋아서 현실의 느낌들을 음악으로 솔직하게 풀어보려는 그 순수한 음악적 동기와 애티튜드에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한다. 아티스트의 음악이 거대자본의 시스템에 놀아나고, 팬들의 환호와 입맛에만 달렸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관습적 사운드를 체질적이리만큼 거부하였던 커트는 그러한 괴리를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마이클 잭슨의「Dangerous」를 꺾고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라선 이 앨범은 새삼 설명이 필요없는 걸작 중의 걸작 앨범이다. 얼터너티브 록이 전세계에 하나의 모드로서 유행처럼 번지게 하는데, 이 앨범만큼 큰 공을 세운 것도 드물다. 수록곡 중의 하나인 <Smells like Teen Spirit>는 영원히 남을 얼터너티브의 송가일 뿐만 아니라, 90년대의 록이 거둔 명곡 중의 하나이다. 자켓 사진만으로도 의미심장함이 느껴지지만, 이 앨범의 사운드는 그 이상이며, 거칠고 폭발적인 로큰롤과 펑크의 정신이 사이키델릭적인 면과 뛰어난 조화를 이룬 록 역사의 최고 명반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언더그라운드 진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외국의 록그룹이 있다면 바로 메탈리카와 더불어 너바나를 들 수 있겠는데, 특히 너바나는 90년대 이후에 등장한 인디레이블에서 활동하는 펑크 진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혹자는 너바나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홍대/신촌의 클럽 씬에서 활동하는 인디계열의 그룹들이 가능했을까라고 의문을 던지기까지 한다. 즉, 오늘의 록 씬에서 아무도 너바나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나의 실존에 있어서도 너바나의 영향을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하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헤비메탈과 빌보드 팝만을 알았던 나에게 나의 심장을 뒤흔들고 진정한 음악적 자세가 뭔지를 가르쳐준 것도 바로 너바나였기 때문이다. 맨 처음 자켓사진에 대한 호기심 발동으로 이 음반을 무심코 구입한 것이었지만, 결국은 내 인생에 록음악에 대한 지울 수 없는 사랑으로 바뀐 계기가 되었다. 그것은 일종의 예술작품을 느끼면서 받는 감동과도 같은 느낌이었으며, 그러한 카타르시스를 불량스럽고도 천박한, 거리의 음악과도 같은 이 거칠은 음악에서 느꼈던 것이다.

실력없는 그룹일수록 장비운운 한다. 그러나 너바나의 썼던 기타는 튜닝도 제대로 되지않는 싸구려 기타인데다가 앰프와 스피커장비에서는 소음이 왕왕거리고 작동도 잘 되지않는 싸구려 아날로그 장비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엄청난 파워를 뽑아내었다. 단순한 코드진행만으로도 어떻게 이런 굉장한 사운드를 창조할 수 있을까? 이것은 누구나 음악을 할 수 있다라는 펑크의 정신이 너바나로 인해 90년대에 다시 부활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너바나가 보여준 노이즈에 대한 집착 또한 널리 알려진 대로 이들의 반문명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며, 이것은 얼터너티브란 용어가 가르쳐주는 것처럼 기존문명에 대한 <대안>으로까지 평가받았던 것이다. 물론 그 대안이란 것은 일종의 사운드 형식이라기보다 본질적으로는 이데아적인 록의 원초적 생명력을 의미한다고 봐야 더욱 정당한 평가라 할 수 있겠다. 록매니아든 아니든 록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은 90년대의 정서를 대변하는 이 앨범을 필히 구입하지 않을 수 없을 걸작음반이라고 생각하며, 너바나를 짚고 넘어가지 않고서 얼터너티브와 록을 얘기한다는 것은 록의 역사에 있어서 비틀즈와 지미 헨드릭스를 모르는 것만큼이나 참으로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바이다.

숨이 막혀 질식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면 볼륨을 높이고 너바나의 음악들을 따라 불러보라. 아니, 너바나의 음악은 따라 부르는 음악이 아니다. 그냥 내지르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내적인 불만과 울분들을 토해내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발악을 하면 되는 것이다. 신경질적이고도 폭발적인 커트의 목소리가 당신의 혈관들을 피끓도록 뒤흔들어 놓을 음반이며, 음악이 삶의 치열한 투쟁의 장임을 단적으로 예증하는 영원히 잊지 못할 마스터피스이다.

☞ Extreme,「Pornograffitti」, (1990)

예전에 CF에서 <When I First Kissed You>와 <More Than Words>가 흘러나올 때 이 곡들이 그림의 떡이었던 적이 있었다. 여성들이 더욱 좋아할 만한 감미로운 스타일의 익스트림의 이 명곡들은 곡이 수록된 음반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제목 탓인지 처음엔 발매금지된 음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그간 음반의 국내 라이센스 불허로 <More Than Words>와 <When I First Kissed You> 그리고 <Hole Hearted>까지 해서 담당사의 셀 수 없는 '사랑의 발라드' 모음집들의 단골 수청감으로 간택되어 여기저기 나돌아다니기도 했었다.

익스트림은 메탈리카 등 몇몇과 함께, 80년대 중·후반에 나타난 최고의 헤비메탈 그룹 중의 하나이다. 특히 그룹의 두뇌이자 리더격인 기타리스트 누노의 현란한 기타 테크닉을 사용한 리듬 비트는 테크니컬 메탈이라는 장르를 등장시킬 만큼 걸출한 뮤지션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활동한지 불과 3,4년만에 아류 밴드들을 낳게 할만큼 실력파 그룹으로 지금은 누노가 솔로로 활동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수많은 아마추어 메탈 밴드들의 우상으로 자리하고 있다.

☞ King Diamond,「The Eye」, (1990)

사타니즘을 대표하는 킹 다이아몬드의 리더인 킹 다이아몬드는 개성적인 보컬을 최고의 무기로 내세운다. 그는 최대한 높고 또 최대한 낮은 극단적인 창법으로 음산하고, 마귀의 이미지나 어린아이를 방불케하는 기이한 울음소리까지 연출한다. 그래서 킹 다이아몬드의 헤비메탈은 바로크적인 작법을 통한 장중함과 악마적 흐느낌, 종교적 광기 등으로 꽉 차 있다.

이 앨범은 이들의 다섯 번째 앨범으로 1450년에서 1670년까지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마녀 재판사건 중의 일어났던 비극들을 다루어 서구 기독교의 허구성을 폭로하려 한다.

☞ Peal Jam,「10」, (1991)

얼터너티브 록에 있어서 말이 필요없는 펄 잼의 걸작 앨범이며, 너바나의 아성에 도전하는 펄 잼의 1집 앨범으로 앰프의 볼륨을 최대한 올릴 때가 10이라는 데서 앨범 타이틀을 10으로 하였다고 한다. 너바나의 데뷔앨범과 더불어 수록곡 전부가 평균이상이며, 날카롭고 반항적이며 신경질적인 너바나와는 달리 펑크 쪽보다는 하드록과 사이키델릭 사운드의 영향이 무겁게 자리하여 신비스러운 면마저 느끼게 하는 앨범이다. 원래 이들은 시애틀 출신이 아닌 캘리포니아 출신이며 밴드도 잠시 머물다가는 프로젝트 형식으로 결성되었는데 이 앨범은 얼터너티브의 물결을 타고 엄청난 히트를 기록한 것이다. 가사는 깨어진 가정, 교실에서 자살한 소년의 이야기, 가출 청소년, 여성 등 소외 계층의 어두운 삶을 집중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흔히 평론가들은 커트를 상업성과 순수음악사이의 희생양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면 에디 베더는 상업성에 빠지지 않고 이것을 잘 이용할 줄 아는 뮤지션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래서인지 한때 커트가 이들을 오해하여 사과를 한 적도 있었다. 팬들의 권익을 위해 공연 티켓을 너무나 비싸게 판다고 거대 티켓마스터사와 법정싸움까지도 갔었지만 안타깝게 패소한 전례도 갖고 있다. 그의 <Do The Evolution> 뮤직비디오 제작과 공식 포토 북 제작을 두고 펄 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긴 하지만 그의 진보적인 행동노선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었다. 진보적인 정당을 지지하고 환경운동과 낙태반대운동에도 꾸준히 활동하는 이들의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Shadow Gallery,「Shadow Gallery」, (1992)

샤도우 갤러리의 데뷔 앨범으로써 90년대 들어서 프로그레시브 록의 총아로 평가받는 드림 씨어터Dream Threater와 더불어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전형으로 삼을 만큼 파워와 섬세함을 결합한 역작이다. 많은 제자를 거느린 음악 학원강사 집단답게 예상외로 섬세한 테크닉을 구사하고 있다. 아르페지오 위주의 대곡 <The Queen Of The City Of Ice>이 한 곡으로도 이들의 잠재력은 쉽게 드러난다. 아쉬움이 있다면 본작에서는 드럼 파트가 프로그래밍된 음이었다는 점이다.

☞ Rage Against The Machine, 「Rage Against The Machine」, (1992)

1992년도에 이 음반이 우리 손에 들어왔었다는 사실은 하나의 기적과도 같다. 당시 그것도 노태우가 정권을 잡고 있었던 때에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음반이 우리나라에까지 수입되어 들어왔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못할 사건인 것이다. 동시에 이것은 당시 체제에 종사했던 음반 검열을 담당한 공윤의 무지나 혹은 실수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그것도 아니라면 공윤 위원들 중에 애국지사가 있던가 또 그것도 아니면 높으신 어르신네들의 '제국주의 자비론' 같은 고도의 전략이던가.

아무튼 그만큼 이 음반에 담긴 메세지는 아주 급진적이고도 혁명적인 것이라는 얘기다. 우선 이 앨범의 자켓 사진부터 살펴보라. 섬뜩하지 않은가! 티벳의 독립을 원하는 어느 라마승이 분신자살하는 장면을 그대로 찍은 것이다. 이들이 고래고래 질러내는 랩은 경찰의 잔학행위, 잘못된 교육구조, 슬럼가의 폭력 등 미국내의 사회문제를 통렬히 비난할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와 미국이라는 체제를 전복시키기 위한 행동주의에 입각한 과격파의 데모송에 가까운 것이다. 서태지가 아무리 비스티 보이스Beastie Boys의 영향을 받았다지만 <교실이데아>같은 곡에 있어서는 이 음반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한다. 랩 메탈이라는 장르에 있어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처럼 성공적일 만큼 첨예하게 공격성을 드러내는 그룹도 보기 드물다. 가사를 잠깐 살펴보면 그것은 여실히 느껴진다.

"....무지가 모든 것을 장악하고 말았다. 우리는 힘을 되찾아야 한다. 자 여기 계획이 있다. 엉클 샘(미국정부의 의인화된 표현) 넌 엿 먹어라.... 현재의 커리큘럼에 나는 움켜 쥔 내 주먹을 거기 보탰다. 우리는 힘을 되찾아야 한다. 지금 뭔가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증오의 고리는 계속 돌아갈 뿐이다...." - <Take The Power Back> 中

"증오가 흐르고, 흐르고, 또 흘렀던 내 집. 그 곳에서의 고통에 비하면 이 감방은 차라리 내겐 자유. 폭력과 분노로 가득 찬 세상이지만 그것은 또한 내가 이해할 수 있었던 한 가지 세상. 난 결코 한번도 아버지의 눈빛을 대한 적이 없었어...."(여담이지만 밑줄의 가사는 아버지의 수염을 똑바로 쳐다본 적이 없었다는 김수영의 싯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 <Settle For Nothing> 中

"지(智)와 항거의 주먹을 쥐고 태어나 손목을 긋는 자살의 증인. 우리 92년으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전망 좋은 방이라고는 할 수 없다....저항하라. 나는 분노의 정신으로 무장한 형제. 행동은 취해져야만 한다. 우리에게 열쇠는 필요없다. 곧장 부수고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 <Know Your Enemy> 中

"....보잘 것 없는 치들의 머릿속엔 다 총알이 박혀 있다. 경찰들, 판사들, 정부 관료들, 사람들의입을 막느라 부지런히 일하는 통신망, 여러분도 기억할 것이다. 킹 목사가 베트남에 대해 입을 열자 모두 그의 뒤를 따랐다는 것을.... " - <Wake Up> 中

행동주의 강령이 내재된 가사만큼이나 이들이 엮어내는 리듬도 탄력적이다. 듣다보면 이들의 분노의 에너지에 정말 압도당할 정도다. 적나라한 투쟁성과 하드코어 계열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한번 확인해 보라!

☞ Believer,「Dimensions」, (1993)

미국 펜실바니아 출신의 4인조 크리스천 데스/스래쉬 메탈그룹인 빌리버의 3집 앨범이다. 인더스트리얼 사운드의 적절한 시도와 무거운 리프의 기타사운드, 현악 파트의 우아함 그리고 킹 다이아몬드를 연상시키는 보컬과 애니 해슬림을 연상시키는 청아한 여성 소프라노를 한꺼번에 포괄해 내는 절묘한 조화는 한마디로 데스/스래쉬 메탈을 한 차원 더 높은 경지로 올려놓은 느낌이다. 가사는 성경구절과 저명한 철학자들의 저서에서 인용하여 빌리버의 학구적인 면이 더 더욱 돋보이고 있다.
본작에서 20분이 넘는 <Trilogy Of Knowledge>는 스래쉬에 기초한 기본구도 위에 인더스트리얼적인 효과와 오페라적인 요소가 조화된, 이들의 역량이 집약된 대표곡이다. 분명히 데스메탈인데도 현악기를 도입해서인지 클래식을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대곡이다.

☞ Cranberries,「Every Else Is Doing It, So Why Can't We」, (1993)

아일랜드의 음악적 역량을 80년대의 U2만큼이나 전세계에 떨치고 있는 크랜베리스의 성공적인 데뷔작이다. 뭐니뭐니해도 크랜베리스의 핵은 여성인 돌로레스의 보컬이다. 돌로레스는 고백하기를 교회음악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와 크랜베리스는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교회성가대에서 피아노와 오르간을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던 터라 재능있는 뮤지션으로 성장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것이다. 돌로레스의 보컬은 제니스 조플린 계열과는 다른 지극히 여성스러운 음색이다. 허나 그것은 흔하게 찾아 볼 수 없는 새로움과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흡사 상처입은 어린 사슴이 우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는 맑고 순결한 아름다움 그 자체로 평가받는다.

필자는 크랜베리스가 여성으로서 록을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의 그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격하고 울부짖는 근육질의 남근 록만을 천편일률적으로 지향하는 기존의 록 풍토에서 슬픈 듯한 가녀린 그녀의 음색은 절대로 허약하지 않다. 오히려 전쟁 한복판에서의 나이팅게일처럼 빛을 발하는 범상키 어려운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기까지 하다고 보여진다. 여성성의 록경험이 이후에 나온 앨범보다 훨씬 많이 내재해 있는 작품이 바로 크랜베리스의 데뷔앨범인 본작이다. 수록곡 중 <Dreams>은 중국어 버전으로 홍콩영화 '중경삼림'에서 엔딩 송으로 사용된 바 있으며, 이후의 앨범에서는 천사의 분노같은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1집과는 또 다른 얼터너티브적인 분위기를 접할 수 있다.

☞ Marilyn Manson, 「Antichrist Superstar」, (1996)

마릴린 맨슨과의 만남은 97년도 5월에 봤던 영화 {비트}를 통해서이다. 영화 중간에 정우성이 타락한 부분에서 뮤직비디오처럼 흐르던 음악이 있었는데, 그것은 우리에게 달콤한 팝송으로 알려진 유리 스믹스의 고전인 <Sweet Dreams>의 리메이크 곡이었다. 그런데 그 리메이크 버전이 정말 장난아닌 심장을 쾅!쾅! 두들기는 어마어마한 사운드였던 것이다. 아마 당시 {비트}를 극장에서 본 사람이었다면 이 곡을 생생히 기억하리라 생각한다. 그것은 전혀 달콤한 꿈이 아닌 역설적인 의미로서의 <Sweet Dreams>(이 곡은 2집인 「Smells Like Children」에 수록되어 있음)이었으며, 원곡을 충분히 능가하는 버전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곧장 음반가게로 가서 영화 비트의 사운드트랙을 샀지만, 열받게도 그 노래는 들어있지 않았다. 나중에 알아본 바에 의하면 저작권 문제로 인해 사운드 트랙에 실리지는 않고 영화 제작자들이 극장에서만 상영할 때 몰래 훔쳐 썼던 것이다. 당연히 비디오로 출시된 이후의 <비트>는 극장판과는 전혀 다른 음악이 사용되었다(참고로 우리나라 사운드 트랙이 저작권 문제에 걸리지 않고 제대로 정착된 것은 영화 <접속>이후다).

마릴린 맨슨은 섹스와 폭력과 안티크리스트를 표방하는 <인더스트리얼 쇼크 록>Industrial Shock Rock의 대표적 그룹이다. '인더스트리얼 록'이란 기계의 작용으로 변조된 목소리와 사운드를 삽입하는 록의 한 장르인데, 이것은 도시화·산업화로 인해 삭막한 기계문명에 갇힌 인간을 고발하며 반어적으로 그 속에서 몸부림치며 극단의 일탈을 꿈꾸는 미학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인더스트리얼 록도 얼터너티브 록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기계화된 문명을 고발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사운드를 살펴보면 인더스트리얼 록은 대개 그라인딩된 기타 톤과 디스토션 걸린 보컬, 각종 채집된 기계 사운드를 고유의 록/메탈과 결합시키고 있다.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가 이 쪽의 대표적 그룹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사운드를 창출하는 데에는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라는 사운드아티스트의 공헌이 아주 컸다. 마릴린 맨슨 같은 경우는 여기다가 섹스와 폭력을 결합시켜 한 걸음 더 나아간 인더스트리얼 쇼크 록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상품화된 성의 대표적 표본인-어찌보면 희생양이기도 한- 마릴린 먼로와 희대의 엽기적인 살인범인 찰리 맨슨의 합성어인 그룹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노골적인 섹스와 이에 대한 자학과 폭력, 살인행위가 가사의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들의 무대연출도 괴팍하기 이를 데 없다. 아마 여성들에게는 이런 곡이 제일 귀에 거슬리고 잘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본작은 96년도에 나온 이들의 3집 앨범으로 평론가들과 일반 대중들 모두를 만족시킨 걸작 음반에 속한다.

그의 최근작인 「The Dope Show」에서는 여성인지 남성인지 모를 애매한 성별의 섹슈얼리티를 한껏 징그럽도록 뽐내고 있다. 우리가 달콤한 침대에 눕기에는 아직 이를 정도로 이 세상은 여전히 추하고 메스꺼운 데가 많다는 것을 아주 극명하게, 그것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이들이 음악을 통해 하는 작업이다.

☞ Radiohead, 「O.K. Computer」, (1997)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과 더불어 라이오헤드의 <Creep>은 90년대의 몇 안되는 진정한 명곡으로 평가받는다. 영화 <씨클로>에서 이 곡을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은 참으로 굉장한 것이었다. 전체적인 침울한 분위기도 그렇지만 둔탁한 기타의 굉음이 터져나올 때마다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첨예한 감성은 전율스럽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이후 라이오헤드는 이러한 <Creep>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기가 어려울만큼 이들의 데뷔앨범은 센세이션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하지만 라디오헤드는 정말 뛰어난 그룹이었다. 본작은 그 데뷔앨범의 콤플렉스를 여지없이 떨쳐버린 라디오헤드의 음반 중에서도 가장 걸작 음반으로 평가받고야 말았다. 세기말의 데카당스한 이미지와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유혹의 비극적 선율들 그리고 부서질 듯한 크리스탈 같은 감수성이 이 앨범에는 거의 완벽에 가깝도록 녹아있기 때문이다. 앨범 수록곡은 어느 하나 버릴 곡 없을 정도로 한 걱 한 걱이 이들 모두의 총 역량이 집약적인 노력으로 축적되어 있음을 들을 때마다 새삼 느끼게 만든다. 라디오헤드의 감성은 다른 여타그룹에서는 접하기 힘든 라디오헤드만의 창조적이고도 개성있는 분위기가 있다. 포스트라디오헤드로 평가받는 뮤즈Muse 같은 그룹도 라디오헤드의 영향에서는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굳이 울나라에서도 찾는다면 '레이니선'에서 왠지 라디오헤드의 냄새가 좀 난다고 본다. 물론 레이니선은 좀더 헤비한 스턀이다). 특히 사람의 맘을 절절하게 만드는 것은 아마도 톰 요크Tom Yorke의 애수어린 절규같은 보컬음색이 결정적으로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 멤버 모드의 역량이 집약된 본작은 정말로 그 이상의 것이 들어있는 명반 중의 명반이라 할 수 있겠다.

☞ Angelica, 「Angelica」, (1997)

조수미가 잘 부르는 그 유명한 <밤의 여왕 아리아>를 일렉트릭 기타 반주에 실어 부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여기 바로 그에 대한 답변을 주는 음반이 있다. 안젤리카는 크로스오버 음악을 위해 프로젝트 형식으로 만들어진 음반이다. 5명의 소프라노와 5명의 록 기타리스트가 주축이 되어서 유명 오페라의 아리아를 부르고 연주하며, 클리프 마그네스Clif Magness가 프로듀서를 담당하였다.

이 음반이전에 마리아 칼라스 이후의 최고의 소프라노로 평가받는 몽세라 카바에Montserrat Caballe가 아이언 메이든의 보컬리스트인 브루스 디킨슨, 뉴에이지 음악의 거장인 천재 키보디스트 반젤리스 그리고 지노 밴엘리 등등과 함께 작업한 「Friends For Life」 음반이 있었지만 이것은 주로 록 곡을 중심한 음악이었다면, 본작은 오페라 아리아를 록 기타 반주에 실어 부른 것이다. 더군다나 너무나도 잘 알려진 유명 아리아를 부른 것이라 처음부터 귀에 쏙 들어온다.

첫번째 트랙인 풋치니의 오페라에 나오는 <O Mio Babbino Caro>부터 이 음반이 주는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모짜르트에 마술피리에 나오는 밤의 아리아인 <Der Holle Rache>에서는 소프라노를 맡은 로리 스팅슨이 너무나도 유명한 록 기타리스트인 스티브 바이Steve Vai와 호홉을 맞추고 있는데 역시 그의 변함없이 출중한 기타연주를 다시금 확인케 한다. 또한 <Caro Nome>에서는 플라멩고 기타반주에 노래하는 아니타 드시몽Anita DeSimone의 소프라노 음성이 절정부분에 이르면 황홀함의 극치를 느끼게 할 정도다. 아마 <Caro Nome>에 대한 버전 중에서는 최고라고 여겨진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곡들이 듣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훌륭하며, 개인적으로 록과 오페라를 크로스오버한 음반 중에서는 가장 맘에 든다.

☞ Haggard, 「And Thou Shalt Trust... The Seer」, (1997)

세상에나! 클래식 파트와 스래쉬 메탈 파트가 이토록 더할나위 없이 훌륭하게 조화된 음반이 어디 또 있을까. 가히 현대음악의 절정이라고 불릴만한, 같은 해 라크리모사 프로펜더Lacrimas Profundere의 「La Naissance D'un Reve」와 더불어 클래시컬 고딕메탈의 걸작 중의 걸작음반이다. 장르로는 중세분위기를 연상시키는 클래시컬 고딕메탈에 속하지만 사운드나 악기 편성에 있어서는 웬만한 록그룹이나 클래식 실내악단을 무색케 할뿐만 아니라 거의 스래쉬 오페라단을 연상시킬 정도다. 우리는 이들 그룹의 멤버 구성이 16인조라는 사실에서 해가드가 얼마나 엄청난 슈퍼 프로젝트 독일그룹이었나를 짐작케 할뿐이다. 보컬, 기타, 드럼, 베이스라는 록/메탈의 기본 네 파트뿐만 아니라 키보드와 피아노, 바이올린, 팀파니, 첼로, 하프, 플롯, 오보에, 클라리넷 등등 될 수 있는 한 클래식 악기 파트도 총동원하여 가히 메탈을 예술의 경지에 올려놓은 듯한 느낌을 물씬 느끼게 한다. 남성의 그로울링한 보컬과 강력한 사운드 그리고 이에 대비되는 여성 소프라노와 부드러운 클래식 선율은 이미 크로스오버의 차원을 넘어서서 영원히 잊지못할 클래식과 메탈에 대한 제3의 새로운 경지를 선사한다.

수록곡에 대한 설명은 전혀 필요가 없으며, 41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마치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듯 처음부터 끝까지가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혹시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약 우리나라의 예술의 전당에서 이들의 공연이 이뤄진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필히 보고 들어야 할 세기말의 가장 최첨단의 대중성과 예술성을 맛볼 수 있는 수준 높은 걸작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음반 중에서는 가장 아끼는 음반 가운데 하나다. 물론 왕추천음반이다.

☞ 울나라 명반

☞ 산울림, [2집], (1977)

산울림이란 그룹은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에 있어서 커다란 봉우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1977년 당시에 이토록 앞서간 음악적 스타일 보인 그룹은 없었다. 게 중에서 이들의 1,2,3집은 일반적으로 명반으로 꼽는데,(특히 2집) 놀랍게도 이 앨범에 담긴 곡들은 이미 데뷔이전부터 구상하고 있었던 곡들이었다고 하니, 산울림의 앞선 음악적 스타일에 새삼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산울림의 음반들은 지금 들어도 여전히 괜찮은 음악이다. 최근에 나온 산울림 트리뷰트 앨범이 말해주듯이 이들의 음악적 스타일은 크게 록과 포크로 분류할 수 있으며, 특히 김창환의 가사쓰기는 당대의 그의 감수성이 얼마나 뛰어났는가를 예증하고 있다. 대체로 산울림의 히트곡들은 포크 쪽의 발라드가 많으나 개인적으로는 초창기 때의 건반악기가 들어간 실험적인 록음악 쪽에 훨씬 매력이 느껴진다.

☞ 마그마, [1집], (1981)

마그마는 1980년 대학가요제에서 하드 록 곡으로 은상을 받았던 그룹이었다. 박두진의 詩를 개사한 <해야>라는 이 곡은 이전의 대학가요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꽤 하드한 곡이었으며 적어도 T△S(티삼스)가 <매일매일 기다려>라는 곡을 들고 나오기까지는 볼 수 없을 정도로 80년대 대학가요제에서 이런 스타일의 곡은 흔한 게 아니었다. 또한 같은 해에 발매된 김수철이 이끈 작은 거인의 [2집]도 훌륭한 하드 록 작품이다. 이후 이러한 헤비 록 작품들은 나오지 않았으며 적어도 86년 시나위의 [1집]이 나오기까지를 기다려야 했다.

잘 알다시피 조하문은 마그마의 리더였고 보컬과 베이스를 담당하였다. 하지만 1집 이후에 솔로 가수로 전향하여 발라드 지향의 대중적인 가수가 된다. 그러나 본작의 가장 두드러진 발견은 바로 김광현의 빼어난 기타워크다.(이에 비해 드럼소리는 녹음기술의 열악함 때문인지 밋밋하게 느껴진다) 당시에 이토록 필(feel)이 좋은 기타리스트가 있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의 기타실력은 앨범 전곡에서도 느껴지지만 특히 <아름다운 곳>, <잊혀진 사랑> 그리고 연주곡인 <탈춤>에서는 그의 출중한 실력을 맛볼 수 있다. 이외에 대학가요제 수상곡인 <해야>는 요즘 수상하는 대학가요제 수상곡 보다도 훨씬 낫다고 느껴질 정도다. 또한 발라드한 <기다리는 마음>도 언제 들어도 괜찮은 곡이다. 참고로 수록곡 중 <잊혀진 사랑>은 원래 제목이 <4차원의 세계>였는데, 심의에 걸려 <잊혀진 사람>으로 개작되었다가 앨범 프린트 미스로 <잊혀진 사랑>이 되었다고 한다. <잊혀진 사랑>은 마그마의 곡 중 심야방송에서 가장 사랑을 많이 받았던 리퀘스트 곡이었다.
문제는 본작이 지금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문에 듣자하니 앨범값이 LP오리지날 원판은 5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고 하니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다. 정말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그 가치가 희소한 걸작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본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조하문이 솔로로 나가지 않고, 마그마가 이후에도 계속 활동을 했었더라면 시나위나 블랙 신드롬 같은 80년대의 헤비 메탈 그룹들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에 아주 중요한 위치를 점했을 거라는 사실이다. 참으로 아쉽게만 느껴진다.

☞ 들국화, [1집], (1985)

80년대 중반, 암울한 시대에 조용필과 전영록이 10대 소녀들을 한창 후리게 만들고 있을 때 전인권, 최성원, 조덕환, 허성욱이라는 네 명의 젊은이가 마로니에 거리에서 바람직한 청년문화를 일궈내고자 라이브 공연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라이브공연을 본 사람들에 의해 소리소문없이 입으로 퍼져 들국화라는 그룹은 언더그라운드라는 주류음악에 대한 대척점으로써 확연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주류 가요시장에 언더그라운드라는 지하세계(?)가 있음을 알린 것도 바로 라이브 문화를 뿌리내린 들국화의 영향 때문이었다. 들국화는 우리 가요계에 있어서 하나의 신화와도 같으며, 80년대 언더그라운드의 전설로 통한다.

전인권의 카리스마적인 보컬과 최성원의 감성어린 음악적 스타일은 참으로 오랜 여운을 남길 정도의 매력을 선사하지만, 역으로 이 둘의 불화에 의해 들국화라는 그룹은 짧은 활동을 마감하고 십여 년이 넘도록 찢어졌다는 다. 이것은 비극이었다. 왜 비극인가? 한 그룹의 해체가 왜 그토록 비극이 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이들이 해체되지 않고 계속적인 활동에 의해 대중음악에 그 생명력을 키워왔더라면 이후의 국내 대중음악시장이 그토록 편협한 행보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것은 참으로 국내 대중음악사에 있어서 안타까운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최근에는 다시 재결합하여 활발한 활동을 벌여 들국화의 팬들을 고무시키기도 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하지만 또다시 대마초 사건으로 구속되고....) 그러나 그 동안의 기나긴 방황과도 같은 상처입은 세월들을 생각하자면 들국화는 이미 한국 록의 노스탤지아같은 아련한 이미지를 떨쳐버리기가 힘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아.. 아.. 이제와서 참담한 지금의 가요계 현실을 보면서, 이 앨범에 대해 대체 무얼 설명하랴. 비틀즈를 좋아했기에 비틀즈의 앨범 자켓을 모방해서 앨범 자켓을 꾸몃지만, 이 앨범은 한국 사람에게 있어선 비틀즈 그 이상이다.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세계로 가는 기차> 등등 수록곡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곡이 하나같이 그들만의 새로운 감성으로 얘기하고 있는 주옥같은 명곡들이다. 팝역사상 가장 유명한 비틀즈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음반처럼 이 앨범 또한 찬사밖에 듣지 않은 앨범이며, 우리나라 평론가들과 매니아들이 거의 만장일치로 꼽는 대중음악사상 최고의 앨범이 바로 들국화의 데뷔작인 본작이다. 그러니까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 이 앨범이 없는 사람이라면 걍 군말없이 사두길 바란다. 들어보면 안다. 들국화는 이제 늙었다. 그러나 이들이 남긴 음악은 영원히 우리 가슴 한 켠에 시리도록 남아 있다.. Forever..

☞ 어떤 날, [어떤 날Ⅰ], (1986)

여리고도 예민한 감성 속에 숨겨진 칼날처럼 전율스러움마저 느끼게 하는 음악이 있다면 바로 어떤 날의 음악이다. 우리의 일상들을 평범하게 노래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비범함을 느끼게 하며, 듣는 이를 편안하게 하지만 계속 듣노라면 무언가가 가슴 한구석을 깊숙히 저미게 만들어 버리는 걸작앨범이다.

조동익과 이병우는 각각 80년대 중반 이후에 세션 계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던 중추적인 뮤지션들이었다. 이들이 세션을 하거나 프로듀스한 앨범들은 거의가 우리 대중음악사의 명반으로 평가받는다. 어떤 날의 음악적 색조는 얼핏 듣기에는 밋밋하리만큼 밍숭맹숭하게 다가오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앞선 해에 나온 들국화의 데뷔앨범에도 실려있었던 <오후만 있던 일요일>과 [우리노래 전시회1]에 실려있던 <너무 아쉬워 하지마>는 당시의 상식을 벗어난 클라이막스가 거세된 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듣는 이를 묘하게 압도하는 매력이 묻어나는데, 이 앨범에 실린 곡들도 바로 그러한 성향을 갖고 있었다. 하덕규의 [시인과 촌장]이나 [따로 또 같이] 같은 앨범들 또한 마찬가지로 이 계열에 속하는 음악들이다.

한편 어떤 날 2집에서는 이들이 좋아하는 뮤지션인 듯한 팻 메시니의 영향이 느껴지는 퓨전 재즈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있기도 하다. 본작은 어느 곡 하나 버릴 게 없는 음반이며, 전곡이 가슴을 시리게 만든다. 여린 젊은 감성으로 노래하지만 차갑도록 진하게 느껴지며, 부드러우면서도 이상하리만치 가슴과 귀에 칼을 베일 듯한 우리 대중음악사의 자랑스런 명반이다.

☞ 하늘바다, [1집], (1989)

본작은 언젠가 심야라디오에서 <꿈속에서>를 비롯한 하늘바다의 곡들을 듣고서 아직도 잊지못해 본인이 구하려고 하는 음반이다. 대체로 평론가들은 1980년에 나온 '동서남북'이라는 그룹의 1집 앨범을 우리나라의 최초의 프로그레시브 록 사운드로 평가하지만 아무래도 프로그레시브함은 동서남북보다 하늘바다의 이 음반이 더 강하게 반영되어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 동서남북의 1집인 [아주 오랜 기억과의 조우]는 프로그레시브 록이라고 하기엔 전체적으로 뭔가 허전한 느낌을 받는다. 그것은 아마도 여백의 미를 강조한 듯한 비어있는 구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는 데, 반면에 하늘바다의 이 음반은 70년대의 저 유명한 이태리의 아트 록 황금기를 떠올릴만큼 멜로트론의 풍성함이 진하게 배여있음을 느꼈었다. 이 음반에는 <꿈속에서>를 비롯한 <마네킹의 하루>, <거울 속의 얼굴>, <하늘 바다> 등등 빼어난 곡들이 많다. 하늘바다는 이후 '11월'이라는 그룹의 모체가 된다.

LP는 고사하고 일천냥 하우스에서도 찾기 어려울만큼 생각보다 구하기가 만만찮은 음반인데, 우리나라의 프로그레시브 록 전문 레이블인 시완레코드에서 CD발매를 기획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 글을 쓰기까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 본작의 LP를 소장하신 분이 있다면 제게 파실 의향이 없을까요?

☞ 정태춘, [아! 대한민국], (1990)

역사바로세우기 하나. 오늘날의 어떤 대중음악가나 평론가도 거짓말로 일관되게 정권의 보수성을 대변했던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을 거칠고도 반체제적이었던 정태춘의 <아! 대한민국>보다 낫다고 평가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는 사실!

알다시피 본래 정태춘은 그의 아내 박은옥과 함께 소박한 사랑노래를 부르는 가수였었다. 아마도 <사랑하는 이에게>라는 노래는 누구나 좋아하는 포크넘버일 것이다. 그러다가 정태춘은 80년대 들어서서 대표적인 저항가수가 되었는데,-아마도 78년도의 [시인의 마을] 음반이 본격적인 시발점으로 생각된다- 그는 대중음악사에서 음반검열제도와 힘겨운 싸움을 벌였던 뮤지션으로도 유명하다.

정태춘의 이 음반은 공윤과의 한판 싸움으로도 유명했던 불법음반이었지만, 역으로 정태춘의 음악적 색깔을 대중들에게 한껏 각인시킨 앨범이기도 하다. 특히 사물놀이를 비롯한 전통 악기들을 사용하여 본작의 노래가사와 기가 막히게 조화되어 듣는 이로 하여금 여지없이 한 맺힌 울분과 분노를 느끼게 만들어 버린다.

☞ 백두산, [3집], (1992)

이 앨범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할 말이 많다. 이 음반은 어느 음악 평론가도 주시하지 않은 앨범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기타리스트인 김도균의 앨범이기 때문이다. 그의 무시무시한 피킹은 메탈리카의 커크 해밋Kirk Hammett과 견주어도 뛰어났으면 뛰어났지 결코 못하진 않다. 우리나라에서 김도균만큼 기타를 파워풀하게 치는 이는 아직까지 없다고 본다. 그가 기타줄을 한 번 튕기는 것과 다른 기타리스트가 한 번 튕기는 것은 보기에는 똑같을 찐 몰라도 아주 다른 것이다. 다른 기타리스트가 힘주어 치는 것을 그는 보통의 힘으로 친다. 그렇기에 그가 힘의 배분을 적절히 섞어서 칠 때엔 다른 기타리스트들과 확연히 다른 차이가 느껴지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는 이미 10대 후반에 핑거링을 강화하기 위해 해머링과 풀링오프 반복연습을 하루에 매일 일만 번씩, 그리고 20세에 들어서는 설악산에 올라가 약2개월 동안 피크 한 통이 다 닿아 없어질 때까지 피나는 피킹연습을 하였다는, 참으로 믿기 어려운 전설같은 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90년대 초반의 대마초 사건 이후 기독교 신자인 그가 보수 기독교인들의 허황된 뉴에이지 담론에 빠져 록음악에 대한 그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덕규나 조하문이나 김도균과 같은 뮤지션들은 같은 기독교인으로써 정작 그들 자신은 종교에 귀의하여 행복할 찐 모르나 그의 재능을 맛본 우리는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외국에는 엘비스가 그랬었지) 오히려 이것 또한 종교가 아편일 수 있는 예가 아닐까?

본작은 그의 강력한 기타와 -조금은 오버하는 듯한-그의 터프한 보컬이 너무나도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는 명반이다. 그러나 국내의 어떤 평론가도 주목하지 않았던, 유일하게 내가 꼽는 명반이다. 그러나 이 음반이 명반이라는 점은 백퍼센트 자신한다. 어떤 평론가는 백두산의 앨범은 유현상이 있었던 1집과 2집이 백두산의 명반이라고 꼽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분명히 둘을 구분해서 들어보면 확연히 김도균의 재능이 얼마만큼이나 출중했었는지를 느끼게 한다. 트로트로 전향한 유현상에겐 개인적으로 미안한 얘기지만 유현상이 있었을 때에도 김도균의 기타가 없었더라면 그나마 그토록 주목받을 수 있었을까 의심스럽다. 본작을 지금은 일반 레코드점에선 구할 수 없고, 운좋으면 가끔씩 일천냥 하우스에서 테이프로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저주스러울 뿐이다. 그래도 메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서슴없이 구입하길 바란다.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수록된 전곡이 평균이상이며, 전체적으로 L.A 메탈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 앨범에서의 히트곡은 <너를 기다리네>였지만, 처음 내가 이 앨범에서 귀가 번쩍 뜨일 정도로 반한 곡은 바로 박력있는 사랑가인 <난 네가 좋아>이다. 아마도 이보다 박력있고 시원스럽게 사랑을 구걸한 사랑가를 나는 지금까지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또 반한 노래는 발라드 곡인 <사랑할거야>와 경쾌한 록 넘버의 조금은 퇴페적인 노래인 <유혹>이라는 곡이다. 그러나 이 앨범에서 진정한 명곡을 꼽으라면 바로 스피디한 폭주족 찬가인 <Highway child>가 최고의 트랙에 속한다. 이 곡의 진가는 처음엔 감이 안와도 들으면 들을수록 빛을 발하게 한다. 만약 그대가 이 앨범을 구입했다면, 이 곡을 들을 때 필히 눈을 감고서 들어 보라. 확언하건대, 시속 200km가 넘는 오토바이를 탄 채로 도로를 질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가사와 보컬과 기타 리프 등등 모두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Highway child>가 주는 미학적 감성은 정말로 퍼펙트한 것이다. 감히 울나라의 10대 명곡에 넣어도 손색이 없다고 확신한다.

☞ H2O, [오늘 나는], (1993)

H2O는 80년대 말에 각기 시나위의 강기영과 그리고 김종서가 보컬로 활동했었던 카리스마의 김민기(그는 시나위에서도 활동했었다)와 박현준이 보컬리스트 김준원을 앞세워 결성된 그룹이었다. 한때 이들의 1집에 실렸던 <걱정하지마>라는 노래가 세간에 유행한 적도 있었지만 본작은 철저히 상업적으로 외면받았던 이들의 3집 음반이다.

조금 지저분한 음향효과로 시작하는 본작은 하드 록 곡도 있지만 대체로 모던 록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어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으며, 당시 어떤 노래를 불러야할 지를 고민하는 뮤지션들의 고뇌가 그대로 녹아있다. <착각 속에서>, <고백을 하고>, <사랑해>, <많은 이별들은>, <짜증스러워>, <방황의 모습은>, <나를 돌아보게 해>, <끝> 등 수록곡 대부분이 훌륭한 수준의 트랙들로 채워져 있다. 듣다보면 멤버들의 기량과 팀웍이 매우 뛰어나게 잘 조화되었음을 느낄 수 있는데, 특히 -지금은 원더버드의 기타를 맡고 있는-박현준의 깔끔한 기타연주는 상당히 인상적일 정도다.

어떤 평론가는 이 음반을 두고 롤링 스톤지 100대 명반에 오를 만한 명반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나에게는 일천냥 하우스에서 그것도 500원 주고 구입한 음반이라 결코 본전 생각나지 않는 음반이기도 하다.

☞ 이현석, [2집], (1994)

이현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타를 빠르게 치는 속주기타리스트로 알려져 있다. 속주기타연주지만 대충 치는 게 아니라 그것도 빨리 치면서 한음 한음까지 정확하게 집어내는 그야말로 출중한 실력을 지닌 기타리스트이다. 대신 그는 보컬이 아주 여린 음색이라 일렉트릭 기타반주에 비해 조금은 취약하다고 느껴지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의 앨범에는 기타연주곡이 유난히 많은 이유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으로 보여진다.

본작은 이현석이라는 기타리스트를 대중들에게 아주 많이 알려진 계기가 된 앨범으로 수록곡 중 <학창시절>은 한때 TV의 가요톱텐에도 올라간 바 있는 히트넘버이다. 하지만 이 앨범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클래식 소품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사라사테의 바이올린 명곡을 일렉트릭 기타로 편곡한 <지고이네르바이젠>인데, 일렉트릭 기타연주의 진수를 느끼게 하는 이 곡에서 그에게 영향을 제일 많이 끼쳤던 잉베이 맘스틴의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나는 걸 느낄 수 있다. 한마디로 손에 땀을 쥐게 할만큼 걸작 인스트루멘탈 곡이다.

☞ 안치환, [4집], (1995)

80년대 운동권 음악들은 대부분이 포크음악 아니면 행진곡풍의 투쟁가였다. 사실 미국의 60년대 청년문화나 지금의 68세대를 낳은 프랑스 학생운동을 전후한 투쟁가들은 거의가 록음악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80년대 우리나라의 운동권에서는 록음악이 미제국주의 문화양식으로만 여겼기 때문에 아주 천대받았다. 80년대 당시 서울대 같은 경우는 학내의 록그룹이란 그룹은 완전히 쫓아냈었다고 하니 그러한 분위기는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솔직히 록음악이 미국 거라면 포크음악도 미국 게 아니었나? 운동권 음악이 록 음악적인 스타일을 선택한 것은 90년대 들어서 나타난 현상이다. 천지인, 이스크라, 메이데이 같은 그룹들은 아예 민중록그룹임을 표방하고 다닌 대표적인 민중록그룹이다. 또한 조국과 청춘이 록음악을 본격적으로 차용하기 시작한 것도 90년대 이후였다.

알다시피 안치환은 원래 포크가수였는데 그의 잠재된 음악적 기질은 이 4집의 음악에서 확연히 발견되었다. 그것은 안치환 음악의 분기점과도 같은 것인데, 그의 보컬은 분명히 열정적인 록에 딱 맞는 음색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본작은 조동익 밴드의 세션에 의해 완성된 것이지만 이후의 5집에서는 직접 '안치환과 자유'라는 그룹으로써 활동한다. 물론 '안치환과 자유'가 부르는 안치환의 5집 또한 명반으로 평가받는다.

아무튼 그의 4집 음반은 그 활기찬 록비트 만큼이나 그의 건강한 노래가사도 듣는 이로 하여금 록음악의 매력들을 한껏 드러내게 하였다. 안치환의 공연장을 가보면 알겠지만 <당당하게>와 <수풀 속으로>는 얌전한 관객들을 단박에 흥분과 열광의 도가니로 빠지게 만드는 자랑스런 록의 명곡이기도 하다. 누군가 말했듯이 아름다운 가사의 <내가 만일>같은 안치환이 부르는 사랑노래들도 진짜배기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도 그가 음악을 상업적으로 가벼이 생각지 않고 생의 진지한 문제 의식을 드러내게 하는 문화적 매개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끝없이 안치환의 음악에 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열린 사회와 저 평등의 나라를 위한 정의로운 투쟁은 이제 록음악을 통한 공연장의 카타르시스를 통해서도 성실하게 일궈내고 있는 것이다.

☞ 양희은, [1991], (1995)

이렇게 쓸쓸하도록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내는 음악이 또 어디 있을까? 확실히 이 음반은 양희은의 음반 중에서 가장 탁월한 명반이다. 그리고 내게는 해마다 가을에서 겨울로 갈 때마다 듣는 음반이기도 하다.

이 앨범에서는 양희은의 음색도 더할 나위 없이 깊이있는 원숙미를 한껏 뿜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앨범에서 이병우의 클래식 기타 반주가 없었더라면 이 음반이 진정한 명반에 이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이병우의 세션은 양희은의 음색을 최고로 돋보이게 만드는 명반주라고 할 수 있겠다. 슬픔에 젖어있는 사람이 만약 본작에 담긴 음악을 듣는다면 그를 더더욱 울게 만들 정도로 쓸쓸한 감성이 매우 진하게 배여 있는 음반이다.

이건 정말인데, 우리나라 대중음반에서 이병우가 세션을 보거나 프로듀스한 음반은 모두가 명반이라고 보면 거의 틀림없다. 앞서의 [어떤 날]이나 한대수의 [무한대] 음반들도 모두 이병우의 손이 닿은 작품들이다. 이병우의 감성은 주로 포크 록에서 빛을 발하고 있으며, 그의 손이 간 작품에는 모두 그만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물론 그의 독집앨범인 기타연주곡에서는 아예 그만의 감성을 절절히 느낄 수 있지만. 적어도 센티멘탈한 감성을 자아내는 기타연주에 있어서는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본작은 록 음반이라기 보다 포크 음반이지만, 특히 가을과 겨울사이에 있는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적극 추천하고 싶은 음반이다.

☞ 서태지와 아이들, [4집], (1995)

서태지가 우리 대중가요에 끼친 영향은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이 대중가요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점도 없잖아 있다. 왜냐하면 누구나 인지하다시피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에 대중가요 시장은 본격적으로 완전히 댄스판으로 기울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적 골격은 록음악이었지 댄스음악이 아니었다. 물론 1집의 메가톤급 히트곡인 <난 알아요>가 록음악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전체적인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적 행보를 보자면 그것은 분명 '댄스에서 록으로의 전향'이었다. 이것은 <난 알아요>에서조차 록비트가 삽입될 때부터, 그리고 <Rock & Roll Dance>의 인트로에 호주 메탈그룹인 AC/DC의 록기타리프가 차용될 때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게다가 원래 서태지가 이미 록그룹 시나위의 베이스 출신이었던 록매니아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중가요판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랩댄스적인 스타일만이 유행하였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류의 진입을 위해 서태지가 커다란 도박을 했던 게 아닌가 한다. 서태지는 작년에 나온 그의 솔로 컴백앨범에서도 보여지듯이 여전히 그 자신은 록매니아임을 표방하고 있다.

대체로 평론가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반을 평가할 때 4집-1집-3집-2집 순으로 꼽는데, 다소 얼마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4집-3집-2집-1집 순으로 꼽고 싶다. 어쨌거나 4집이 서태지와 아이들 음반에서 제일로 평가받는 명반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트랙은 바로 <필승>이다.

☞ Various Artists, [Our Nation] 1집, (1996)

록의 역사에서 아주 커다란 한 획을 그었던 1977년의 펑크혁명을 일으킨 섹스 피스톨즈의 앨범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 록 씬에서 그에 비견되는 앨범이 과연 있을까? 물론 있다! 바로 이 96년에 발매된 아워내이션 1집 음반이다. 누가 알았으랴. 인디그룹들이 지금 이렇게까지 설치고 다닐 줄을. 이 앨범을 낼 당시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다. 홍대 앞 클럽 드럭에서 나온 크라잉 너트와 옐로우 키친은 기존의 대중가요와 확연한 차이와 반감을 드러내며 펑크의 생명력을 내뿜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당시로서는 아주 커다란 모험과도 같았다. 이들의 노골적이고도 거친 불만을 들어줄 수용층이 과연 얼마만큼 있을지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물론 지금은 크라잉 너트의 <말달리자>가 CF에까지 쓰였을 만큼 성장했지만). 그렇기에 이들의 음반은 대중음악계에 하나의 반란이었으며, 상업적인 시스템에 안주하는 주류음악에 대한 선전포고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반란은 성공한 것인가? 이에 대해서 나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리고 싶다. 물론 이들의 반란은 아직도 진행 중에 있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만 보더라도 성공적이다. 이 음반을 깃점으로 인디레이블에 서광이 비춰지고, 대중음악에 다양한 음악적 전선이 펼쳐졌음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앨범이 가져온 파장이란 상업성으로 포박당한 대중음악시장에 건실하고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음악적 토양을 뿌리내리게 한 바로 그것이다. 이후의 하드코어 음반이나 다양한 인디그룹들의 음반들은 적어도 선구자적인 이 음반에 빚을 진 셈이다. 최근에 나온 4500원짜리 싱글음반의 발매현상도 그 뿌리를 따지고 보면 이 아워내이션의 음반에 기인하고 있다. 또한 홍대/신촌에 라이브 문화를 조성한 것도 바로 '우리(만의) 나라'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이었다. 아마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홍대 앞 클럽의 드럭의 용기는 대중음악사에 긍정적으로 평가될 것이며, 이 음반은 대중음악사에 기념비적인 앨범으로 자리할 것임을 나는 추호도 의심치 않는다.

☞ 조 윤, [Mobius Strip], (1996)

우리나라에서 세계시장에 내놓는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프로그레시브 록이다. 물론 이전의 '동서남북'이나 '하늘바다'가 있었지만 그것은 국내 시장에 그친 경우였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한국적 분위기와 이국적 분위기의 세련된 조화, 여러 가지 효과음향과 철학적인 가사는 한국 프로그레시브 록의 희망을 보게 한다. 사실 이 앨범에 수록된 조윤의 글들은 무슨 초현실주의 詩를 대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심오하고 난해하게 느껴진다.

아트 록을 전문으로만 취급하는 시완레코드에서 발매된 이 앨범은 이미 발매 전부터 전세계 아트 록 상점들로부터 엄청난 양의 주문과 문의가 쇄도했었다고 한다. 이 앨범의 모든 연주와 작곡을 조윤이라는 뮤지션이 혼자 도맡아 하고 있는데, 앨범 속의 해설지에 의하면 그는 매우 가난한 철학자요 재능있는 음악가로 묘사되어 있다.

본작 가운데서 <잃어버린 천국>은 짧은 트랙이지만 객원 여성싱어 성마리의 가창력과 조윤 특유의 심오한 가사와 독특한 멜로디 라인이 돋보이는 곡으로 이 앨범의 백미이기도 하다. 조윤만의 개성을 느끼게 하는 맛깔스런 기타연주가 앨범전체의 분위기를 지배하며,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우리나라의 프로그레시브 록 앨범이다. 난해한 것을 질색하는 사람에겐 추천하고 싶진 않다.

☞ 노이즈가든, [Noizegarden], (1996)

울나라 헤비메탈 역사상 지금까지 나온 음반 중에서 가장 최고의 명반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서슴없이 노이즈가든의 바로 이 앨범을 꼽는다. 도무지 밴드가 어떻게 이런 충격적인 사운드를 구사할 수 있는지가 경이적일 정도로 이들의 1집은 정말 말문이 막힐 정도로 굉장한 메탈사운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례적일 정도로 독특하며 외국의 유명 록/메탈 밴드의 사운드에서도 이와 흡사한 스타일을 찾기 힘든, 너무나도 개성적이고도 매력적인 메탈사운드다. 필자 나름대로 이들의 사운드를 정의해본다면 이들의 사운드는 하드록적인 요소에다가 사이키델릭함을 가미한 <사이키델릭 메탈>정도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딱 집어서 개념화하긴 어렵다해도, 적어도 이들의 사운드가 아주 둔중하고 헤비한 사이키델릭 사운드인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로 보여진다.

사실 이 점은 몽롱한 앨범 자켓 그림부터가 이를 말해준다고 보여지는데, 이것은 헤비한 사운드에서도 이렇게 취해서 녹아내릴 수 있다는 자신만만한 표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특히 언더진영에서도 익히 잘 알려진 윤병주의 둔중한 기타 사운드는 한마디로 특A급 그 자체다. 물론 박건의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는 신경질적이면서도 파워풀한 음색과 그때까지 베이스를 맡고 있던 염재민이 군입대로 빠지자 프로듀서를 하다가 맡게 된 이상문의 베이스 그리고 박경원의 작렬하게 난타하는 드럼도 최강의 팀웍을 자랑한다. 그뿐인가. 송필원의 녹음과 데이빗 콜린스와 앤드류 가버의 마스터링도 최상급의 사운드를 뽑아낸다.

나는 이들의 1집이 나오기 오래 전에 우연히 「톰보이 록 콘테스트」라는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이들의 음악을 접한 적이 있다. 그 음반에는 <Rain Of Compromise>와 <화해의 비>라는 단지 두 곡만 들어있었는데 당시 이들의 사운드가 워낙 각별하여 묘한 여운을 남기긴 했으나 그래도 정말로 굉장한 지는 이들의 음반이 나오자마자 괜찮겠지 싶어 직접 사서 들어본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수록곡은 첫 트랙인 <나는>부터 끝트랙인 <타협의 비>까지 나를 꼼짝없이 붙들어 놓았으며 어느 한 곡조차 빼놓을 수 없는 비범함의 연속일 뿐 아니라 약간 과잉해석해서 말한다면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상 아마 다시는 이러한 걸작을 대하기 힘들 것 같다라는 우려조차 느끼게 할만큼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주고 싶은 엄청난 앨범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앨범 곡 순서도 묘하게 지루하지 않게 배치한 흔적이 역력히 느껴진다. 전체 트랙 가운데쯤에 위치한 <우주꽃사슴>은 마치 질퍽한 고속도로를 달린 뒤의 상큼한 휴게소를 만난 느낌이며, 끝트랙인 <타협의 비>는 엄청난 연주를 해대다가 갑자기 끊어진 것처럼 끝나버리는데, 극적인 효과를 노린 이들의 전략은 그대로 맞아떨어져서 듣는 이로 하여금 노이즈가든의 사운드에 대한 여운이 아주 오래가도록 만들었다.

참고로 본작에 수록된 <타협의 비>는 본래 이들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노래인데, 「톰보이 록 콘테스트」라는 앨범에도 이 곡의 영어버전인 <Rain Of Compromise>와 소프트 버전인 <화해의 비>가 실려있다. 솔직히 여기서 소프트 버전에서의 박건의 보컬음색은 조금 실망스러운 것이었지만, 본작에서는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도 남을 정도로 더할 나위 없이 최고다. 듣다가듣다가 취해서 내가 지쳤으면 지쳤지 처음부터 끝까지 몇 번을 들어도 결코 물리지 않는 음반이다. 언젠가 노이즈가든은 '나를 화나게 하고 불편하게 하는 소리'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실 어떻게보면 이 음반에 담긴 사운드는 그러한 노이즈들의 연속임에도 불구하고 이다지도 몸에 잘 흡수될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가능한 한 이 앨범의 진가를 충분히 맛보려면 필히 볼륨을 이빠이 하고서 듣기 바란다. 에쵸티 음반을 트럭으로 갖다줘도 바꾸지 않을 저주받은 걸작이며, 사진이 가사보다 더 많은 걸 얘기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든 것도 바로 이 앨범이다.

☞ 어어부 프로젝트 밴드, [손익분기점], (1997)

어어부 프로젝트 밴드의 음악을 처음 접했던 것은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 때 무삭제 오리지널 판으로 봤던 장선우 감독의 「나쁜영화」에서였다. 그 때 영화 중간에 나온 곡이 바로 어어부 프로젝트 밴드의 <아름다운 세상-어느 가족 줄거리>이라는 곡이었는데, 당시 나에겐 매우 희한하면서도 상당히 개성있는 사운드라는 생각이 들어서-보컬의 음색도 꼭 술 취한 사람의 목소리 같았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타이틀이 올라갈 때 어어부 프로젝트 밴드의 이름을 확인했었던 기억이 있다. 굳이 이 곡의 장르를 붙이자면 '트롯트 록'이라고나 할까? 그것은 아마도 타악기의 귀재라는 원 일의 국악 스타일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아무튼 생전 처음 듣는 그로테스크한 사운드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귀에 거슬리지 않았으며, 노래가사 또한 가슴뭉클함을 자아내는 명곡이라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본작은 단 세 곡만 들어있는 싱글음반인데, <아름다운 세상-어느 가족 줄거리> 이 곡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구입할 가치가 있는 음반이며, 록 역사상 이런 사운드는 어어부 프로젝트 밴드만의 전매상표로 여겨진다. 참고로 같은 해 후반기에 나온 [도시락 특공대]라는 앨범이 있는데, 그 앨범의 <밭가는 돼지>라는 곡도 어어부밴드의 역량을 보여주는 빛나는 트랙으로 평가받고 있다.

원래 어어부 프로젝트 밴드는 본작을 발매할 당시에는 원 일이 가입하였으나 이후 원 일이 탈퇴하고 단지 세션으로만 참가한 지금은 새로운 어어부 프로젝트 사운드라는 명칭으로 다시 결성되어 98년도에 이들의 정식 데뷔음반이 나왔었다. 이 음반은 꼭 미국 동부의 전위적인 얼트록 그룹인 소닉유스Sonic Youth의 한국 토착화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키는데, 방송에서 지나치게 염세적이라고 해서 방송 금지 판정을 받은 앨범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어부 프로젝트 밴드 덕분에 대중가요 시장이 아직 염세적이지 않다는 사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점일 것이다.

☞ 허클베리 핀, [18일의 수요일], (1998)

강아지예술문화에서 나온 허클베리 핀의 이 음반을 처음 접한 것은 라디오에서 <보도블럭>이라는 노래를 듣고서다. 놀랍게도 리드보컬이 여자였는데 남자라고 우겼으면 아마 계속 속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허클베리 핀의 보컬을 맡은 남상아의 음색은 참으로 특이한데, 그것은 듣는 이로 하여금 허무주의적 색채를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이 앨범에서는 남상아가 기타와 보컬을 맡았고 이기용이 베이스와 기타 그리고 김상우가 드럼을 맡았으며, 곡의 대부분은 이기용이 썼다. 녹음도 잘된 편이어서 기타소리와 보컬의 음색이 다이나믹할 정도로 살아있다. 흔히 평가하듯, 이 앨범은 폭발할 듯한 그런지함과 서정성이 잘 조화된 신촌/홍대 클럽 씬에서 배출된 반가운 수작앨범이다. 본인이 남자라서 그런지 남상아의 보컬은 들으면 들을수록 맘에 들어서 현재는 그녀의 팬이 되버렸는데 지금은 아쉽게도 팀이 해체된 상태다. 최근에 그녀는 여성 록커가 등장하는 영화(아마 영화제목이 [질주]인 것으로 안다)를 찍고 있다고 한다.

☞ 이성문, [불만], (1998)

저 예산 독립음반인 이성문의 [불만]은 대부분의 악기연주와 녹음과 프로듀서까지 이성문 혼자서 작업하여 완성한 앨범이다. 조금은 흥겨운 드럼 비트 속에 벨벳 언더그라운의 리더였던 루 리드Lou Reed적인 감성이 앨범 전곡에 우울하게 배여있다. 전곡이라 해봐야 다섯 곡에 불과하며, 그 중 <노래>, <오오!>, <소심한 나>는 자작곡이고 나머지 두 곡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스텦파니세이>와 바셀린의 <유 띵크 유어 어 맨>을 편곡한 곡이다. 물론 수록된 다섯 곡 전부가 다 좋으며, 좀더 많이 곡을 더 넣지 않은 게 유감이라면 유감이다. 음유시인처럼 젊은 날의 불만들을 매우 솔직하고 담백하게 읊조리듯이 노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아니 전 세계에서 보면 딱 500매만 한정발매된 초희귀음반이라서 지금은 구하기가 좀 어렵지 않겠나 싶다.

☞ 미선이, [drifting], (1998)

음반매장에서 이른바 인디앨범으로 분류된(PC 통신을 보면 언더그라운드란 무엇이냐, 우리나라에 진정한 인디가 있었느냐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 여기서 그러한 논쟁까지 건들고 싶진 않다) 코너에 가보면 상당한 수작들이 많이 있다. 앞서 소개한 아워내이션과 허클베리 핀이 그렇고 이외에 언니네 이발관, 마루, 얼터, 노브레인, 델리 스파이스의 곡들은 상당한 수준급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지금 소개하는 본작도 인디앨범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조윤석과 김정현이라는 두 명의 뮤지션이 미선이라는 팀을 이루고 있으며, 여기에 최민수(Ann의 베이스)와 김정찬의 랩이 본작의 <두번째 세상>이라는 곡에 참여하고 있다.

미선이는 모던 록 밴드이지만 많이 알려진 '자우림'이나 'The The'같은 대중적 스타일의 그룹과는 다르게 비대중적인 노선을 걷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귀에 거슬리는 노래가 수록된 것은 아니다. 이 음반에는 듣기좋은 노래가 꽤 많다. 단지 이들의 가사쓰기가 일반적인 사랑타령이 아닌 세상을 보는 시각과 일상에서의 느낌들을 주로 그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그것은 감수성이 예민한 자의 글쓰기다. 전체적으로 진지하고도 서정성 있는 사운드가 이들의 음악적 실력을 엿보게 한다. <sam>, <송시>, <진달래 타이머>, <치질>, <drifting>, <shalom>, <시간>은 듣노라면 더욱 애착이 느껴지는 서정적인 곡인 반면에 <섬>과 <두번째 세상>은 상당히 공격적인 사운드를 제시하고 있다.

지금은 [1.5집]이 나와 있는데 기존 [1집]에다가 몇 곡이 더 들어가 있다. 물론 여전히 좋은 곡들로 가득 차 있다. 아직 미선이의 앨범을 구입하지 않았다면 이들의 [1.5집]을 구입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미선이에게서 파생한 프로젝트 포크밴드인 루시드 폴Lucid Fall의 음반도 좋다. 아마 이 음반에 관해서는 다른 리뷰에서 쓸 꺼 같다. 잠시 미선이가 부르는 가사 몇 줄을 남겨본다.

"이제 소리 없이 시간의 바늘이 자꾸만 내 허리를 베어와요. 아프지 않다고 말하며 내 피부를 자르고 피흐르고 살을 자르고 그렇게 지나갈 꺼래요 무서워요. 엄연한 자살행위. 그래도 웃어달라고 말씀하셨지만 아직 전과자의 몸으론 힘들어요. 미안해요...." - <송시> 中에서

"다시 진달래 피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봄을 타고 개같은 세상에 너무 정직하게 꽃이 피네... 해마다 봄이 오면 나는 꿈을 꾸네 눈물없는 이 세상을. 하지만 언젠가 나는 노래하네 눈물없는 진달래 피는 봄에" - <진달래 타이머> 中에서

"....내 맘에 평화를, 정의로운 분노는 악인에게 저주를, 외로운 아이에겐 따듯한 엄마의 눈을, 갈 곳 없는 이에겐 다정한 친구의 집을, 배고픈 사람에겐 따뜻한 사랑의 밥을, 비틀린 아이에겐 넉넉한 아빠의 품을.... 이제 노래를 불러볼까, 불러볼까" - <shalom> 中에서

※ 라디오 심야방송에 관하여

라디오 심야방송 중에 혁명적인 프로가 몇몇 있었다. 예전에 80년대 초에서 중반까지 흘러나왔던 당시 최연소 DJ로 소문난 성시완씨의 라디오 프로와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음악 매니아들을 사로잡았던 전설적인 라디오 프로인 KBS-FM의 <전영혁의 음악세계>가 있었다. 이후 전영혁은 그 뒤에 잠시 SBS 파워FM에서 <전영혁의 음악여행>을 진행하다가 이제 다시 KBS 제2FM (89.1 Mhz)에서 <전영혁의 음악세계>로 지금까지 방송중이다. 단 예전에는 두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새벽 두 시에서 세 시까지 한 시간 동안 진행하고 있다. 참고로 나같은 경우는 전영혁 세대에 속하며, 나보다 나이가 많은 매니아들은 아마도 성시완 세대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같은 라디오 방송은 웃고 떠드는 소위 말하는 인기있고 재밌는 프로가 아닌 보다 전문화된 음악을 틀어주는 채널이다. 예를 들어 전영혁 같은 DJ는 전혀 웃기는 농담 한마디도 던질 줄을 모른다. 그저 끝날 때까지 음악 소개하고 틀어주고 하는 식이다. 게다가 그는 방송으로 벌어들인 수입을 초과하는 액수의 돈을 음반과 자료구입에 할애하여 방송을 진행해왔던 재정감각(?)이라곤 없는 진짜배기 DJ였다. 어찌보면 이토록 재미없는 라디오 프로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그렇기에 잘모르는 일반 대중이 듣는다면 마냥 지루하고 심각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그놈의 청취율이 낮다는 이유로 프로그램 개편 때마다 항상 도마 위에 오르곤 했던 라디오 프로였다.

하지만 반면에 이같은 라디오 방송에 의해 음악적으로 영향을 받았던 사람은 소수였지만, 그 소수는 상당수의 뮤지션을 비롯한 매니아들이었으며 그들이 이 프로에서 접하는 음악적 자양분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것은 음악을 경박하게 보지 않고 진지하게 탐구하는 자세를 길러주기에 실제로 자신이 갖고 있던 음악적 감수성을 보다 풍부하고 더욱 내 삶에 깊숙히 자리하도록 살찌우게 만들었던 것이다.

현재 방송시간을 예전처럼 자정부터 할 수 있도록 KBS게시판에 복원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성시완씨 같은 경우는 나중에 <시완레코드>라는 음반회사를 아예 차려서 아트록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에 세계적으로 좋은 희귀음반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전영혁 방송 사이트> <시완레코드 사이트>

※ 앨범을 구매하려는 이에게

세계적인 망을 갖고 있는 타워레코드는 비싸다. 구색은 좋지만 희귀 음반을 구입하지 않는 이상은 절대 여기서 살 필요가 없다. 타워레코드는 이벤트성 판매(음반을 사면 무슨 선물주기식 같은) 는 많아도 딴 데 비해 마진을 두세 배 이상 챙기는 도둑놈들이다(이크, 만약 타워관계자가 이 글을 본다면 큰일나겠구먼). 다른 곳에 비해 매장 중에서는 일반적으로 서울음반 매장이 가장 싼 편인데, 예를 들면 종로에 있는 탑골공원 건너편의 뮤직랜드가 그러한 곳이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타워레코드에서 파는 팝음반이 보통 15000∼16000원정도 하는데 비해 뮤직랜드에서는 팝음반이 보통 12000∼13000원정도 한다. 대체로 일반매장에서는 팝음반이 보통 13500∼14000원정도 한다. 또한 수원역의 뮤직에어(0331-242-7179)도 음반이 아주 싸다. 단지 구색은 많지 않아도 여기서는 보통 팝음반이 11500원정도 하기에 딴 데 비해 월등히 싼 편이다. 타워레코드랑 비교해본다면 비틀즈의 화이트 앨범같은 경우는 여기랑 가격차이가 무려 육천 원이나 차이가 난다. 이렇게 싸게 도매로 하는 곳이 전국에 몇 군데 있긴 있다.

아트록 매니아라면 다 아는 홍대 앞의 마이도스MYTHOS(02-322-6697)는 프로그레시브록 음반의 보고다. 하지만 매장은 아주 작다. 시완레코드의 직매점이기도한 이곳에서 에쵸티나 신승훈 음반을 달라고 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쳐다보니까 일절 여기서는 그런 말하면 안된다. 왜냐면 여기에는 소위 그런 인기있는 음반들을 아예 구비해 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클래식 애호가들이 많이 찾는 명동의 부루의 뜨락(02-776-9013)이나 회현 지하상가의 리빙 레코드사(02-778-7309)도 괜찮다. 특히 앞서의 마이도스를 포함하여 여기서 판매하는 중고 음반은 그 상태만 좋다면야 거의 본전 생각 안나도록 싼 편으로 구입할 수 있다. 게 중에 가끔씩은 일반적인 유통판매에서 찾을 수 없는 희귀음반을 구한다면 그야말로 횡재인 것이다. 덧붙여 희귀한 수입 음반-특히 데스/고딕 메탈 장르쪽-을 구하려면 영등포에 있는 해머하트(02-678-9571)와 머키 레코드사(연락처 까먹었음)도 괜찮다. 물론 가격은 비쌀 테지만 희귀성 때문에 안 살수가 없을 것이다. 이외에 많은 곳이 있지만 대충 본인이 자주 가는 곳을 추려 보았다. 아마 음반콜렉터라면 본인보다 더 잘 아는 음반 구입처와 여러 가지 구입 루트를 터득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외국 친구와의 펜팔이 괜찮다고 하는데 실제로 해본 적은 없다. 나같은 경우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나 국내 매니아들을 통해서 서로 음반 교환식으로 교류한 적은 있다.

또한 음반 구입시에는 되도록이면 CD를 사는 게 좋다. 왜냐면 음질 때문이다. 물론 인기있는 대중 음악이나 주류 팝을 더 좋아한다면 요즘 나온 MP3의 구입이 훨씬 나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LP매니아 같은 경우는 LP만의 잡음까지도 더 좋아한다. 클래식 매니아들이 아날로그 오디오 장비를 애호하듯이 말이다. LP음반은 턴테이블에 걸어놓는 낭만적인 운치도 있고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음반의 희소성 때문에 예전의 음반콜렉터들일수록 많이 찾고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비싼 것은 LP 한 장에 몇 천 만원 하는 것도 있다. 희소성에다 거기에 담긴 높은 음악성까지 겹치면 당연히 세계에 도처해 있는 음반콜렉터들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 테잎 보관

끝으로 유익한 정보를 하나 더 알려주겠다.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자주 듣는 사람이라면 테이프를 물리도록 오래 듣던가 아니면 테이프를 오래도록 방치하다 보면 테이프가 늘어져서 소리가 정상적으로 들리지 않는 경우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는 그 늘어진 카세트테이프를 냉동실에 하루정도 넣어두면 다시 정상적으로 되돌아오니까 결코 버리지 말기 바란다. 이른바 생활의 지혜 같은 것이다. 물론 이러한 수고조차 번거롭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당연히 CD를 사길 권한다.

아무튼 음반 구매에 있어서 어느 음반을 사든 간에 음반을 하나 사더라도 되도록이면 후대에까지 물려줄 수 있는 음반을 사라. 같은 값을 주고 사는 것인데 단시일 내에 듣고 처박아 놓을 유행음반보다 오래도록 들어도 아깝지 않을, 예컨대 엘비스 음악처럼 사반세기가 흐른 뒤에도 여전히 듣기 좋은 음반을 사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바이다.

문화를 읽자! 세계를 읽자!

6. 뉴에이지 담론의 허와 실 (*기독교 관련)

7. 록과 클래식

8. 팝과 록의 이분법과 록의 본질에 관한 고찰

9. 기억할만한 록앨범

10. 나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