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록(Rock)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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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록의 속성 록이란 무엇인가? 록의 사전적 의미로 따지면 '흔들다', '로큰롤을 추다' 또는 '기분 좋게 하다' 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것은 '흥청망청 대다', '즐겁다'라는 뜻을 내포하기에 뭔가 쾌락적인 것을 암시한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즐거움은 인간에게 하나의 유희를 제공한다. 즉 록은 유희의 문화요 여가의 문화다. 록의 그 속성은 무한가지로 열려있다. 어느 평론가는 록의 주요한 개념들을 청춘성, 폭발성, 저항성, 예술성이라는 요소로 설명하기도 한다.1) 그러나 이것은 록 자체안에 자동적으로 담지되는 속성이 아니라 록을 대하는 뮤지션의 자세와도 관련되는 것이다. 록은 순수음악의 장르에서만 국한하지 않는다. 록은 모든 문화의 가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 물론 그것은 기성세대의 문화가 아닌 청년 문화가 그 중심에 있다.
2. 록의 뿌리는 블루스다. 록은 미국음악이지만 명확하게 말하자면, <아프리카적 미국음악>Afro-american music이라고 봐야한다.2) 이것은 록이 원래 아메리카로 끌려온 흑인노예의 문화와 관련한다는 점을 의미하고 있다. 록은 대체로 피지배계급, 소외 계급의 놀이 문화였으며, 그렇기에 천민성을 지닌다. 록음악은 서구 사회의 서민들의 거리에서 볼 수 있었지 근엄하고 화려한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음악이 아니었다. 록의 천민성은 바로 록 뮤지션들의 사회적 입장과 성격과도 관련한다.
<로큰롤>Rock 'n' roll은 록의 원류이지만 그 뿌리는 <블루스>Blues다. 그것은 흑인음악과 근원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말한다. 블루스가 무엇인가? 미국 남부 미시시피 델타의 흑인 노예들에 의해 처음 생겨난 블루스는 머나먼 낯선 땅으로 끌려와 장시간의 노동과 굶주림, 백인들의 멸시 등을 감내해야만 했던, 흑인들의 고통과 아픔이 만들어낸 음악이 아닌가! 5) 조상 대대로 춤에 젖어 살았던 흑인들은 블루스를 통해 자신들이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표현할 줄 알았다. 몇 백년 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본토 아프리카 대륙에 살던 흑인들의 흥청망청 대는 비트있는 타악기 리듬이 미국의 노예체제시대에 이르러서는 감정적인 울분과 저항성을 담지하면서 블루스를 낳았다고 본다. 그것은 연주되는, 공연되는 음악이 아닌 온몸으로 고통을 흡수하여 발산했던 음악이었으며 그 자체가 하나의 집단적 언어였다. 그렇기에 블루스는 관능적이고 공격적이며 집단적·신체적 언어를 동반한다. 이러한 흑인음악 이전에는 서구의 음악에서 이렇게 도발적인 흐름은 없었다. 그것은 청교도 정신에 의해 통제되었으며, 관능성은 보다 개인적인 경향으로 국한된다. 사이먼 프리스는 말하기를 블루스란 지배계급의 압제적인 권력에 대한 반대와 관능성과 공격성을 억압하는 것에 대한 반대, 그리고 일상생활의 전반적인 지리멸렬화에 반대하는 그러한 반란의 詩라고 말한다.6) 흑인음악이 미국 대중음악에 기여한 바에 있어서의 아이러니는 노예들의 음악이 인간의 자유와 인간의 욕망을 가장 강렬하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로큰롤은 이러한 흑인의 <리듬 앤 블루스>Rhythm & Blues와 미국 남부 시골의 백인음악인 <컨트리 앤 웨스턴>Country & Western가 결합된 음악형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로큰롤이란 용어부터가 흑인들간의 성교를 뜻하는 속어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따라서 록은 기존의 성질서에 대한 도전도 그 이념으로 삼는다- 로큰롤의 원액은 블루스에 더 비중이 가 있는 것이다.7)
3. 록의 성격 록은 스탠다드 팝과는 달리 진지성, 진품성 그리고 예술의 함축 즉 비상업적인 것에 관심이 기울어진 것으로 판단된다.8) 물론 록이 시장에 나서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레코딩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지만, 여전히 록은 비타협적 가능성 내지 약속들을 내포한다. 록은 비제도권이다. 록은 제도권에서 작위적으로 발생된 것이 아니라, 언더그라운드에서 자생하여 오히려 제도권의 주류들을 치고 올라간다.9) 이것은 록이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도 여전히 비상업성에도 연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그렇기에 록이라는 장르에서는 <라이브>Live라는 개념이 아주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다. 록 밴드들은 라이브를 통해서 청중들과 융합된, 그럼으로써 대중들을 하나의 동질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여 그들만의 욕구와 언어의 해방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록 비평가들은 앨범을 평할 때 아티스트가 상업성에 물들지 않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음악적 언어들을 얼마만큼 성공적으로 표출했는가는 중심적으로 분석한다.10) 그러한 평가의 잣대는 결국 따져 올라가면 언더그라운드의 자연발생설과 비상업성에 닿아있는 것이다.
4. 록음악은 세계 젊은이들의 자유발언대 록은 음악적 표현의 해방구요, 여기서는 누구나가 자유로이 자기의 사상과 생각들을 말할 수 있다. 설령 록에 나타나는 주장들이 오류가 있거나 체제를 위태롭게 할지언정 록은 다른 음악적 장르에 비해서 그러한 사상의 개방적인 배설구의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나는 무정부주의를 지향한다", "나는 미국을 반대한다", "나는 기독교를 반대한다", "나는 어떤 소녀를 try하고 싶다", "나는 약물과 살인하고 싶다", "우리는 분노해야 한다" 등등의 이러한 표현들은 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이나 이별, 남녀상열지사 같은 것들을 주제로 하는 스탠다드 팝에서는 이러한 주장들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스탠다드 팝은 귀에 듣기 좋은 달콤함은 있을 지 모르나 플라토닉하기만 할뿐이지 현실적이지 않다. 이에 비해 록은 시끄럽고 지저분하지만 솔직하고 지극히 현실적이다. 밥 딜런Bob Dylan은 이에 대해 뼈있는 말을 한다. “브로드웨이에 죽치고 앉아 '나는 사랑에 빠졌어요'따위의 노래를 만드는 이들을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엔 사랑과 섹스 말고도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11) 현실을 보고 분노하는 젊은이들이 모순된 현실과는 무관한, 공허한 연애타령에 이끌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록이라는 장르안에서는 뭐든지 자유로이, 개방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세계 젊은이들의 열린 공간, 그 음악적 장르가 바로 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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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임진모, 「록 그 폭발하는 젊음의 미학」(서울: 창공사, 1996), p.15. 여기서 임진모씨가 말한 록의 개념들은 록 그 자체이기보다 록에 대한 의미부여에 지나지 않는다.
2) 임진모, op. cit., p.19.
3) 대표적인 예가 비틀즈다. 그들은 리버풀의 노동자 계급 출신이었다. 그러나 록을 받아들인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의 중산층 자녀들로 이들은 자유주의 좌파의 색깔이 강했다. 4) 우리나라의 90년대 운동권 가요가 록음악을 표방하는 경향을 보인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80년대 운동권 노래들은 대체로 포크음악이거나 행진곡풍의 투쟁가였지만, 포크가수였던 [안치환]이나 [조국과 청춘]은 90년대 이후 빈번하게 록음악과 결합하며, [천지인]이나 [메이데이], [이스크라] 같은 그룹들은 아예 자기들의 음악적 정체성이 민중록음악임 내세운다.
5) 김지영, 「이상의 시대 반항의 음악」, (서울: 문예마당, 1995), p.261.
6) 사이먼 프리스, 권영성·김공수 공역, 「록 음악의 사회학-사운드의 힘」, (서울: 한나래, 1995), p.41.
7) 임진모, op. cit., p.19.
8) 사이먼 프리스, op. cit., p.29.
9) 임진모, op. cit., p.23.
10) Ibid, p.23.
11) 서동진, 「ROCK 젊음의 반란」, (서울: 새길, 1993),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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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록 역사의 획을 그은 영웅들 가운데는 실제로 노동자 계급 출신들이
많다.3) 그렇기 때문에 록이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사회주의적 문화의 가능성에 도달할려는 메시지가
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음악적 배경으로 볼 수 있겠다.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