Ⅹ. 나오며
1. 지금까지 실린 내용
우리는 여기까지 록에 대한 얘기들을 대충 짚어봤다(사실 록음악에 대한 얘기를 심도깊게 하려면 최소한 한 학기 강의를 해야할 정도다). 지금까지 언급된 부분을 짚어보자면, 록의 역사-특히 60년대를 중심으로-에서는 록음악이 그 시대적 상황과 접하면서, 어떠한 사운드와 미학으로 록의 형식이 변화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또한 록에 담긴 마약과 섹스에 관한 코드는 시대에 대한 불만의 토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과 광폭한 사운드인 스래쉬 메탈(Thrash Metal)의 미학이 삭막한 현대 문명에 대한 끔찍한 자기 몸부림인 것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특히 기독교인들의 뉴에이지(New Age) 담론과 관련된 록음악에 대한 고찰에서는 나 자신의 위치가 기독교인이라서 필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뉴에이지 담론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청소년과 록음악의 상관성을 언급하면서 기존의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 주장하는 대중문화 트집잡기 이론에 대한 진보적 기독교인으로써의 반론을 펼쳤다. 또한 록과 클래식이 어떠한 차이를 가지며, 이에 따른 매니아들 취향의 사회학적 이해도 잠시나마 살폈다. 8장에서는 오늘날 팝으로 전락해 버린 록음악에 대하여 그렇다고 해서 결코 록음악과 팝은 동일시 될 수 없다는 점을 피력했다. 글의 전개는 평론가 신현준씨의 글에 대한 반론형식을 취했다. 그리고 9장에서는 본인의 주관에 의한 기억할 만한 록앨범에 대해서 리뷰의 글을 올렸다.
2. 왜 우리는 대중예술 문화를 이해해야 하는가?
현대의 모던 아트Modern Arts세계를 들어서 얘기해 볼 때 여기에는 난해함, 복잡성, 속도감의 부여와 입체감의 상실(현대미술의 경우)을 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놈의 현대 예술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흔히들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들은 이를 두고 '예술의 엘리트주의'라고 비판하지만, 그런 말은 이 세계를 결정짓는 인식의 크나큰 즐거움을 누리는 데에 참가하지 못하는 자들의 자기변명,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고 말한다면 이에 대해 뭐라고 답할 것인가? 당신은 앎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가, 아니면 그런 것은 몰라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불편함이 없다고 느끼는 것인가? 황지우 시인의 얘기를 약간 편집하여 인용해 보겠다.
"우리 주위의 대부분은 작품 앞에서 혹은 음악을 들으면서 우아하게 폼 잡거나 혹은 심각하게 미간을 찌뿌린 채 서 있는 사람이 많은데 그들 대부분은 속물이거나 문화적 위선자이기 쉽다. 그렇다고 아예 그것들을 재껴버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무뢰한이 된다. 그렇다고 그냥 잘못된 것으로만 덮어 버리거나 무조건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언제까지 우리가 피카소의 그림 앞에서 왜 그것이 예술인지를 몰라 고개만 갸우뚱하고 있을 것이며, 지미 헨드릭스의 록음악을 듣고 지저분하고 시끄럽기만 하다고 떠들어 댈 것인가. 적어도 우리가 예술에 대한 속물이나 문화적 위선자 또는 무뢰한이 되기 싫다면은 절대 그럴 수는 없다. 그것은 우째서 이리 되었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것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왜냐하면 현대 예술을 안다는 것은 바로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세계의 조건을 아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예술이라는 문화 형식은 이 세계가 우리에게 짓고 있는 표정을 대신한다. 생각해 보라. 예술의 엘리트주의가 보편화된다면 모든 사람들이 좀더 나은 고급적이고도 아카데믹한 감동들을 나누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 그 졸립기만 하고 재미도 없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희생>을 스필버그의 <인디애너 존스> 관람하듯이 즐기면서 감상하는 관객이란 이 얼마나 멋지고도 성숙한 인류의 일상적 모습인가!
그렇기에 이 시대 관객들의 평균적 수준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가장 좋은 문화적 작품은 <재미>와 <깊이>를 함께 가진 작품이 될 것이다. 대중성과 예술성를 겸비한 문화 상품이란 더없이 유익하다. <재미>는 대중을 포섭하기 위한 수단이고 <깊이>는 그러한 대중에게 작가가 의도하는 궁극적 목적이다. 작가는 <재미>에서 대중과 만나고 <깊이>에서 대중을 살찌운다.
3. 록음악에도 괜찮은 재미와 예술성을 담아내자
록은 이 세계의 다양한 흐름들을 담고 있다. 더군다나 록음악은 하위계급의 여가문화로 출발했기에 일상성에 내재한 문화적 장치다. 인간은 유희의 동물이기에 소비 문화를 동경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문화적 상품이 상업적인 메카니즘으로는 전부다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얼마만큼 드러나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록이 재미와 유희의 기능으로써만 담당한다면 그것은 그 사회를 반영할 뿐이지 그 사회를 한층 더 진전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록의 역사는 항상 그 사회의 표정들을 끊임없이 조명하고 반영해 왔으며 다시 그 사회의 흐름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다. 그렇기에 같은 값이면 보다 더 생산적인 의미들을 생산하는 게 더 좋지 않은가.
우리나라의 경우엔 주류 댄스음악이 절대적으로 대중음악의 자본시장을 잠식하고 있으며, 그 소비층이 거지반 10대에서 20초반까지의 여자들이다. 음반 제작자들도 이점을 계속 노리고 있기 때문에 댄스 음악의 주도화로 나타나는 악순환은 계속 될 전망이다. 비주류 록음악은 주로 소수 남자들의 전유물이 되버린 느낌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록음악이 경시되는 풍토가 강하다고 볼 수 있겠다. 록음악에 대한 무조건적인 편견과 차별적 자세는 당연히 마땅치 못하다. 물론 반대로 록에 대한 무조건적인 옹호도 록을 우상시하는 그릇된 편견이라 할 수 있겠다. 요컨대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록음악이 좋으니까 듣자'가 아니라 '록음악을 통하여 세상을 바로 아는 재미를 맛보자'라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나의 이 글이 록음악에 관심하는 기회가 되길 바람과 동시에 록음악이 이 땅의 사회변혁에 유용한 문화적 매개장치로 자리매김되는 작은 계기도 되길 바란다. 록음악이 인간구원에 관한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때 여태껏 신화로써 숨어있었던 록음악의 잠재된 힘은 그때부터 작동되며, 이 때의 록음악은 인간해방을 향한 치열한 투쟁성을 확보한 채로 현실을 꿰뚫는 의미의 장이 비로소 열리는 것이다.
문화를 읽자! 세계를 읽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