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과학, 그 아름다운 만남을 기대하면서 / 샤갈(성결교 목사님)

 
[1]  저는 최근 몇 달동안 (종교와 관계있는) 과학 관련 서적을 읽고 있습니다.

구입한 책하고 읽은 책들, 그리고 읽고 있는 책들을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리차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같은 저명한 서적들과
신재식, 김윤성, 장대익 세 사람이 유신론자, 불가지론자, 무신론자의 입장에서
기독교와 과학에 대한 생각을 주고 받은 <종교전쟁>,

존 호트의 <다윈 이후의 신>, <과학과 종교, 상생의 길을 가다> 그리고 최근에 단숨에 읽은
천체 물리학자 우종학의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
그리고 그가 번역한 폴킹혼의 <커크, 카오스 ....>라는 책 등도 읽었습니다.

물론 그 외에 스티븐 호킹의 <시간은 항상 미래로 흐르는가>라는 책과
상대성 이론에 대한 일반적인 입문서들도 몇 권 읽었지만,
이런 전문과학서적을 따라잡기에는 저의 역량이 한없이 부족함을 느꼈을 뿐입니다. ㅎㅎㅎㅎ...

그런데, 이런 과학서적에 대한 독서는 단순히 "과학"자체에 대한 이해를 넓혀줄 뿐 아니라,
신앙인인 저 자신에 대한 이해, 보다 정확히 말하면 내 존재의 핵심적 요소인 신앙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밝혀주고 있다는 점에서 즐거우면서도 도전적인 여행이 되었습니다.

 
[2] 대부분의 한국교회에서는

창조냐 진화냐는 이분법적 도식 하에서 진화를 불신앙으로 매도하고,
창조를 신앙의 차원을 넘어 "과학적" 사실의 반열에 까지 올려놓아야
참으로 훌륭한 신앙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런 열정이 빚어낸 것이 <창조과학>라는 모임이겠죠.

그러나 불행하게도 - 제 개인적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 창조과학회에 대한
공개적인 공격들이 기독교 신앙 내에서도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위에 소개한 <종교전쟁>이라는 책에서 신재식 선생님의 논지도 그에 해당되고,
젊고 유능한 천체 물리학자인 우종학 박사의 글도 이에 해당됩니다.
(물론 국내 밖의 많은 신학자와 과학-신학자들에 대해선 말할 필요도 없겠죠.)

특히 국내에서 <창조과학>만이 기독교의 창조론을 대변할 수 있는
유일한 과학으로 생각해 왔던 캐캐묵은 통념에 일침을 놓는 것이지요.
더 나아가 <창조과학>은 사이비 과학일뿐 아니라, 성서 자체를 마치 과학책으로 취급하는
신학적 오류에 빠져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 안타깝지만, 이러한 신학적 오류는 많은 신앙인들에게도 발견되지만,
  기독교를 비판하는 소위 안티기독교인들에게도 발견되지요.
  아마도 문자주의 종교인들의 영향인 듯 보입니다.

더불어 오히려 <창조과학> 때문에 성실한 기독교 과학자들의 논의가 불신앙적으로 폄하되거나,
기독교는 비과학적이라는 외부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날 이러한 기독교 지성계의 발전을 무척이나 환영합니다.
적지 않은 신앙인들이 신앙은 "새로운 해석"이 필요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러한 그들의 태도야 말로,
실제로는 지대한 해석학적 고충에서 나온 결단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적 패러다임 앞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지 않는 지적 게으름을 나름대로 감추려는
해석학적 고충에서 나온 변명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져 봅니다.
<신앙...해석이 필요없어...그저 믿는거야!>라고 말입니다.

 
[3] 이미 수천년간의 전승과 기록 역사를 담고 있는 성서 안에서도

<하나님 신앙>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이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다면,
새로운 해석 자체가 놀라운 것은 아니어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어떠한 해석이
성서와 시대적 정신에 적합하고 타당한지에 대한 고민에 있을 것이고요.
그런데도 안타까운 것은 많은 신앙인들이 소위 <있는 그대로>
<전해 받은 그대로> 믿겠다고 결정함으로써,
스스로 하나의 (기존의 전통적) 해석에 자신을 묶어두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면서 기존의 전통적인 해석이
그 당시의 해석학적 사유 안에서 나온
결과물인 점을 쉽게 간과하고 있지요.

넓은 맥락에서 보면, 신앙이 하나의 해석학적 사건이 되어야 할지 아니면,
(앵무새처럼 문자주의적 읊조림을 되풀이 하는)
닫힌 신념체계가 되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좁은 맥락, 곧 신앙과 과학과의 논의에서는
앞으로 신앙은 <창조과학>이라는 사이비 과학적 체계를 넘어
어떻게 참된 과학정신과 만나 대화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교육에 대한 투자에 대해 좋은 견해들이 성결광장에 등장한 것을 보고, 신학대학 뿐 아니라
신학교육을 거친 우리 목회자들도 지속적인 재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고 보면, 평생교육이라는 말이 목회자들에게는 간혹 무시되거나 신앙을 파괴하는
세상지식을 섭렵하는 것이라는 오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