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발목 잡혀 오늘을 허비할 시간 없다."

세종시 원안 포기와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정운찬 총리가 하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요즘 제 생각
은 부동산 투기와 세종시가 서로 비슷한 논리로 전개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한마디
로 축약하자면, "미래에 현혹되어 오늘을 허비하는 꼴"이 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지요.

부동산 투기가 어느새 재테크 라는 이름으로 둔갑해서 경제적이며, 합리적인 투자전략으로 선
망의 대상이 되어버린시점에, 미래를 위한 투자는 언제나 현재의 희생을 강요해도 좋다는 경제
적 미끼로인간의 욕망을 부축이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추어 정부는 과감하게 미래를 위한 투자를 기획했고,이와 동시에 실체보다 이미지가
중요시 되는 시대를 간파한 정부는 최근에 30억 가량을 정부관련사업 홍보비용(예컨대 4대강
사업)으로 지불하면서 여론몰이에 나섰으며,야당과 국민들의 반발에 아랑곳 하지 않고 이제 또
다른 미래사업을 터뜨리고 맙니다.이에 반대하는 국민들과 야당으로서는 막아야 할 댐의 구멍
이 너무 많이 주의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겠지요.

오지 않을 미래에 현혹되어 현재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알베르 까뮈가 본 마르크스의 문제점
이었다면,제 눈에 세종시도 까뮈가 비판했던 공산주의의 논리에 그리 멀지 않은 듯 보입니다.
"잘 살게 해 줄테니, 과거는 잊어버려~ 현재는 희생해야지~ 시간이 없다. 되돌아볼 필요 없다.
 힘을 모아도 모지랄 판에..." 이 경우, 루쉰의 말을 빌리자면, "희망은 창부와 같은 것"이겠지요.

원래 세종시 논의의 핵심이었던 수도권 집중화 방지는 잊혀져야 하는 과거가 되었고 실체 없는
유토피아적 신도시의 개념만 바람에 날리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가능성에
흔들리지 말고 현실적인 것을 붙잡아라" 했던 본회퍼의 결단과 언제나 미래적 꿈을 선택한 MB
의 결단 중,어느 것이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에 적합한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노무현 정부가 세종시를 위해 투자했던 수 년간의 막대한 연구는 단 몇 달 간의
수정안에 밀려 잃어버린 10년처럼 훌쩍 사라져 버렸고,이제 어떤 막중한 정부의 결단도 손바닥
 뒤집기 보다 훨씬 쉬울 수 있다는 사실만 남게 되었네요.


노무현 정부의 행정 복합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