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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연재글] 세속 시대에서의 종교 현실과 종교, 철학, 과학 간의 공통 물음    
  글쓴이 : 미선 날 짜 : 20-06-23 20:50 조회(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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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화된 사회에서의 오늘의 종교 현실

 

오늘날의 종교 현실은 이미 세속화된 현대 사회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그러면서도 해당 종교의 면면들은 대체로 이들 사회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답을 제공해준다기보다는 오히려 빠른 속도의 사회 발전과 변동 양상을 따라가기에 급급하거나 이를 소화해내기가 벅찰 정도로 심각하게 정체된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심지어 답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사회 발전에 지장이 될 만큼 역사를 거꾸로 퇴행시키는 반동세력이 되거나(물론 그 자신들은 과거 전통 수호의 명분을 내세울 테지만) 지나친 사회적 물의를 끼치는 독소가 되는 점도 훨씬 더 많아 보인다.

 

퇴행하는 종교의 징표 중 하나는, 현대 사회가 실질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 또는 그때까지 축적된 인류 지성사의 일반적인 성취들과도 합리적 소통을 여전히 하지 못하거나 무시 또는 회피하려는 점도 있기 때문에 이들의 활동 영역도 점차로 축소되거나 제한되어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종교인으로서의 삶의 생활양식에 있어 파편화된 일부로서만 적응화된 종교, 달리 말하면 자신들만의 친목 또는 사교적 목적으로 전락된다는 점도 함께 들 수 있다. , 종교생활이 이제는 나의 전체 삶을 지배하는 근원적 목적이 되기보다 오히려 가족을 비롯한 인간관계 유지와 활용이라는 사교 목적의 한 방편(예컨대 가정의 평화 확보와 사회적 인맥 맺기 거점, 사회조직에서 정치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 등)으로 전락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속한 종교가 전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정서적 친교와 전략적 인맥을 위해 불가피하게 다니는 이들도 꽤 볼 수 있다. 오늘날의 종교 현실이 점차 사교행사의 거점으로 전락되고 있다면 이러한 현대 사회에서의 종교가 갖는 진정한 의미란 무엇일까?

 

이 글의 여정이 종교 신앙에 대한 새로운 발전적 변화의 도약을 제언하는 점도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 이것은 새로운 종교시대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는 점도 함께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태고적부터 지금까지 신화와 철학과 과학의 시대를 거쳐오면서 필자가 생각하기로는 종교가 이제는 새로운 혁신을 위한 모험도 감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지만, 어떤 의미에서 <종교>라는 가장 근원적인 이해와 그 개념 정의부터 새롭게 재고찰해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은가 싶었다. 근본적 관점에서 보면 이 둘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

 

오늘날의 일반적인 종교 이해로서 종교를 마냥 <가치와 의미들이 제공되는 체계>로만 묶으려하는 종교 이해 관점도 더 이상 만족스럽지 못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현대의 세속화된 삶에서도 저마다의 내밀한 가치와 의미 추구의 삶을 살고 있음도 여실히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 자신은 종교(religion)가 없다고 표명하지만 정작 그 자신의 실제적인 삶은 여전히 <종교적인(religious) 색조>를 추구하거나 <영성적인(spiritual) >을 추구하는 이들도 현대 사회에선 꽤나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종교와 비종교(non-religion) 그리고 무종교(areligion) 또는 종교의 부재(absence)나 반종교(anti-religion) 등 이들 사이의 경계들 역시 매우 모호한 지점과 영역들도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데, 이 같은 주제들은 현대 종교학자들 사이에서도 아직 명확히 체계화된 분류로서 나와 있질 않기에 계속적으로 연구되는 지점에 해당한다. 물론 종교와 맞물린 비종교적 현상의 관련성 자체는 오랜 것이지만, 학자들이 관심을 기울인 것은 최근에 이르러서다. 1990년대 중반에 세속주의(secularism)에 초점을 맞추면서 시작되어 2000년대 중반부터 세속성(secularity), 무신론(atheism), 종교거부(irreligion) 그리고 비종교적 문화 연구들로 확대되었던 것이다.

 

또 한편에서는 오늘날의 현대 자본주의 그리고 종교없음을 표방하는 무교주의(물론 이들 중에는 반종교주의자나 과학지상주의자들도 있을 수 있다)까지도 어떤 면에서 <새로운 유형의 종교> 출현, 이른바 <세속의 종교들>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점도 있어 종교 현상과 관련된 다양한 분화와 경계선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우리가 종교학 분야를 들여다볼 경우, 어떤 의미로 가장 놀랍게 발견되는 사실 하나는 종교란 무엇인가?”라는 바로 이 기초 물음 자체부터가 실은 학자들 사이에서도 거의 합의되기 힘든 물음이제는 거의 불가능한 난제로도 볼 만큼 어려운 물음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현재까지는 자신들만의 특별한 종교 이해나 개념 정의를 제안하면서 이론을 펼친다거나 혹은 느슨한 정도의 일반적인 종교 이해로서 저마다 채택되고 있는 점이 많다.

 

종교, 철학, 과학 간의 기본적인 공통 물음

 

이 지점에서 필자는 소위 <종교학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Friedrich Max Müller, 1823-1900)의 유명한 명제를 하나 거론하고자 한다. 그에 따르면, 하나만 아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He who knows one, knows none)”라고 했다. 이는 결국 하나의 종교만 알면 그 하나의 종교조차도 모른다는 의미로 채택되면서 종교학사에 <비교종교학 연구>가 활짝 꽃을 피우게 된 것으로 익히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점에서도 보면, <종교학><신학>도 서로 다른 성격의 연구라는 점도 이해볼 수 있게 된다. 종교학은 기존 신학처럼 기독교라는 하나의 종교 옹호를 위한 이론적 기반 작업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종교학은 기본적으로 세계 안의 다양한 종교적 경험들과 종교 현상을 다루는 연구할 따름이다.

 

이제 필자는 막스 뮐러가 언급했던 바로 그 명제를 다음과 같이 좀 더 확장적으로 적용해보고자 한다. “종교학 하나만 아는 것은 종교학 하나조차도 모르는 것이다무슨 얘긴고 하니 오늘날에는 <학제 간 연구>가 점차로 일반화되고 있는 시대이기에 어떤 의미로 종교학이라는 한 가지 분야도 넘어서 소위 다양한 학문 분야와도 소통될 수 있을 만큼 그러한 학제 간 연구의 방향으로 갈 필요도 있음을 표명한 것이다. 그렇다고 종교 연구를 하려면 모든 걸 죄다 알아야 한다는 의미라기보다, 보다 정확히 언급해보자면, 기본적으로 인류사의 가장 큰 세 가지 전통이라는 종교, 철학, 과학 간의 가장 기본적인 공통 경험의 물음에서 시작해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바로 이것을 의도한 뜻임을 말씀드린다. 그리고 그 지점이 어디인가를 살펴봤을 때 이는 다음의 물음들에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Where do we come from?)”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What are we?)”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Where are we going?)”

 

알다시피 이 물음들은 그동안 인류사에서 주로 종교와 철학 진영에서 지녀왔던 대표적인 물음들에 속한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이 물음이 걸려 있는 또 다른 뜻밖의 장소를 접할 수 있는데, 그곳은 놀랍게도 세계 최대의 입자가속기가 있는 현대 첨단과학의 실험 장소이자 전세계에서 몰려든 과학자들이 함께 일하는 곳인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전시회관으로서, 엄청난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는 현대 과학 실험의 최전선 현장에서 전세계 과학자들이 이 같은 물음을 안고 함께 씨름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편으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것이다. 알고 보면 과학 분야에서도 <존재 기원의 물음들>에 천착하는 지점도 있는 것인데, 이를 놓고, 그저 세속인들의 과학이라고 해서 혹은 물질과학의 한계라고 해서 마냥 무시만 하거나 가볍게만 대한다면 이는 종교 연구에 있어서도 그리 온당치도 않고 유익하지도 않다고 본다.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위와 같은 물음들이 더 이상 종교나 철학에서만 찾을 수 있다고 보는, 그런 고유 물음들로 보질 않고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이제 철학적 탐구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과학적 탐구를 통해서도 이 같은 물음들에 대한 해소 갈증을 시도하는데다 그 추세 또한 점점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종교 연구에 있어서도 이들과도 소통의 접점을 이룰만한, 그럼으로써 학제 간 연구로서도 자리할 만한 새로운 이해의 패러다임이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궁극적으로 이것은 보다 <새롭고 건강한 21세기 기독교>로 나아가는 새로운 출구 전략이기도 한 것이다. 우선은 종교에 대한 이해부터 새롭게 마련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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