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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펌] 경제학 인터뷰    
  글쓴이 : 정강길 날 짜 : 06-09-21 01:52 조회(6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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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인터뷰

I

김 강수님의 편지

 

>음.. 정말 고맙습니다. 그럼 몇일 후 우선 비 정식?으로 편지를 보낼게요..

 

기다리겠습니다.

 

>그러니까 뭐.... 도은이 아버님이 하시는 학문이 무엇인지요… 하는 것 부터 물어봐야 겠지요... 음.. 여하튼 이걸 다시 제게 이야기 해 주시고 적절한 사이트도 말해 주시면 좋아요.. 그러니까 전문적이라기 보다는 제가 도은이 아버님이 답답하지 않을 정도로(물론 이건 어렵습니다만, 최소한 이라도) 알게끔요.. 그리고 제게 아주 쉽게 설명해 주셔 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셔 야 합니다.

 

글쎄요, 흔히 "전공이 뭐냐"는 질문을 받지요. 그런데 이 질문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못해요.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 인문-사회과학의 통합과학을 한다고 말해도 될 거구요. 또 예를 들어 인지과학을 하는 사람 같은 경우에는 자기 전공을 전통적인 학문분과와 연결시키기 어렵겠죠.

 

그냥, 사람이 모여 살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 중에서, 특히 정치적-사회적 이슈들을 합리적인 인간이 어떻게 해결해가는가에 대한 경제학적인 연구분야, 이 정도 말을 해둘까요?

 

"합리성에 관한 재고"

"신제도학파 경제학의 공공재 생산 문제"

"셰보르스키와 엘스터의 합리성 문제"

"케인즈와 하이예크 -- 합리적 기대?"

 

이런 것이 제가 공부하는 분야와 관련된 논문 제목들 입니다.

 

알기 쉬운 예를 하나만 들지요. 위에 나오는 셰보르스키라는 사람은 "공공재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죄수의 딜레마"라는 말을 했는데요, 경제학자들은 지금까지 개인이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경우를 문제삼아 왔습니다.

그런데, 어떤 경제적 재화는 자기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희생하기만 하면 이익을 볼 수 있는 게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어두운 골목의 가로등 같은 것은 한 집에서 희생해서 설치하면 돈을 전혀 안 낸 다른 집도 그 가로등으로 이익을 얻지요. 이런 재화를 공공재라고 하는데, 합리적인 사람들로만 구성된 시장에서는 이런 재화는 생산되지 않거든요. 그러나 역시 인간은 합리적이니까, 뭔가 해결책이 필요하죠. 그 해결책이 이를테면 정치적 협상이나 정부에 의존하는 거나 뭐 그런 방법들인데, 이런 해결책을 선택할 경우, 과연 가장 합리적은 선택은 어떤 것이냐, 이런 문제를 다룹니다.

 

죄수의 딜레마라는 건, 게임이론에서 워낙 유명한 것인데요, 두 공범에게 만약 자백을 하고 상대방이 자백을 안 하면 무죄방면하고 자백을 안 한 쪽에 10년형을 살게 하고, 둘 다 자백하면 둘 다 5년씩, 둘 다 자백을 안 하면 둘 다 1년씩 형을 살게 하겠다고 한 경우, 둘 사이에 교신이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둘 다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건 둘 다 자백을 안 하고 끝까지 버티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다가 상대방이 자백을 해버리면 나만 10년을 덤테기를 쓰게 되니까, 그런 위험한 선택을 하는 건 불합리하지요. 결국, 둘 다 자백을 하는 걸로 결말이 나고 마는데, 이와 같이 개인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 반드시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죄수의 딜레마라고 하는 거죠.

 

그러나, 제 전공을 그냥 경제학이라고 할 때는 말 그대로 "경제적" 현상을 다루는 과학을 하는 겁니다. 전통적 경제학의 구분에 따르자면 제 분야는 미시경제학-공공경제학의 한 특수한 분과지만 말이죠.

경제학은 처음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들이 개인의 이기심에 따라 행동했는데 어떻게 균형과 발전이 이루어지는가를 다루는 분야였어요(아담 스미스). 그러다가 금세기 초반에 이르러, 어떤 경제적 목표, 예를 들면 물가안정/실업구제/경제발전 이런 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를 연구하는 분야로 바뀌었지요(케인즈). 지금도 이 두 분야가 경제학의 주류입니다. 다만, 19세기에 칼 마르크스라는 공산주의의 창시자가 자본주의 사회의 내적 모순을 이론적으로 해명한 것이 있는데, 이것을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이라고 하죠.

 

제 전공분야에 대한 사이트로 국내의 것은 거의 없구요, (비슷한 게 있어도 내용이 없는 제목만 나열한 것뿐이고) 미국의 것으로는 몇 가지가 있는데,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대충 이 정도인데, 아무 거나 질문을 시작하시면 될 듯합니다. 저는 아직 젊어서(마흔도 안 되었으니까) 학문적인 성취를 이룬 사람이 아니고, 아직도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여겨 주십시오.

아카데믹한 대화보다, 좀더 편하고 지적으로 자극적인 그런 대화가 되기를 바랍니다. 경제학이라는 분과학문에 한정되지도 말고, 인문사회과학 정도를 염두에 두고 얘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김강수(kli@netian.com)

 

 

사회자

 

우선 저 번 편지 등은 나중에 배치 하기로 하구요...

 

여하튼 저 번 편지에서 말씀하신 딜레마 문제는 이해는 했습니다만.. 정말 미묘한 부분을 다룬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니까 미세 학문이겠죠? 개척적인 학문인 거 같더군요... 여러 가지 요소가 들어갈 소지가 많을 것 같았습니다. .

적절한 예는 아니겠지만 죄수의 딜레마의 문제는 그러니까 국산품을 믿지 못하고 외국 제품을 쓰는 것과 비슷하겠군요.. 그러니까 충분히 좋은 국산품인데 말입니다. 이러한 예에서 단지 회사 차원의 것이 아니라 보다 공공적인 것에서 혹은 경제적, 과학적, 이론적으로 다루는 것이라 추측 됩니다.

아.. 예를 들어서 폐수를 방류하는 것의 문제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물론 이건 합리적 판단이라 기 보다는 불법이고 비 양심이지만 어차피 개인의 합리적? 혹은 경제적 이득적 입장을 합리적인 것으로 놓는다면 폐수를 몰래 버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도 있죠..

이러한 비 양심적, 그리고 근본적으로 불 합리한 것을(이게 합리적이라면 그 공장이 동네 주민의 쓰레기장이 될 테니까요) 철학적, 정신적 차원에서 가 아니라 보다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경제학 인터뷰 II

II

사회자

 

저는 경제학에 대해서 지금 것 한번도 지식을 쌓거나 비슷한 책이라도 읽어 본적이 없습니다. 아. 생각해 보니 앨빈 토플러의 책을 본적이있군요... "권력 이동"이라는 책을 1년 전쯤에 본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고등학교 때 배운 조금의 쓸모없는 지식들도 외우지도 않았죠. 그리고 그 이후로 어떠한 책도 본적이 없어요. 하지만 저는 경제학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교과서적인 경제학 같은 것에 관심이 없었고 실제적이고 기본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궁금했었죠...

 

그래서 언제나 저는 언젠가는 경제학자를 만나게 된다면 경제학에 대해서 물어 보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인터넷이란 것으로 이렇게 그러한 기회를 맞게 되어서 정말 즐겁습니다.

 

하하.. 하지만 무얼 물어 보아야 할지, 제가 무얼 모르는 지도 실은 모릅니다. 단지 저는 경제학이란 것이 너무 이상하고 정체를 모르게 돼있다는 생각입니다. 음.. 그것이 결국 제가 물어 보고 싶었던 핵심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어쩌면 이건 쉽지 많은 않을 문제 일듯 싶습니다만 최소한 제가 궁금했던 것이 어떠한 문제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궁금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예를 들어서 10명의 사람이 있습니다. 그 중 2명이 돈을 장악하고 있다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나머지의 8명은 그 두 명의 공장에서, 그리고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 돈을 이동시키려 할겁니다. 이러한 경제학의 원리는 사실 노예제도와 저로서는 별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하하..물론 저는 이 대화를 사회주의 이론에 대한 것으로 끌고 나갈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20세기의 경제학에 대한 것은 결국 지금 것 자유경제?와 사회주의에서 수정 자본주의로 접맥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또한 김 강수님의 연구 분야도 제가 느끼기에는 상당히 이러한 접점의 학문을 개적 하는 듯하다는 생각입니다.

 

음. 여하튼 이야기를 계속 해 나가겠습니다. 그러니까 저의 생각으로는 만약 이번에는 8명이 사장이라면 그러면 도저히 두 명이 그 8명의 공장에서 일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결국 사장은 2명이 돼야 하는 것이죠.. 즉 6명의 사장은 다시 노예로 전락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8명이 사장이고 동시에 8명이 소비자가 될 수 있지 않는가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즉 2명은 공장의 사장이고 6명은 서비스 회사의 사장이 되는 겁니다. 그러면 공장의 사장 역시 6명의 서비스 회사를 먹여 살리는 사장이 될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제 결국 가치의 문제, 즉 철학의 문제로 넘어가게 되는 듯 합니다. 즉, 과연 서로 어떤 물건을 사지 않던지, 서로 어떤 서비스를 받지 않는 방법을 통해서 어느 한 세력이 이기게 되는 걸 겁니다. 누가 더 필요한 것을 하는가 하는 것에 대한 싸움이랄 수 있을 겁니다. 노예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만약 이것이 모두 필요한 것이라면 균형을 이루게 될 것 같습니다만... 인간은 욕심이라는 것이 있는 상황이므로 말입니다. 그렇게 됨 으로서 결국 많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상대적으로 중요한 것을 만들 어내는 사람이 돈을 많이 벌게 되겠죠... 마치 마이크로 소프트 회사 처럼 말입니다.

그 돈을 많이 번 사람이 서비스를 받아서 돈을 탕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사업 투자가 망하면 모를까 ... 즉 사장은 9명에게 팔아먹는데 9명은 아무리 그 한명에게 서비스를 해 주려 해보았자 별로 받을 것도 없고 쌉니다.

여하튼 제 생각은 이렇게 지금의 경제란 소수를 향한 부... 그리고 또한 누가 더 필요한 것을 만들어 내는 가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것에서 삶의 질에 대한 발전이란 언제나 정체돼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즉 부의 분배와 노동 시간의 문제에 대해서 그것이 자생적으로 개선되리 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겁니다.

 

지금의 세계는 누가 더 필요한 것을 만들어 내는가를 위한 경쟁상태에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정말로 그 필요한 것이 정말로 필요한 것이라면 어쩌면 세계는 긍정적일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시장의 원리는 냉혹한 것이 아니고 한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동물과 자연은 죽어가고 있지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그러한 한심한 것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의 소모적인 생산이 있습니다.

이 처럼 결국 세계는 무가치한 가치를 위해서 모두가 하나의 노예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통신기계 선전이 열풍입니다만... 그것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쟁을 위해서 그 기계를 사야 하고, 또 바꾸어야 합니다. 즉, 통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목적이 역전 되어 버렸습니다.

결말이 없는 경쟁을 위한 경쟁... 경쟁을 위한 생산, 언제나 미래를 위한 노동...

그리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서비스 산업... 마치 저는 세계가 무얼 하는지 의아하게 생각됩니다.

그러니까 경제라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벗어날 수 없는 노예적인 것의 변신이며 또한 무가치의 창조와 노동이며(경제의 원리에만 입각한다면) 인간의 비굴함만을 강요하는 체제이며 결국 그것을 모른 척 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음.. 아무래도 저의 질문이 자꾸 추상적인 것으로 나아가는군요... 이것은 제가 우선 어디까지가 경제학인지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세태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다시 뒤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제가 하고자 하는 물음은 결국 보니 부의 분배에 대한 것이 되고 만 것 같습니다. 과연 가치와는 상관없는 무모한 듯이 보이는 시장의 원리에 따른 다는 것은 일종의 혹사요... 그리고 해결할 수 없는 부의 불균형을 풀어서 그것을 해결하던가 혹은 그 반대의 작용으로 부의 불륜형이 사라지던가 하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그럼 우선 저의 말에서 가치의 문제는 철학의 몫이니 만큼 그렇다 치 구요... 이러한 불균형의 문제에 대해서 이 전 편지에서 말한 아담스미스의 균형, 그리고 마르크스 주의의 경제학적 시각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 주셨으면 합니다. 언 듯 생각하기에 저의 시각이 마르크스 적인 것 같기도 한데요... 저는 마르크스와는 전혀 상관없습니다만... 그리고 또 아담 스미스의 자본가의 이기심에 대한 대책, 균형의 문제 역시 저의 의문과 닿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담.. 저의 이런 시각에 대해서 이러한 각 학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또 말하고 있는지요... 또한 김 강수님의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그리고 또 마지막으로 어떻게 경제가 모두에게 이롭게 발전해갈 수 있는가? 하는 것 입니다...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잘 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즉. 철학적 행복의 문제는 도외시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러니까 미국이 잘 살게 된다는 것은 어쩌면 다른 나라들이 노예화 되는 것은 아닐지 요... 혹은 미개한 아프리카의 경제를 발전시기는 것이 되는 건가요? 무척 애매하군 요... 두개가 다 일 것 같습니다만...

여하튼 어떻게 잉여의 가치의 이득이 새롭게 창출될 수 있는 건가요? 즉 경제의 발전이란 2명의 사장과 8명의 노예가 모두 열심히 일하고 그 결과 더 나은 곡식을 거둘 수 있었다는 이야기 인 거라고 생각돼는데요? 그렇담 결국 더 합리적인 방법은 있어야 할겁니다. 그러니 또 다시 부의 불균형은 아무리 봐도 잘못된 게 분명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담 경제학은 이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떠한 선택을 하고 있는 실정인지요...

커다란 자본의 위력에서 이젠 아무도 그것을 어떻게 할 수 없는 건가요? 아니면 지금 이대로의 방향대로 가면 무사한 21세기를 맞을 수 있을까요?

.

하... 정말 엄 청 글이 길어져 버렸습니다... 음...여하튼 여러 가지를 두서 없이 물어 보았는데요.... 여하튼 도은이 아버님이 글을 쓰시면 저의 글은 수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하튼 천천히 글을 주세요... 글을 주시는 방법은 인용해 가면서 해도 되고 안하시고 하셔도 되고 상관없습니다.

아이고 정말 글 쓰느라 애먹었습니다....

그럼...

 



 경제학 인터뷰 III

III

김강수님 편지

 

굉장히 길고 난해한 주제를 물어오셨네요. 하기는 이 주제는 경제학의 거의 전 분야를 다 다루는, 그것도 가장 취약한 부분을 건드리는 엄청난 것이 되고 말았어요. 그래서 그 내용을 "전부" 다루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할 것 같으니까, 좀더 상식적인 데서 시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럼 우선 저의 말에서 가치의 문제는 철학의 몫이니 만큼 그렇다치구요... 이러한 불균형의 문제에 대해서 이전 편지에서 말한 아담스미스의 균형, 그리고 마르크스 주의의 경제학적 시각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 주셨으면 합니다.

 

스미스에게서 시작하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왜냐하면, 스미스 자신은 결코 "경제학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스미스는 윤리학자였습니다. 그러나 경제학의 아버지가 되었네요. 오늘날 "주류" 경제학의 많은 이론들이 스미스에게서 출발하는 이른바 '고전파'의 아이디어를 계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스미스가 그런 완성된 이론을 제시한 사람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마르크스에 대해서는 좀 말하고 가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상훈 님의 궁금증은 마르크스의 것과 상당히 닮은 데가 있군요.

칼 마르크스의 경제학적 기여는 <자본론>이라는 책입니다. 그 전에 <공산당 선언>이라는 팜플렛을 썼군요. 올해가 공산당 선언이 나온 지 150년인가, 아마 그럴 겁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라는 체제의 작동방식을 유심히 보고, 그 원리를 규명하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이 체제가 궁극적으로 소멸할 것이라고 기대(추측)했지요.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경제활동은 "가치"를 생산하는 활동인데, 이 가치는 생산과정에 투입된 노동시간에 비례한다는 것입니다. 즉, 어떤 추상적인 노동시간이 많이 투입된 상품이 더 가치가 크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가치가 적다는 거지요. 이 가치가 시장에서 실현될 때 '가격(교환가치)'라는 외양을 띤다고 보았습니다. (가치와 가격의 관계는 너무나 복잡해서 아직도 속 시원한 해결이 나지 않았습니다만)

한 사람의 생산주체(자본가)가 자신의 자금(돈)으로 생산수단과 노동력을 구매해서 생산을 행하면 상품이 생산됩니다. 이것을 실현하면 상품의 대가로 다시 일정한 돈을 얻게 되는데, 이 실현된 가치는 항상 투입된 가치보다 크다는 거죠. 이 차액이 잉여가치랍니다.

이 잉여가치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생산수단은 자신의 가치 이상을 생산하지 못합니다. 남은 것은 노동력뿐인데, 바로 이것이 실제로 생산하는 가치보다 노동력의 가치가 더 작기 때문에(이것을 착취라고 합니다) 잉여가치가 생긴다고 해요.

 

자본가는 이윤을 증가시키려고 할 것이므로, 노동력보다 기계나 생산수단을 개량하기를 원할 겁니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더 그렇겠지요. 이 과정에서 이윤율은 점점 저하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고, 마침내 자본주의는 파국에 이를 것이랍니다. 한편,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착취당하는 사실을 자각하고, 제 몫을 찾기 위해 각성하고 투쟁할 것인데, 그 결과 자본주의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 받는" 공산주의로 이행할 것이라는 게 대충 말한 마르크스의 시나리오입니다.

 

자, 자본주의가 어떻게 성립가능했던 걸까요? 간단합니다. 한 사회가 자본을 가진 사람과, 자신의 노동력 이외에는 팔 것이 없는 사람으로 나누어졌기 때문이죠. 이와 같이 한쪽에서는 자본을 가진 사람이, 다른 한쪽에서는 노동력이 축적되어 가는 과정을 "원시적 축적"이라고 하고, 이 과정은 봉건사회가 해체되면서 일어났다고 하는군요. 즉, 지금의 자본주의는 그저 생긴 것이 아니고, 오랜 인류역사의 발전과정에서 도달한 하나의 단계라는 것입니다.

 

>언듯 생각하기에 저의 시각이 마르크스 적인 것 같기도 한데요... 저는 마르크스와는 전혀 상관없습니다만...그리고 또 아담 스미스의 자본가의 이기심에 대한 대책, 균형의 문제 역시 저의 의문과 닿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스미스의 생각은 대강 이렇습니다. 인간에게는 본래 두어 가지 성향이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모든 인간은 보다 잘 살고 싶어한다"는 것과, "자기가 가진 것을 남과 바꾸고 싶어한다"는 것이랍니다. 이것은 본능에 가까운 것이고 본원적이라는 거지요. 스미스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이기심, 또는 보상에 대한 본능이 사회를 움직여나가는 바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사회가 박애, 이타심, 인정, 관용 같은 것으로 미래를 꾸려나갈 수는 없다는 거죠.

 

스미스는 사람들이 모두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여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사회 전체로 볼 때 이익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의도적으로 자연스러운 욕구충족의 기회를 막고 타인의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각자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야말로 사회 전체의 조화와 공익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죠. 이것이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한 구절이 의미하는 바입니다.

 

이 생각이 오늘날의 경제이론에서는 "자유방임시장"에 대한 이론적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국가나 억압체제가 개입하고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을 가로막지 않으면 조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만약 한 개인이 사회적 질서에 반하는 탐욕을 부린다면 그는 시장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퇴출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과잉생산 된 재화가 있다면 당연히 팔리지 않을 것이니까 그런 과잉생산이 조절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것이 시장신봉자들의 일관된 생각입니다.(금세기에는 하이에크라는 분이 이 생각의 철두철미한 형태를 견지했지요)

 

>그럼담.. 저의 이런 시각에 대해서 이러한 각 학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또 말하고 있는지요... 또한 김 강수님의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그리고 또 마지막으로 어떻게 경제가 모두에게 이롭게 발전해갈 수 있는가? 하는 것 입니다...경제를 발전시킨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잘 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즉. 철학적 행복의 문제는 도외시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 경제이론은 이것과는 다른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상당히 정교한 이론적 도구를 사용하고 있지만, 핵심은 시장에만 모든 걸 맡겨둘 수 없다는 것이고, 거기에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대표적인 예를 두어 가지만 들면, 앞에서 말했던 공공재(비용을 부담하지 않은 사람도 혜택을 얻는 것) 문제라든지, 방임의 결과인 독과점의 문제라든지, 최저생계수준을 확보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호해야 할 필요라든지 공황이나 혼란을 극복해야 할 필요라든지, 이런 것을 의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요즘 생각입니다.

 

본질적으로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이 잘 사는 사회"라는 것은 이상입니다. 현실에서 과연 그런 것이 가능하겠는지 솔직히 좀 의문이로군요. 우리가 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파국을 막는 것, 과도한 불균형을 제거하는 노력을 해보는 것, 즉,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는 것, 이게 전부인데, 도대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를 탐구하는 학문이 경제학이라고 생각하시면 대강 맞을 겁니다.

 

>그러니까 미국이 잘 살게 된다는 것은 어쩌면 다른 나라들이 노예화 되는 것은 아닐지요...

 

이건 어려운 질문이군요....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아시아적 가치가 붕괴한 요즘, 미국 한 나라만 신난 것도 사실이지요. 별의별 이론이 다 있습니다만, 적어도 자본주의 세계가 "부당하게" 미국을 중심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문제는 논의가 좀 더 진행되고 나서 다시 다룰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은 미개한 아프리카의 경제를 발전시기는 것이 되는 건가요? 무척 애매하군 요... 두개가 다 일 것 같습니다만... 여하튼 어떻게 잉여의 가치의 이득이 새롭게 창출될 수 있는 건가요?

즉 경제의 발전이란 2명의 사장과 8명의 노예가 모두 열심히 일하고 그 결과 더 나은 곡식을 거둘 수 있었다는 이야기 인 거라고 생각돼는데요?

그렇담 결국 더 합리적인 방법은 있어야 할겁니다. 그러니 또 다시 부의 불균형은 아무리 봐도 잘못된 게 분명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담 경제학은 이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떠한 선택을 하고 있는 실정인지요...

 

이 질문에 대답하지요. 말씀하신 "부의 불균형"을 보통 분배의 공정성이라고 표현합니다만, 자본주의 체제의 한 특징이 생산을 중시하고 분배를 상대적으로 경시하는 것인 듯합니다. 시장신봉자들은 분배도 시장을 매개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력을 적정한 가치로 판매한다면 분배가 이루어지는 셈인데, 그 적정한 가치가 시장에서 결정될 수 있으리란 (약간 기대가 섞인) 태도를 취했지요.

그러나 오늘날, 자본가-노동자 관계에서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이 사실이고 따라서 노동자에게 단결권이라든가 그런 집단적 행동을 가능하도록 하는 입법조치들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류 경제학은 소득분배이론에 대단히 취약합니다. 별 방법이 없기 때문이지요. 다만, 쿠즈네츠 같은 학자는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면 계층별 소득분배가 좀 개선될 수 있으리란 희망을 피력한 정도입니다.

문제는 절대빈곤층인데(우리나라의 절대빈곤층은 월 최저 생계비(약 50만원) 이하의 소득층을 가리키는데, 전 인구의 약 7~8% 정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처방"은 정치의 영역이지 경제학의 영역이 아닌 듯합니다.

 

마르크스주의에서는 이것을 사회적 생산과 사회적 분배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즉,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없애자는 것이지요. 애초에 자본가가 생산수단을 사적으로 소유했기 때문에 착취가 나왔다는 거니까, 처방치고는 정말 급진적이네요.

사회민주주의라는 이상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빈곤층과 실업자에게만 최소한의 사회적 지원을 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어떤 경우든 시장에서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는 동의하는 것이겠습니다.

어느 정도의 소득분배 불균형이 사회의 생산성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커다란 자본의 위력에서 이젠 아무도 그것을 어떻게 할 수 없는 건가요? 아니면 지금 이대로의 방향대로 가면 무사한 21세기를 맞을 수 있을까요?

 

카알라일은 경제학을 "우울한 과학"이라고 했답니다. 수많은 천재를 "집어삼킨" 과학이라고도 하지요. 경제학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경제학자란 같은 문제에 서로 다른 대안을 내놓고 둘 다 노벨상을 받는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경제학은 "무사한" 21세기를 예언하지 않습니다. 다만, 파국을 막기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있겠는가를 생각하지요. 그러면서 그 방안이 절대로 도덕이나 이타심에 호소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연구의 출발점이었던 제도학파 경제학에서 말하는 "코즈의 법칙"이란 게 있습니다. 도덕은 경제학의 출발점이었지만 경제학의 종말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한 공장이 공해로 주변을 오염시키는 경우, 도덕적으로 이 공장의 영업을 못하게 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이 공장주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공해발생"을

기필코 해내고 말 겁니다.

차라리, 그 공해를 매우 큰 비용으로 인식한 그 지역 사람들이 그 공장을 인수해서 영업을 중단시키는 경우가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거죠.

소득분배 불균형은 분명히 비도덕적이고 마음 아픈 일입니다만 그것을 도덕감각이나 윤리로써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자본의 논리가 분명히 윤리적 기준으로 부당하게 작용하는 것을 흔히 봅니다만, 이 역시 강제나 규제로써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합리적 행동이라는 것을 천착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지요. 경제학의 여러 연구분야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바로 이와 같은 생각들이 그 출발점이 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계속을 위하여>

서론으로서는 훌륭한 대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를 토대로, 좀더 구체적인 것들이 얘기되기를 바랍니다.

 

---

김강수(kli@netian.com)

 

 

사회자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이런… 원고료를 드려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보다 풍성한 인터넷

문화가 되어간다는 것으로 위로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평소에 몰랐던 여러 궁금증과 경제학 전반에 대한 체계가

어렴풋이 나마 잡혔습니다.

 

김 강수님

앞의 편지와 함께....

 

> 여하튼 도은이 아버님의 놀라운 서론?이라는 말에

> 경악을 했습니다.

> 여하튼 이걸 저는 2/3로 생각하고 싶은데요?

 

뭐, 인생의 거의 대부분이 "서론(Introduction)"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2002-07-22 18:12: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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