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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노동 중심성>에서 배제되는 <그림자 노동> 문제..    
  글쓴이 : 미선 날 짜 : 13-09-20 11:25 조회(4950)
   트랙백 주소 : http://freeview.org/bbs/tb.php/e002/80 




 
이번 추석 연휴때 설겆이를 비롯해 많은 가사 노동들을 하셨을 터인데
왜 기존의 노동 개념에는 가사 노동은 들어갈 수 없는지..
꼭 경제 거래 개념이 성립되어야 비로소 노동이 되는 것인지..
그러한 기존 노동 개념의 한계는 없는지.. 혹시 이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은 없으신지요?
 
 
전체 사회 노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그림자 노동>에 대하여..
 

요즘 기존 진보 진영에서도 말하는 <노동 중심성>이 갖는 한계가 많이 떠올려지더군요. 실제로는 노동중심성이 우리 사회의 많은 노동들을 배제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아예 노동이라는 범주에도 들어가질 못하는 노동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그런 점에서 현재 <몸학 사민주의>를 구상함에 있어서도 기존 노동 개념이 갖는 한계인 <임금 노동 중심>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 점을 매우 날카롭게 지적한 학자가 다름 아닌 이반 일리히(Ivan Illich)의 <그림자 노동>Shadow Work입니다. 저는 <그림자 노동>이 갖는 본류적인 문제 제기가 상당히 크게 와닿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사실상 <임금 노동>과 <그림자 노동>은 마치 음양의 관계처럼 서로 상호 의존되어 있기에 우리 사회 전반을 지탱하는 뿌리 깊은 양대 기둥임에도 <그림자 노동>만은 아예 노동의 범주로서 배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자 노동>shadow work의 사례로는 대표적인 형태인 <가사 노동>과 더불어, 교육, 보육, 통근 등 우리 사회를 존속 유지케 하면서도 임금이 지불되지 않는 모든 노동들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그림자 노동을 떠맡는 대다수는 남성이 아니라 주로 여성, 아이, 노부모 등 이들이 실질적인 그림자 노동을 떠맡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인지 대다수 사람들은 <그림자 노동>의 문제를 거의 문제 삼지도 않을 뿐더러 한편으로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여길 정도로 우리 몸에 체화되어 있는 현실입니다.
 
이반 일리히는 바로 이 <그림자 노동>과 <임금 노동>은 실제적인 산업 경제 구성에 있어서는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한 쌍을 이룬다고 합니다.. 엄밀히 말해서 임금 노동도 그림자 노동 없이는 그 존속이 불가능할 것임에도 우리 사회의 근로 역군은 땀 흘려 일하는 직업 남성의 이미지에 경도되어 있는 점 역시 사실입니다.
 
마찬가지로 이와 맞물려 <내조의 여왕>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착취되는 그림자 노동에 대한 허울좋은 미화나 남성 중심 사회가 우리 안에 심어놓은 유화적이고 기만적인 제스처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이러한 대중적 이미지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우리 안의 무의식 속에 뿌리 깊게 각인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임금 노동>과 <그림자 노동>이 사회를 존속케 하는 양대 기둥이라고 한다면, 단순히 어느 한 쪽만을 중요시 하는 건 부당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컨대 그림자 노동의 대표 유형인 가사노동을 임금노동으로 바꾸는 식의 해결도 이반 일리히가 지적하듯 새로운 그림자 노동이 창출되는 것이라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어느 한 쪽으로 환원하는 방법에 불과하기에 온전한 해결은 결코 못됩니다.
 
요즘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어난 만큼 그 틈새로 다시 연로하신 노부모들이 아이를 돌보고 키우는 <그림자 노동>이 다시 또 늘어가고 있는 추세잖아요.
 
그렇다면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데.. 이 책에서는 그 대안으로 <고유한(vernacular) 노동>이라는 개념을 제안하더군요('고유한'이라기보다는 어떤 점에선 자발적, 자율적, 자생적 노동이라는 의미를 갖기도..). 자립감과 자존감을 높여주는 노동이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고유한 Vernacular'이란 라틴어로 유급교사로부터 배우지 않고 습득한 언어에 대해 사용되고, 가정에서 형성되고 가정에서 창조된 공용에서 유래하는 가치를 나타내는 말로 쓰여졌다고 합니다. 이반 일리히는 시장에서 매매되지 않는 인간이 보호하고 지킬 수 있는 가치로 상품과 그 그림자에 대치되는 용어로 이 말을 부활시킬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아직 명쾌하게 와닿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노동의 소외 문제를 자율적인 예술 놀이로서의 노동 개념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나와 있지 않은 것 같더군요.
또한 <깨어나라 협동조합>의 저자인 김기섭의 경우도 이 개념을 도입하고 있지만, 왜 <조합원 노동>이 반드시 <고유한(vernacuar) 노동>이 되는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왜냐하면 개인 성향상 조합원 노동을 싫어하거나 만족스러워 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애초 이반 일리히가 말한 개념과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더군요.
 
혹시 이에 대해 여러분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반 일리히가 언급한 <그림자 노동>은 <임금 노동>에 가려져 있을 뿐 실제로는 우리 삶의 거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노동입니다. 그럼에도 올곧게 평가되고 있지 않는 작금의 현실입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임금 노동 중심>의 노동 중심성이 계속적으로 부각되면 부각될수록 다른 한 쪽의 <그림자 노동>의 문제 역시 매우 심각하게 편만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숫돌 (13-09-21 21:07)
 
일단 vernacular가 왜 '고유한'으로 번역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오히려 그 반대인 '일상적인'이나 '평범한'쪽이 맞는데 말이지요. 그리고 이반 일리치의 책 제목이 Shadow Work 인점을 고려하면 번역이 '그림자 노동'이 아닌 '그림자 일'이 되어야할 것 같구요. Work와 Labor가 다르지 않을까요? 정확한 차이는 저도 모르겠지만.. 아마 '고유한 노동'도 영어로는 'vernacular work'일것 같네요. Work와 Labor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Vernacular work 과 industrial labor 그리고 임금의 문제, 이제 자본이 vernacular work의 영역까지 침범해서 모든 것을 양화시키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고.. 아 머리 속이 복잡해지네요.

    
미선 (13-09-22 17:27)
 
저도 왜 그렇게 번역을 한 것인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쓰인 맥락으로는 자존감 자립감을 높이는 노동의 의미로서 쓰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Work와 Labor의 차이가 사실 얼마나 다른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둘 다 노동 혹은 일이라는 용어로 번역되기도 하는 현실인지라.. ㅡㅡ;;

위의 그림자노동에 대한 대안은 제 나름대로 생각한 것은 있는데, 조만간에 이에 대한 글을 올릴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뭐 특별한 것은 아니고 이미 기존에 나와 있는 논의들을 몸학적 관점에서 다시 재고찰해 본 것에 불과합니다. 암튼 연휴 마지막까지도 건강히 잘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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