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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관계 패러다임으로서 새롭게 해석하는 불교 교리    
  글쓴이 : 정강길 날 짜 : 08-05-25 16:13 조회(6048)
   트랙백 주소 : http://freeview.org/bbs/tb.php/e005/33 




지난 토요일에 학술대회가 불교조계사에서 열렸는데
이날 자리에서 초기불교를 전공하신 교수님과 나눈 불교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불교의 연기론을 떠올릴때마다 <관계론>을 떠올리는데
그럴 경우 기존 불교 교리에도 다소 약간의 수정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불교의 사성제(四聖諦, Catvari-arya-satyani)의 경우 그것은 다음과 같다.
- 고제(苦諦:dubkha)·집제(集諦:samudaya)·멸제(滅諦:nirodha)·도제(道諦:marga)
 
하지만 이때 그 시작에 있어 고통과 괴로움을 <관계의 충돌>로서 본다면
불교의 4성제 교리는 아래와 같이 바뀔 수 있다고 본다.
 
1. 고성제 → <관계의 충돌>을 겪는 것이 삶의 현실이다.
2. 집성제 → <관계의 충돌>은 관계가 어긋남으로서 일어난다.
3. 멸성제 → <관계의 올바름>이 확립되면 관계의 충돌은 사라진다.
4. 도성제 → <관계의 올바름>을 아는 것이 도(道)를 아는 지혜다.
 
8정도(八正道)
 
정견(正見) - 올바른 견해 
정사(正思:正思惟) - 올바른 생각
정어(正語) - 올바른 말
정업(正業) - 올바른 행위
정명(正命)- 올바른 생활
정정진(正精進) - 올바른 노력
정념(正念) - 올바른 마음
정정(正定) - 올바른 선정
 
 
결국 8정도는 <관계의 올바름>을 위해 있는 것이다.
바른 견해, 바른 생각, 바른 마음이 필요하지
無견해, 無사유, 無념의 추구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 신앙도 <무아>(無我)가 아니라 <정아>(正我, 올바른 자아)에 대한 추구가 맞다.
즉, 무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정아를 통해서 무아로 나아가는 것이지 그 역은 아니다.
 
무아부터 추구한다는 것은 오히려 비현실적이기에 관념적일 수 있다.
올바른 자아에 대한 추구야말로 보다 현실적인 신앙이다.
 
물론 고정된 실체란 없다. 그러나 소통의 차원에서는
우리 모두가 고정된 실체화의 작업를 통해서 서로 소통을 한다.
인간의 의식작용이나 언어 그리고 개념화 작업들은
우리가 사물들을 실체화 해보임으로써 서로의 의사들을 주고 받고 있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기존 불교 이론 역시 고정된 개념들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상대방에게 어떤 것을 가리키기 위해 "이것은 무엇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 개념과 이론 전달에 있어 사물에 대한 실체화의 작업을 통해서 전달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실체화의 작용은 이미 존재론적으로 불가피한 것이다.

따라서 이를 아예 무시한다는 것이야말로
존재의 현실을 무시하는 관념적 처사밖에 안된다.
 
결국은 고정된 실체란 없다는 점과
소통의 차원에서는 실체적 사고가 불가피하다는
이 두 가지가 만족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흐르는 변화 속에서도
좀더 올바른 과정으로서 고정된 실체화의 작업이 보다 중요한 관건일 수 있다.
무색계에 대한 성취를 섣부르게 목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색계의 올바름을 통해서 우리는 색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지 않냐는 것이다.

자아는 관계의 충돌이 아닌 관계의 조화에서 건강한 활력을 갖는다.
서로의 목적들을 실현하면서도 서로의 목적들이 충돌하지 않는 관계들의 조화에서
우리는 좀더 최적화된 만족을 경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진정한 열반도
결국은 모든 관계들의 올바른 조화의 차원에서 성취되는 것으로
열반이 물리적으로도 이루어진 이상 세계가 다름 아닌 <정토>가 될 것이며
그것은 곧 새로운 세상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러한 새로운 차원은
관계의 충돌들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고통의 소멸을 담고 있긴 하지만
관계의 올바른 유기적 조화의 차원이라는 점에서 <새하늘 새땅>의 차원이기도 하다.
 
나의 목적과 너의 목적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게 맞물려 나가는 관계는
사실상 자아의 확장을 경험하기에
양자 모두 새로운 경험의 차원으로 돌입한다.
 
이를테면 모든 자율성들이 최대한 실현되면서
동시에 그 자율성들의 전체가 서로 유기적인 관계로서 엮여 있다고 생각해보라.
그것은 사실상 나에게도 너에게도 더불어 우리 모두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따지면
<열반>Nirvana은 자아가 욕망을 거세함으로서 무(無)로 돌입하는 차원이 아니다.
욕망 자체를 거세할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론 무엇을 욕망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관건일 수 있다.
 
즉, 욕망도 그 욕망이 어디에 놓일 수 있느냐는 그 맥락에 따라서
보다 의미 있는 욕망이 될 수도 있잖은가.
사실상 궁극적인 존재 전체의 밑그림에 따라
거기에 놓여지는 욕망이나 갈애도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기도 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자아는 욕망을 끊는 무아(無我)가 아닌
욕망의 올바름을 추구하는 정아(正我)를 형성해나감으로서
우리는 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차원의 <새로운 세상>New World으로 나갈 수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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