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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화이트헤드 관련 질문드려도 될까요    
  글쓴이 : 고골테스 날 짜 : 16-02-08 09:21 조회(2638)
   트랙백 주소 : http://freeview.org/bbs/tb.php/f001/3876 


저 는 구글에서 화이트헤드 관련글을 검색중에 다른 글에서 이렇게 보았습니다,
-
현실적 존재자를 여건으로 하는 파악을 ‘물리적 파악’(physical prehension)이라고 부르고 영원한 대상의 파악을 ‘개념적 파악’(conceptual prehension)이라 한다.
-
화이트헤드를 공부하시는 분께 질문이 있습니다.
저는 화이트헤드를 잘 모르지만,

모든 경험은 의식현상,현상학적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감각, 경험, 판단, 기억 모든 것은 한낮 캄캄한 뇌 속에서 일어나는 데이터일 뿐이죠.
저 멀리 보이는 달도, 실제로는 저 멀리에 있겠지만
제가 멀리있다고 느끼는 저 달은 사실 제 이마 뒤에 있는 뇌 속에서 표상되고 있습니다.
그 달이라는 물체가 멀어보인다는 느낌도 마찬가지구요.
어떤 의미에서 이 과정을 '현상학적 환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위의 경우처럼 생각하는 과정은 '정신문제가 신체의 문제로 환원가능하다는' 물리주의적 환원과는 극과극으로 대치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쭙습니다. 화이트헤드가 말한 개념들도 위에서 정립한 생각들, '현상학적 환원' 처럼 생각해도 되는건가요? 예를들어, 개념적 파악을 '현상학적 환원'으로요.

물리적 파악은 '현실적 존재자를 여건으로 하는 파악'이라고 하는데, 옐르들어,
나와 돌멩이를 놓고 낙하속도 만을 고려한다면 같다고 볼 수 있는데,
화이트헤드의 '물리적 파악'도 이러한 생각을 말하는 것인가요?

아침부터 질문을 올려서 죄송합니다.
미선 (16-02-08 12:47)
 
고골테스님 반갑습니다.

화이트헤드가 말하는 <개념적 포착>conceptual prehension은 말씀하신 현상학적 환원과는 전적으로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말씀하신 그것이 의식현상에서의 현상학적 파악이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일단 화이트헤드가 말한 conceptual prehension은 인간한테만 적용되는 그런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원자 분자는 물론이고 모든 사물 모든 사건들에 적용되어 있는 형이상학적 사건으로, 일단 먼저는 가급적 오해가 없도록 하기 위해 저는 prehension을 포착으로 번역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파악>이라고 번역할 경우 마치 인간의 인식작용만을 일컫는 듯한 오해도 있기 때문이죠. 물론 의미상에서 보면 완전히 틀린 번역까진 아니더라도 일말의 오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화이트헤드 철학에서는 모든 현실 존재들은 <물리적 포착>과 <개념적 포착>이라는 이 두 가지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현실적 존재 안에 갖고 있는 기본적 성격에 해당합니다. 아주 단순화시켜서 말한다면, 전자를 <물질성>, 후자를 <정신성>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세계 안의 모든 현실 존재들은 무기적인 것이든 유기적인 것이든 이 두 가지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좀더 깊고 상세한 설명이 필요할테지만, 일단 여기서는 <물리적 포착>이라는 것도 모든 사물이 지니고 있는 기본적인 물리적 성격이라는 점을 일컫는 것으로 보셨으면 합니다. 또한 <개념적 포착> 역시 모든 사물에 내포되어 있는 정신의 성격 작용을 일컫는 것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따라서 화이트헤드에게서는 저 바위도 일종의 <유기체>organism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생물학에서 말하는 유기체 개념이라기보다 좀더 정확히 말씀드린다면, 여전히 과학적인 관찰로 드러나진 않지만 기본적으로는 모든 아원자 수준까지도 물질성과 정신성은 함께 지니고 있다고 보는 것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볼 경우, 화이트헤드에게서는 <정신>mind과 <의식>consciousness 역시 서로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개념적 포착>에 해당한 정신의 작용은 저 바위에도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의식을 갖고 있진 않으며, <의식>은 오히려 진화 과정에서 보다 고등한 동물 신체의 작용에서 나타나는 특별한 경험에 해당할 뿐입니다.

화이트헤드에게서 의식은 순수 정신의 사건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물리적 포착과 개념적 포착이 함께 내포된 물리적 정신적 사건일 뿐입니다. 생리적 신체 활동 없이 의식이 창출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달을 보고 있는 신체를 예로 들 경우..

화이트헤드게에서는 달과 신체는 이미 연결적인 관계적 사건에 해당합니다. 물리적으로 볼 때도 빛이라는 포톤 광자와 연루되고 있는 것이죠.

달이라는 사건과 보는 사건 지각 사건 그리고 표상 느낌 모두 총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연결 속에서도 연속과 불연속이 모두 함께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것은 우리의 신체 지각 속으로 들어오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뇌 속에서만 일어난다는 표현도 자칫 많은 점들을 간과하게끔 만들기도 합니다. 뇌 밖에 있는 저 달이 없다면 달에 대한 표상 역시 뇌 속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꿈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 역시 어떤 독립적 개체로서 일어나게 된 사건이 아니라 진화하는 전체 우주와의 연관성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인 것이죠.

화이트헤드 철학이 보는 세계는 관계적이고 과정적인 세계이며, 전적으로 자족적인 개체 독립 사건은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봅니다. 뇌 또한 뇌로서의 형성 조건들이 현실적으로 공급 유지되지 않으면 결코 뇌가 될 수 없는 것일테죠.

또한 우리의 의식에서 매우 명석판명하게 느껴지는 뚜렷한 그 인지 느낌은 여러 경로를 거친 경험 과정에서 볼 때 원초적인 1차적 사건이 아니며, 나중에 형성된 파생적인 사건에 해당합니다.

<의식>뿐만 아니라 <생각>이라는 사건 역시 형이상학적 지평에서 볼 때 순수 정신의 사건이 아니라 물리적이고 개념적인 성격이 함께 내포된 현실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질문은 언제든지 환영하는 바입니다. 오히려 아주 가끔은 저의 답변이 미처 못보고 늦을 때도 있을 수 있다는 점만 양해해주신다면, 이러한 질문과 토론은 얼마든지 환영이라는 점도 덧붙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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