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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책] 『라깡의 재탄생』 김상환ㆍ홍준기 엮음    
  글쓴이 : 관리자 날 짜 : 06-10-08 22:02 조회(9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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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깡의 재탄생』 김상환ㆍ홍준기 엮음/ 신국판 양장본/ 716면/ 35,000원
 
 
자끄 라깡(Jacques Lacan)은 1901년 프랑스 빠리에서 태어났다. 꼴레주 스따니슬라스(Collège Stanislas)에서 고전 및 인문학 교육을 받은 후 빠리의과대학에서 수학했고, 1932년 망상증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36년 최초의 정신분석학 논문인 「거울단계」를 발표한 이후 정신분석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그는 1953년 그 유명한 ‘쎄미나’를 시작했다. 이후 약 30년 동안 지속된 ‘쎄미나’는 1960년대에 들어와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성인들이 참여하는 학문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1964년 국제정신분석학회(IPA)로부터 제명당한 후 빠리프로이트학파(EFP)를 창설한 그는 1966년 논문 및 강연 모음집 『에크리』(Écrits)를 출간했다. 1981년 프로이트대의학파(ECF)를 창설했고, 그해 사망했다.
 

라깡은 망상증에 관한 학위논문을 출간한 1932년부터 1981년 사망할 때까지 50년 동안 프랑스 지성계의 핵심인물로 활동하면서 유럽의 사상사적 지형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프로이트로의 복귀’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 그의 작업을 통해 정신분석학은 새로운 활력을 얻었고, 이 복귀를 통해 라깡 자신은 영원히 기억될 독창적인 업적을 남겼다. 라깡은 현대 프랑스 지성계의 산 증인이요 뇌관이었다. 1950년대 초 소수의 수련분석가를 대상으로 시작된 그의 ‘쎄미나’는 1960년대에는 싸르트르․야콥슨․레비스트로스 등 당대의 대표적인 지성인들이 참여하는 학문의 중심이 되었고, 탁월한 철학자․사상가․분석가․문인․예술인 등을 배출하는 지성의 산실이었다. 들뢰즈․크리스테바․바디우 등의 수많은 사상가들이 이 쎄미나를 통해 중요한 영감을 얻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라깡은 그 이전의 모든 사상이 흘러들어가고 그 이후의 모든 것이 흘러나오는 분수령이었으며, 1966년 『에크리』의 출간으로 그의 영향력은 프랑스를 넘어 전세계로 확대되었다. 라깡을 통해서 바야흐로 ‘무의식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엮은이 김상환(金上煥)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빠리4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저서로 『해체론 시대의 철학』 『예술가를 위한 형이상학』 『풍자와 해탈 혹은 사랑과 죽음: 김수영론』 등이 있다.

엮은이 홍준기(洪準基)는 1962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독일 브레멘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철학과 강사이자, 정신분석 상담가로 활동중이다. 저서로 『라캉과 현대철학』, 역서로 『노아의 외투: 아버지에 관한 라캉의 세 가지 견해』 『알프레드 히치콕』 『욕망의 전복: 자크 라캉 또는 제2의 정신분석학 혁명』(공역) 『에크리』(공역, 근간) 등이 있다.
 
 
 
질시와 터부의 대상: 한국에서의 정신분석학

우리나라에서 정신분석학은 퍽 불행한 운명을 겪었다. 서양에서도 이 학문은 수많은 비난과 질시를 받으면서 그 길을 닦아왔지만, 여러 오해가 해소된 지금은 철학․문학․예술학․문화학․심리학․여성학 등 다양한 분야를 주도하는 기초학문으로 뿌리내렸으며, 학자․예술가․임상가는 물론 일반인들의 끊임없는 관심의 대상이자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벌써 100여년 전부터 이루어진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사정은 판이하게 달랐다. 정신분석학은 최근까지도 제대로 언급조차 되지 않은 학문이었다. 언급된다 할지라도 배척해야 할 사이비학문의 사례에 그치거나 그저 구색을 맞추기 위해 간단히 지적되는 변두리학문에 지나지 않았다. 요컨대 ‘금기와 터부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일반인들은 심리학과에서만큼은 정신분석학을 당연히 가르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지만 사실 국내 대학의 심리학과에서 정신분석학을 본격적으로 가르치는 곳은 없다. 정신의학이나 철학 분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행히 상황은 서서히 변하고 있다. 국내에 자끄 라깡(Jacques Lacan)이 소개되었고, 더불어 무의식이론의 중요성이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정신분석학은 더이상 남의 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점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깊이있는 연구성과들이 이제 막 나오기 시작했다.
라깡, 우리나라에서 우리 힘으로 다시 태어나다

이 책은 번역에 의존하던 기존의 라깡 정신분석학 연구의 흐름에서 벗어나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거의 모든 본격적인 라깡 연구자들의 공동 노력에 의해 탄생하였다. 특히 ‘라깡의 재탄생’이란 제목은 라깡 탄생 100주년을 막 지난 시점이란 시간적 의미와 우리나라에서 성취된 라깡의 ‘재탄생’이라는 공간적 의미를 함께 포함하고 있다. 요컨대 국내 연구자들의 힘으로 라깡을 한단계 높은 차원에서 다시 태어나고 다시 자라나게 한다는 것, 그것이 이 저작의 기본적 취지다.

특히 이 책은 단지 라깡 정신분석학을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라깡 이론의 정수가 만개(滿開)할 수 있는 활기찬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어려운’ 라깡 용어를 무의미하게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영향사(影響史)의 관점’에서 라깡 이론을 다양한 분야의 이론들과 비교 연구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것이 라깡 이론의 형성배경은 물론 그의 독창성과 영향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길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무의식이론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서양에서 오랫동안 치밀한 토론을 거쳐 발달한 이 이론을 너무 갑자기 수입함으로써 ‘부작용’이 생겨날 염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신분석학이 근간으로 삼았던 철저한 자기분석(자기성찰), 이론적․임상적 근거에 대한 학문적 성찰, 무의식이론이 담고 있는 윤리적 함축 등을 망각한다면 이 학문은 실용적인 응용의 ‘도구’로 전락할 것이다. 인문학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실천의 개념을 뒤바꾸기에 이른 무의식이론의 ‘혁명적’ 측면에 눈을 감는다면 정신분석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자체를 잃어버리게 되고 말 것이다. 『라깡의 재탄생』은 이런 문제들에 대한 오랜 고심의 결실인 셈이다.
 
 
라깡에 대한 집대성: 3500여매의 원고, 270여명의 인명, 800여개의 개념어, 12명의 필진

716면에 이르는 이 두툼한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총괄적 성격의 글이다. 700여매에 이르는 이 글은 라깡 이론에 익숙하지 못한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 글이다. 독자들은 이 글을 통해 이론과 임상, 양 측면에서 라깡 정신분석학의 핵심 내용과 개념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을 얻게 될 것이다. 또 라깡을 왜 ‘프로이트의 계승자’라고 칭하는지, 라깡 정신분석학의 장구한 활용사례가 어떻게 가능한지, 복잡한 현대사회 속의 개인이 겪는 온갖 불안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깊이있는 고민거리를 얻을 수 있다.

제2부는 라깡의 무의식이론이 현대 사상사에 남긴 거대한 발자취와 그 미래적 가능성을 동시에 읽을 수 있는 글들로 구성되었다. 여기에는 철학․윤리학․정신분석학․언어학․여성학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 사상사의 문맥에서 라깡 이론을 분석․검토하는 글들이 모여 있다. 데까르뜨․칸트․프로이트․싸드․키에르케고르․쏘쒸르․레비나스․알뛰쎄르․푸꼬․들뢰즈․데리다․보드리야르․클라인․버틀러․지젝 등을 준거점으로 놓는 이 글들에서 독자들은 라깡을 둘러싼 역사적․이론적 맥락과 핵심 쟁점들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며, 서양 근현대철학의 명성(明星)들과 라깡 정신분석학이 만나 벌이는 ‘지적 향연’을 만날 수도 있다.

제3부에서는 문학․예술․영화비평 등에서 라깡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활용되는지를 보여주는 글들을 모았다. 여기에서 독자들은 흥미로운 응용정신분석학 사례와 섬세하고 생동감 있는 문화분석의 구체적인 실례들을 접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을 분석한 이수연의 설득력 높은 글은 최근 영화비평에 불고 있는 라깡 정신분석학적 비평의 좋은 단면이다.

요컨대 이 책은 현재 싯점에서 우리의 힘으로 탄생시킬 수 있는 라깡에 관한 최대․최고의 연구서라 자부할 만하다. 3500여매의 원고량, 270여명의 인명, 800여개의 사항색인, 12명의 필자, 16편의 글 등 한마디로 전례가 없는 시도인 셈이다.
 
 
목차 및 필자약력

제1부
자끄 라깡, 프로이트로의 복귀 / 홍준기(서울대 철학과 강사)

제2부
라깡과 데까르트 /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교수)
라깡과 싸드 / 맹정현(빠리8대학 정신분석학과 박사과정)
라깡과 프로이트․키에르케고르 / 홍준기(서울대 철학과 강사)
라깡과 쏘쒸르 / 최용호(한국외국어대 불어과 전임강사)
라깡과 클라인 / 이만우(국회도서관 입법정보연구관ㆍ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외래교수)
라깡과 레비나스 / 민승기(경희대 영문과 강사)
라깡과 알뛰쎄르 / 진태원(한국종합예술학교 강사)
라깡과 들뢰즈 / 서동욱(서강대 철학과 강사)
라깡과 푸꼬․보드리야르 / 맹정현(빠리8대학 정신분석학과 박사과정)
라깡과 데리다 /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교수)
라깡과 지젝 / 주은우(한신대 강사)
라깡과 버틀러 / 신명아(경희대 영어과 교수)

제3부
라깡과 문학비평 / 어도선(고려대 영어교육과 교수)
라깡과 영화비평 / 이수연(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
라깡과 미술비평 / 신명아(경희대 영어과 교수)
 
열린 논의에서 재탄생하는 라깡

모든 사상이 그렇듯이 라깡 정신분석학도 교리화하면 생명력과 매력을 잃어버리게 되리라. 때문에 이 책에서는 어떤 특정한 해석을 고집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신분석학에 대한 비판을 포함하여 다양한 견해의 글들을 제한없이 함께 엮어냈다. 이를 통해 이 책이 앞으로 라깡 연구와 무의식에 대한 생산적 토론의 장에서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감히 확신해본다. 
 

 2002-06-12 05: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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