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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철학이 필요한 이유 하나    
  글쓴이 : 정강길 날 짜 : 09-11-20 07:43 조회(7699)
   트랙백 주소 : http://freeview.org/bbs/tb.php/e001/81 




 
철학이 필요한 이유
 

이래저래 많은 사람을 대하다보면 흔히 철학이란 학문 영역을
매우 무가치하거나 일상 생활에는 쓰잘 데 없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꽤 볼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그러한 사람들일수록 대체로 자신의 겪은 삶의 경험에만 사로잡혀 있고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들에 대해선 들어주는 귀를 여간해서 잘 열어놓질 않는다는 사실이다.
말하는 것과 듣는 비율이 대체로 3대7일 때가 어느 정도 좋은 평균적 비율임에도
거꾸로 상대방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거의 쏟아내기에 바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화를 하다보면 서로의 개념 사전들이 제각기 다름으로 인하여
서로 간에 논쟁과 갈등을 빚게 되는 경우들이 매우 많음을 느낄 것이다.
 
이를 테면 행복에 대해서 서로 얘기를 나누곤 하는데
저마다 얘기하는 행복에 대한 개념 정의부터가 제각기 다 다른 것이다.
이때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내가 생각하는 행복'에 대해 말하곤 한다.
 
그럴 경우 천 명이 모여 행복을 말할 경우
기본적으로는 행복이란 것도 천 개의 행복이 있는 것이다.
철학은 이때 필요하다. 보다 생산적 대화를 할 수 있는 기초로서 말이다.
 
그 다양한 구체적 경험들을 가능하면 하나로 꿰어낼 수 있는
공통분모로서의 경험, 즉 소통적 차원을 찾는 것이 대화의 시작으로서 필요할 것이다.
이때 그것은 구체적인 경험이 아닌 보다 추상적 경험일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추상적 경험은 여러 다양한 구체적 경험들 간의 엑기스를 하나로 추출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철학이란 고도의 추상적 경험을 갈무리한 차원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은 어디에나 소통될 수 있는 경험으로서의 보편성을 지향한다.
오늘날 포스트모던 이후의 <보편성>이라는 의미는 절대불변성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가능한 최선의 소통적 차원을 의미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만일 우리의 경험에서 나온 주장들이 이같은 보편성에 근거하지 않을 경우
그것은 한낱 지나가는 자기 경험 중심주의 밖에 되지 않는다.
만일 우리의 경험에서 나온 주장들이 이같은 보편성에 근거하고 있을 경우
그것은 좀더 영속적인 소통을 가져다주는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결국 철학이 궁극적으로 왜 필요하냐면 바로 자기 경험에서 나온 개인적 주장들에
보다 영속적인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자신의 개인 경험이 그저 개인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보다 보편적인 소통이 될 수 있는 경험일 경우
당연히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고 유익한 차원으로 남게 될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은 여전히 어렵고 골치 아프기 때문에
필요없다고 말하는 사람들 역시 여전히 있을 수 있다.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상대방과는 대화가 안된다고 불평을 하곤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실은 좀더 역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
만일 기존의 그 어떤 철학이론이
우리들의 경험 가운데 그 어떤 경험에선 소통이 안되는 지점을 발견했다면
그때는 기존의 철학이론을 수정하거나 폐기함으로서 재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철학 사상의 출현을 기다려도 좋을 것이다.
 
서로 대화를 나눌 때 가급적이면
자기 개인 경험 안에만 자족적으로 머물지 말고
세계 안의 온갖 다양한 경험들과도 온전히 어울리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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